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8-10 16:23
성경 속 여백여행 (95)
 글쓴이 : 관리자
 



로마에서의 삶

그러면 빌레몬의 집에서 도망쳐나온 오네시모가 어떤 삶을 살다 어떻게 바울을 만났는지 잠시 상상해보자. 주인 빌레몬의 집에서 도망쳐 나온 오네시모는 멀리 로마로 떠나갔다. 그는 주인에게서 훔친 돈으로 로마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리며 살고 싶었다. 이왕이면 세계 제일의 도시에서 돈을 많이 벌어 부귀영화를 누리며 떵떵거리고 살고 싶었다. 당시 세계 최고의 도시 로마는 음란과 퇴폐, 그리고 타락과 방종으로 오염되어 있는 죄악의 도시였다. 로마로 도망쳐 나온 오네시모는 한동안 흥청망청거리며 세월 가는줄 모르고 살았다. 그는 매일 주막에서 술에 잔뜩 취했고 사창가를 기웃거리며 육체의 욕망을 마음껏 발산했다. 그러나 그가 행복이라고 생각한 시간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훔쳐나온 돈이 바닥이 났기 때문이다.

초조해진 오네시모는 막노동이라고 해보려고 했지만 섣불리 일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런가하면 동냥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만약 도망친 노예라는 것이 발각될 경우 로마의 원형 경기장으로 끌려가 굶주린 사자의 밥이 되거나, 또는 광장에서 공개 처형될 것이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굶주림에 빠진 오네시모는 그 모든 것이 여의치 않자 주택가 쓰레기통을 뒤졌다. 로마 시민들이 먹다 버린 말라 비틀어진 빵 부스러기를 주워먹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어느 날에는 부패해 버린 소시지 한 조각을 주워 먹고 토사곽란을 하고 밤잠을 설치며 고생을 하기도 했다. 로마의 뒷골목 남의 집 차가운 처마 밑 한 귀퉁이에서 잠을 청하다 도둑으로 오인돼 도망친 적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사나운 개에 물려 피투성이가 된 적도 있었다. 오네시모의 고통은 점점 극에 달했다. 그는 빌레몬의 집에서 도망나온 것을 잠시 후회해보기도 했다. 끝없는 절망감에 사로잡혀 로마 중심부를 흐르는 타이버 강에 뛰어내리려고 한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의 몸은 점점 야위어갔다.

찬 바람이 휘몰아치는 어느 겨울날 오네시모는 굶주림과 질병에 못이겨 그만 길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다 떨어진 얄팍한 넝마로 겨우 몸을 가린 채 실신해있는 오네시모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먹고 살기 바쁜 로마 사람들의 눈에는 의례히 겨울이면 얼어 죽거나 굶어 죽어가는 숱한 거지들 중의 한 명으로 생각되었다. 그것은 로마에서는 일상적으로 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오네시모는 점점 혼미해져가는 정신 속에서 골로새에서 노예로 있을 때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자신이 노예였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친절함과 다정한 심성으로 대해 주며 예수 그리스도에 관해 말해주던 인자한 주인 빌레몬의 얼굴이 생각났다.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지라도 벌을 내리지 않고 언제나 사랑과 인정으로 따뜻하게 대해 준 주인이 그리웠다. 그리스도인이었던 주인과 가족들은 노예들에게조차 예수 그리스도를 믿도록 권고했지만 마음 속으로 끝내 거절했던 자신의 모습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집에서 주인의 돈을 훔쳐 도망나온 자신의 행위를 후회했다.

점점 흐려져가는 의식 속에서 오네시모는 옛 주인 빌레몬이 가르쳐준 예수 그리스도가 생각났다. 그는 순간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순간이 될 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에 사로잡혀 기도를 드렸다. 그것은 자신이 태어나 처음으로 드려보는 자발적인 기도였다.
“주여, 나의 죄를 용서하여주시옵소서, 나를 구원하여주시옵소서. 내 영혼을 받아주시옵소서”

이제 오네시모는 더 이상 배고픔이나 육신의 고통을 느끼지도 못한다. 오직 나른한 졸음만이 전신에 참을 수 없이 밀려올 뿐이다. 그리고 그 나른함은 오히려 자신의 온 몸에 평강과도 같이 스며들어오고 있었다. 오네시모는 짙은 안개 속에 빠져들어가듯이 자신의 영육이 함께 어딘가로 깊이 빠져들어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나른함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맡겨버리고 말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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