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2-06 13:14
묵상노트(28) 내일이 마지막인데...
 글쓴이 : 운영자
 
묵상노트(28) 내일이 마지막인데...

 


나는 일주일에 세 번을 투석합니다.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이 세 날은 죽는 날이고,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과 일요일 이 네 날은 사는 날입니다.
 
하루건너 한 번씩 투석하다가 금요일에 하고, 토요일 쉬는 것은 당연한 것 같은데 일요일은 덤으로 주는 황금 같은 날입니다. 토요일 밤 나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일이 마지막인데...’ 하면서 길고 긴 안도의 숨을 내 쉽니다. 나에게 자유의 24시간이 더 있다는 것에 기쁨이 넘칩니다. 그래서 그 밤을 설치기도 합니다.
내일 마지막 24시간의 자유 시간을 준다면 나는 무엇을 할까 생각해봅니다. 갑자기 도스토예프스키가 생각납니다.
 
그는 공산당혁명에 참여했다는 죄로 28살 젊은 나이에 사형을 받습니다. 살을 에는 겨울아침 형장에 도착한 그에게 마지막 5분이 허락됩니다. 이 마지막 5분을 어떻게 쓸까 고민합니다.
 
나를 알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작별 기도를 하는데 2분, 오늘까지 살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곁에 있는 다른 사형수들에게 한 마디씩 작별 인사를 나누는데 2분, 나머지 1분은 눈에 보이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지금 최후의 순간까지 서있게 해준 땅에 감사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그는 먼저 사랑하는 어머니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어머니하고 가늘게 불러 봅니다. 갑자기 눈물이 납니다. 자신의 분신처럼 사랑하는 어머니에게 안녕, 그동안 고통을 함께해온 친구들에게 작별의 인사를 하는데 벌써 2분이 지납니다.
이제 3분이면 이 생명이 끝나는데 하는 생각이 들자 지난 28년 동안 허비한 시간들을 후회합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나를 위하여 시간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이웃을 위하여 써야겠다고’생각합니다.
 
이 시간까지 함께하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옆에서 나와 함께 죽음을 두려워하는 다른 사형수들에게 눈인사를 나눕니다. 2분이 지나고 나머지 1분이 남았습니다. 그는 하늘을 보고, 산을 보면서 참 아름답구나하는 생각을 하는데 왕명을 들고 온 사자로부터 사형집행 중지명령이 전달됩니다.
 
그는 시베리아 탄광에서 5년을 더 복역하고 자유의 몸이 된 후 매일 매일을 마지막 5분이라 생각하고 그의 불후의 명작들을 남겼습니다.
 
마지막 24시간을 어떻게 살까 생각하면서 용서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이 세상을 떠날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면 용서가 아닐까…….왜냐하면 용서는 일생동안 얽히고설킨 인간의 실타래를 풀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시간을 맞는 마음의 불안에서 놓여나 참 평화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용서란 큰 죄나 잘못을 용서(forgive)한다는 것이나, 아니면 그 죄나 잘못의 처벌을 면제한다는 뜻(pardon)의 용서가 아니라 영어로 excuse 다시 말하면 사소한 실수나 잘못을 용서한다는 말입니다.
 
매일매일 삶에서 서로 실망하고, 미워하며, 분노하고 모욕감을 느끼며 마음의 상처를 받고 또 상처를 입히면서 많은 실수들의 실타래를 용서(excuse)로 풀어야 영혼의 상처가 깨끗함을 받을 것입니다.
 
이 마지막 24시간동안 내 마음에 사랑이 충만하기를 원합니다. 테레사 수녀 같은 위대한 사랑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배려, 마음 씀씀이 이런 것들이 행복과 기쁨을 줄 것 같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왕에게 황금으로 만든 아름다운 침대가 있었는데, 수천 개의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매우 값비싼 침대였습니다. 이 왕은 선한 왕이라는 것을 만방에 알리고 싶어 궁전에 나그네가 찾아오면 그 침대를 나그네에게 잠자리로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왕에게는 한 가지 정해진 법이 있었는데 나그네의 키가 침대의 크기에 맞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그네의 키가 침대보다 약간 클 경우에는 나그네의 다리를 잘라서 크기를 맞추었습니다. 침대는 너무 값비싼 것이었기 때문에 침대를 개조하는 일은 불가능했습니다. 그것은 마치 침대가 손님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침대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만일 키가 침대보다 짧으면 왕은 힘센 투사들을 시켜서 키가 침대에 맞도록 잡아 당겼습니다. 물론 모든 나그네는 그 황금 침대 위에서 처참하게 죽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사랑 때문에 울고 웃는 일은 사랑도 내 틀에 맞추어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작은 배려와 보살핌이 사랑의 속박이 아니라 참 사랑의 자유 함을 줄 것 같습니다.
 
또 이 마지막 24시간동안 내 마음에 감사가 끊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지구에 한 모퉁이에서 태어난 것이 신비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어머니를 만나고 아버지를 만나고, 형제자매 그리고 친구들과 여러 선생님을 만난 모든 사건들이 감사한 일일 것입니다. 그들과의 짧은 작별의 시간들이 즐거울 것 같습니다.
 
지나온 과거의 아픈 기억만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기쁜 감격의 시간들을 생각하면서 감사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특별히 감사한 일은 늘 아름답고 감격의 시간들만 기억나고 생각이 납니다. 첫 번째 만남, 첫 번째 키스, 그리고 아름다운 여행 이런 것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일요일 오후 English Bay에서 찬란한 저녁노을을 즐기며 월요일 투석 가는 것을 잊어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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