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4-24 15:11
4인4색 밴쿠버목양일기 - 노릇’ 잘 해야겠습니다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826  

 

 

노릇’ 잘 해야겠습니다

인천-제주 간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로 대한민국 전체가 애도하는 분위기 가운데 있습니다. 뉴스를 지켜보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우리도 가슴이 너무 아프고 막막한데, 사랑하는 자녀를 포함해 가족을 침몰자로 둔 당사자들은 얼마나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을지 너무 안타깝기만 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위로하심과 회복의 은혜가 가족들 가운데 함께 하시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특별히 금번 사고에 대한 기사들을 접하며, 학생을 포함한 수 백명의 승객들은 뒤로 한 채, 선두에 서서 배를 탈출한 선장을 포함한 ‘선박직’ 선원들이 전원 무사히 탈출하였다는 사실에 화가 참 많이 났습니다. 배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의 무책임함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아들과 딸과 같은 어린 학생들을 뒤로 한채 스스로의 안전을 챙기는 일이 먼저였다는 사실에 같은 어른으로서 부끄러움의 마음이 들기까지 합니다. 더욱이 ‘움직이지 말라’는 책임자들의 방송을 믿고 그대로 배 안에 있다 배와 함께 물 속으로 침몰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던 어린 학생들을 생각하면 울분에 가슴을 치고 싶을 정도입니다.

승객을 태우고 배를 운항하는 관계자들에게는 ‘버큰헤이드호의 전통’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전통의 유래는 185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영국 해군의 수송선 버큰헤이드호가 남아프리카로 가던 중 케이프타운 66km 전방에서 암초에 부딪쳐 침몰하게 됩니다. 배의 승객은 630명이었으나, 배 안의 구명보트는 60명을 태울 수 있는 단, 3척 뿐이었습니다. 총 180명의 사람을 태울 수 있는 보트를 앞에 두고, 사령관 시드니 세튼 대령은 모든 병사들을 갑판 위로 모이게 한 후, 부동자세로 서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보트에는 여자와 어린아이들을 태워 침몰하는 버큰헤이드호를 떠나게 했습니다. 갑판 위에 있던 436명의 군인들은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끝까지 움직이지 않고 배와 함께 수장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여자와 어린이 먼저”라는 ‘버큰헤이드호의 전통’은 이후, 승객 1,515명을 태운 영국 수송선 엠파이어 윈드러쉬호의 침몰 사고 때에도, 승객 2,208명을 태운 타이타닉호의 침몰 사고 때에도 그대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렇듯 ‘버큰헤이드호의 전통’은 선장이나 항해사 등을 포함한 모든 배 안의 승무원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사명이며, 도리인 것입니다.

어른의 자리에서 어른으로서의 도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자들로 인해 안산 단원고 학생들은 그렇게 배와 함께 가라앉고야 말았습니다. 이제 물위로 드러나 있었던 뱃머리마저 완전히 물 속으로 잠겨, 수면 아래 20m까지 가라앉아 버리고 말았기에 어른들의 몰지각함과 몰상식함으로 인해 어린 학생들의 꿈마저 물 속으로 완전히 사라진 듯하여 가슴이 너무도 아립니다. 세월호가 가 버렸습니다. 이렇게 세월이 가면, 그래서 세월따라 아픔이 잊혀지면 좋으련만, 먼저 간 자녀를 가슴에 묻고 평생을 아파해야 할 부모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착잡한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노릇’ 제대로 해야겠습니다. 어른이 어른 노릇을 못하고, 선장이 선장 노릇을 못하니 믿고 따랐던 사람들을 사지로 몰아 넣게 된 것입니다. 집안의 가장으로서, 사회 구성원 속 연장자인 어른으로서, 그리고 교회를 섬기며 목양하는 담임목사로서, 맡겨진 ‘노릇’ 더 잘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문경돈 목사 / 나무십자가한인교회 / 778-772-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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