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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브런치칼럼] 비아 돌로로사 (Via Dolorosa)

비아 돌로로사 (Via Dolorosa)

어느 금요일 오전 일찍이 마을의 한복판에서 한 남자가 채찍질을 당하고 있었다. 두 손은 바위에 묶여 있어서 반항할 수도 없고 그저 날아오는 채찍에 자신의 살점이 떨어짐을 느낄 것 같았다. 머리에는 가시로 만든 관 때문에 얼굴은 그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피로 범벅일 뿐이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그를 죽이라고 소리치고 한쪽에 모여 있던 종교 지도자들 중에는 얼굴에 미소를 띤 이들도 있었다. 반대쪽에 있는 이들은 왜 그가 저러한 고통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표정들로 울부짖고 있었다. 이 혼란스러운 장면들은 제정신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바라볼 수가 없었다. 

며칠 전에는 예루살렘의 한쪽에서 군중들의 환호 소리가 가득했었다. 나귀를 탄 한 남자를 향하여 나뭇가지를 흔들고 자신들의 겉옷을 그가 지나가는 길에 깔면서 그의 예루살렘 입성을 환영했다. 그를 구약 스가랴의 예언을 성취하면서 자신들을 구원할 인물로 인식한 듯 했다. 왜냐하면 구약에서 스가랴 선지자는 “보라 네 왕이 네게 임하시나니 그는 공의로우시며 구원을 베푸시며 겸손하여서 나귀를 타시니 나귀의 작은 것 곧 나귀 새끼니라”고 예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예수님께서 무너졌던 다윗의 나라를 재건하기 위하여 오신 것이 아닌 자신의 백성들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바칠 ‘겸손과 평화의 왕’으로 오셨다는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께서는 정치적인 왕이 아닌 십자가 처형을 당하면서까지도 자신의 백성들을 섬길 왕으로 오셨는데, 그 당시 많은 유대인들은 이를 제대로 해석을 하지 못하고 그를 로마의 압제 하에서 구원하여 줄 정치적인 왕으로서 해석했던 것이었다. 아무튼 거기에 모여 그들의 왕을 환영하던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을 처형하라고 외쳤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할 수 밖에 없다. 

이때 그 남자는 일어나 무거운 십자가를 등에 지고 골고다 언덕을 향해 끌고 가고 있는 중이었다. 온갖 채찍과 매질로 피를 흘리는 그 몸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1.5키로나 되는 라틴어로 ‘비탄의 길’이라고 불리는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의 길을 외로이 홀로 그 십자가를 지고 가야하는 것이다. 

어느 누가 이렇게 고통스러운 인생 길을 가려고 하겠는가? 그런데 이 사람은 왜 스스로 그런 길을 선택했을까? 어려운 인생길을 가는 도중에도 언제든지 쉬운 길을 만나면 그 길을 선택하는게 당연지사 아닌가? 그런데 왜 그는 너무나도 무겁고 힘들 길을 자처해서 가고 있단 말인가? 저 모습을 봐라. 이내 힘에 겨워 쓰러진 그에게 사정없이 로마 병사의 채찍이 날아오지 않는가? 

그 때 어느 한 병사가 구경꾼들 중 한 사람의 멱살을 잡고 그 십자가를 대신 지게 한다. 그는 분명히 예수님의 십자가를 갑자기 지게 된 구레네 시몬이라는 자임에 틀림없다. 시몬의 눈에 피를 흘리며 걷고 있는 이의 모습이 어떻게 보였을까? 죄도 하나도 없는 순한 어린양 같은 그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시몬은 어떠한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그러면서 시몬도 자연스럽게 그에게 빠져들어 그를 존경하고 신뢰하게 되지는 않았을까?

이제 유대인의 왕이라 불리는 예수라는 이가 골고다 언덕에 이르렀다. 그리고 두꺼운 못이 그의 손과 발을 뚫고 지나가면서 피가 형틀 위에 퍼지고 마침내 그 십자가는 위로 세워졌다. 그는 십자가 위에서 가쁜 숨을 쉬면서 흐릿하게 보이는 언덕 아래의 모습을 지켜 보았다.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혹시 그 순간에도 하나님께 자신을 못 박은 이들을 용서해 달라고 그리고 저들을 구원해 달라고 기도하지는 않았을까? 

오늘 예수님께서 가신 그 길을 따라가겠다고 고백한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본다. 과연 나는 어떠한 자인가? 내 주변에도 나와 같은 고백을 한 이들이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편한 인생길을 가고자 하지 않았던가? 그 무거운 십자가와 그 험난한 길을 가다 보니 잔꾀가 생겨서 좀 더 편한 길로 가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다. 그 길은 십자가의 길이 아님에 틀림없다. 주여, 이 못난 놈을 용서하시옵소서! 용기도 없고 믿음도 없는 저희를 용서하시옵소서! 그리고 당신이 걸었던 그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의 길을 당당히 걷는 주님의 제자들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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