작성일 : 11-02-12 09:27
14. 마지막 보물을 내어드렸더니
 글쓴이 : 운영자
 

우리 가족은 몇 해 동안 많은 학생들을 열심히 섬기며 복음을 전했다. 그런데 많은 제자들과 공동생활을 하고 북한 꽃제비(일정한 거주지 없이 떠도는 탈북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을 만날 때면 지갑을 열어 있는 힘껏 돕다 보니 수중에 돈이 다 떨어지고 말았다. 후원자 하나 없이 선교를 온 터라 막막했다. 염치 불구하고 한국의 부모님께 도움을 청하기도 했지만 매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느 날 나는 학교에 가고 아내가 혼자 집에 있을 때였다. 당장 돈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던 아내는 돈이 될 만한 게 없나 집 안을 둘러보다가 바이올린을 발견했다. 아내는 한국에서 취미로 바이올린을 배웠는데, 그 바이올린은 그녀가 매우 아끼던 보물이었다. 순간 아내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나는 아직도 가지고 있는 게 너무 많네. 옛날에 배웠지만 지금은 쓰지도 않는 바이올린을 보물처럼 가지고 있으면 뭐 하겠어…. 먼지만 쌓일 뿐이지.’
아내는 자신의 보물을 어느 예술대학 교수에게 20만 원을 받고 팔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일 이후 우리 가족에게 후원자가 생겼다. 중국에 방문한 한국인 기독교인 한 분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그 분이 그 후로 몇 년 동안 1년에 천만 원씩 헌금을 보내주셨던 것이다. 우리가 가진 것을 내어드릴 때 더 많은 것으로 채우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놀라웠다.
그 무렵 또 한 명의 후원자가 혜성처럼 나타났다. 그는 북한 사람이었는데, 내가 학생들을 먹이고 돌보는 것을 보고는 참 귀한 일을 한다며 후원 물품을 내밀었다. 그런데 그 후원 물품이라는 게 그가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였다. 그는 그 자리에서 반지를 빼서 내게 주었다. 낡은 은반지라 돈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 마음이 너무 감사했다.

나는 북한 분이 준 반지를 고이 간직했다. 몇 년 후 그 반지는 새 주인을 맞게 되는데, 그 이야기는 이렇다. 내 제자 중에 징허라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조선족 학생이 있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술고래였고 만날 쌈박질을 하거나 남의 집 유리창을 깨기 일쑤였다. 그런 그가 예수님을 믿고 나더니 자신의 삶을 주님께 내어드렸다. 그는 주님께서 원하시는 모습대로 자신을 빚어가시기를 기도했다.
그때부터 징허의 삶이 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징허는 한국말을 전혀 못해서 그 어머니가 답답해할 때가 많았는데, 부모를 공경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배운 후로 우리 가족에게 한국말을 열심히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부도 정말 열심히 하고 신앙생활을 잘해나갔다. 그 모습을 보고 그 어머니가 얼마나 기뻤는지 하루는 내게 편지를 보내오셨다.
“엄마도 하지 못한 일인데, 우리 징허에게 한국말을 가르쳐주시다니 고맙습니다. 엄마를 봐도 인사도 할 줄 모르고 만날 깡패 짓이나 하던 놈이 이제는 인사도 잘하고 한국말로 편지도 보낸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 후 징허의 어머니는 징허가 대학교를 졸업할 때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들을 보살펴주어 고맙다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저는 사실 부모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에요. 징허가 좋은 사람이 되도록 가르친 것도 없고요. 그러니 최 교수님이 징허의 양아버지가 되어 앞으로도 징허를 잘 지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나는 홀몸으로 아들을 대학교육까지 시킨 그 어머니의 수고와 정성을 헤아리며 사양했지만, 그녀가 너무 간절히 부탁하기에 결국 징허를 양자로 삼기로 했다. 그리고 조촐하게 양아들맞이 축하 잔치를 열었다. 그때 나는 징허에게 북한 분에게서 받은 그 귀한 은반지의 사연을 들려주고, 아버지가 주는 첫 번째 선물로 그 반지를 건네며 그 북한 분처럼 가진 전부를 주님께 내어드리는 인생을 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징허는 그 후 더 열심히 공부하여 한국으로 유학을 가서 서울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마쳤다. 그리고 머지않은 장래에 중국으로 돌아와 주님을 위해 일할 비전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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