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와 다람쥐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출근 전쟁이 시작된다. 이른바 치열한 삶의 경쟁이다. 세상은 오로지 일등만을 원한다. 올림픽이나 여타 경기에서도 1등에서 3등까지 금, 은, 동메달을 수여한다. 4등 이하로는 기억하지도 않는다. 또한 아무런 보상도 없다.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꼴찌가 설 자리가 없다.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다. 그들이 가야 할 곳이 어디인가?
마찬가지로 우리는 흔히 보는 잡초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예쁜 꽃이나 나무는 잘 가꾸지만, 잡초는 없애려 한다. 그런데 만약에 잡초가 없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생각해 보자. 잡초는 뿌리를 흙 속에 뻗음으로써 흙을 다지고 있다. 흙을 다지는 과정에서 지렁이 등 유기체의 순환과정을 돕는다. 잡초가 없다면 흙이 단단해지지 못해서 비가 올 경우 흙이 휩쓸려 가기도 한다.
로키마운틴 산행하다가 사슴, 곰, 산양 등 각종 야생동물을 자주 보곤 한다. 그중 다람쥐가 있다. 다람쥐는 겨울철 양식을 준비하려고 가을이 되면 도토리를 자기만이 알 수 있는 곳에 숨긴다. 그런데 생각보다 다람쥐가 지능이 낮다고 한다. 그래서 열 개를 숨기면 평균적으로 한 개만 찾아 먹는다. 나머지 아홉 개는 너무 잘 숨겨서 찾지 못한다. 그러면 이 아홉 개의 도토리는 헛수고일까? 아니다. 이 잃어버린 아홉 개의 도토리로 인하여 참나무 숲을 이루게 된다. 아리러니하지 않는가. 만약에 다람쥐가 지능이 높아 열 개의 도토리를 다 찾아 먹는다면 참나무 숲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일등주의에 속아서 4등이나 꼴찌를 간과한다. 그런데 사회에서는 어떠한가? 학창 시절에 공부 잘했던 친구들이 사회에서도 성공할까? 아니다. 그들은 어느 정도 사는 데 지장이 없을지는 몰라도 행복하게 사는 법을 잊어버린 친구들이다. 반면에 성적이 좋지 않았던 친구들이 오히려 사회에서는 잘 나가거나 성공한 친구들을 자주 보게 된다. 혹시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다지 인정받지 못하거나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는가? 비록 내가 일등 한번 해보지 못했거나 학생회장(반장) 한번 못했을지라도 걱정하지 말자. 과거보다 현재가 중요하고 또한 현재보다 미래가 더 중요하다.
하나님은 이 세계를 창조하실 때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창조하시지 않으셨다. 이른바 잡초나 다람쥐가 잊어버린 아홉 개의 도토리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우리 인간이야말로 모두가 다 소중한 존재다. 몸의 역할이 다르듯 이 땅에서의 나의 역할이 다를 뿐이다. 하나님 나라에는 꼴찌가 없다. 최선을 다한 한사람 한사람이 다 귀한 존재이다.
주님께서는 배우지 못한 어부 베드로와 안드레를 제자로 부르셨고 죄인 삭개오도 인정해 주셨고 고아에 불과했던 마리아, 마르다, 나사로 3남매를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함께 친밀하게 지냈다.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를 한사람 한사람 사랑하신다. 내가 어떤 일을 하던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기쁨으로 하자. 감사함으로 하자.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자.
일등이나 결과를 중시하는 현시대 속에서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일을 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당장 사람들이 인정해 주지 않는 일이라 할지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나는 실패자가 아니다. 내가 하나님 말씀대로 살아가는데 당장 열매가 없다고 낙심하지 말자.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는 주님께 맡기자. 내가 주님 안에서 거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일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법이다.
이진종 <시인,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