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2-06 13:20
묵상노트(31) 영어천국
 글쓴이 : 운영자
 
묵상노트(31) 영어천국

 

‘할아버지, 그쪽 게이트로 가면 안 돼요. 이쪽으로 턴해야 합니다.  덴저하니까요.’
분명 한국말인 것 같은데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귀가 어두워서 잘 못 들었나싶었습니다.

이-마트(wal-mart같은 초대형 상점)에 갔습니다.  Bay백화점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 같았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한글은 한 줄도 보이지 않고 모두 영어와 불란서 말입니다.  손님들에게 상품을 설명하는 데도 거의 영어를 사용합니다.  화운데이숀이 먹지 않는 이유는 스트레스 때문입니다.  아이라인을 비유티풀(beautiful)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랑콤(lancome)을 쓰셔야 합니다.

“엄마랑 영어로 좔좔… 공부 아닌 생활” 광고가 이렇습니다.  아이들만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엄마와 함께 가르쳐야 생활화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영어를 좔좔한다는 말입니다.   “좔좔”을 영어로 번역한다면 무엇이라 쓸까 생각합니다.  fluently? 유창하게, 줄줄, 술술, 거침없이…….등등으로 번역하지만 ‘좔좔’은 물이 흐르는 모습을 그리는 말 같기도 하고 ‘줄줄’을 더 강조하면 ‘좔좔’(gushing or run freely) 막힘없이 영어를 생활화한다는 뜻이기도 할 것입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에 사는 한국 사람들은 영어 없이도 평생을 살 수 있다는데 서울에서는 영어 없이 하루도 살 수 없을 정도로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을 깨달았습니다.  
코흘리개 어린이를 대리고 유학을 떠나는 극성 엄마들을 슬퍼했던 나는 이번 여행으로 이해하는 쪽으로 기울게 되었습니다.  영어가 생존에 미치는 영향은 암을 유발할 정도의 스트레스를 주는 사회였습니다.

성남시민을 위한 한마당 잔치가 성남에서도 이름난 공원에서 벌어졌습니다.  관객의 평균연령은 대략 60세가 넘을 가 싶었습니다.  조금은 수준 높은 장끼자랑처럼 진행하는데 플래카드에 쓰여 있는 문구들을 보고 놀랐습니다. 

WOW 성남의 세계(?) 시민이여…….WOW를 그 밑에 설명하기를
We Enjoy the Wonderful Festival
Open your Mind
Wink at your Neighbor.(모두 영어로…….)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요즘 유행하는 영어노래였습니다.  성남시민 여러분이라고 쓰여 있지만 그들은 절대로 성남에 산다고 안 합니다.  “분당”에서 산다고 합니다.  분당은 정말 뉴욕의 맨해튼같이 화려한 새 도시였습니다. 

하나같이 멋있는 Sun Glass를 썼는데 명품인 것이 틀림없을 것 같습니다.  너무 멋있고 근사했습니다.  여유 있고 한가한 시간들을 만끽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워했습니다. 

나는 G8국가에서 왔는데 내 세울 것이 하나도 없는 졸부 같았습니다.  돈이면 돈, 명예면 명예, 아니면 영어라도 좔좔해야 하는데 잘 먹고 잘사는 법도 모르는 할아범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기름지고, 여유 있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는 것 같지만, 한참 좋았던 자리를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안간힘쓰는 저녁노을의 매달림을 보는 듯 했습니다.  삶은 있지만 내일이 없는 허무를 사는 사람들을 봅니다.  또 내일은 어떻게????

내 속에 불현듯 이런 생각을 합니다.  노인들에게 죽는 날까지의 삶의 비죤을 만드는 일을 해야 하겠구나…….어떻게 살아야 보다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을까…….부평초처럼 인생을 떠다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내게 주신 삶의 목적을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삶을 어떻게 제시할까……. 

영어를 좔좔하지 못하는 이민자의 심정은 생각하면서 잠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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