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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분노와 용서] 우울증과 폭력의 시대

칼럼 <분노와 용서> 우울증과 폭력의 시대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우울증과 폭력이 만연하고 있습니다. 많은 경우 이 우울증과 폭력 뒤에는 분노라는 감정의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분노라는 감정을 돌보는 일에 관심을 적게 보이는 편입니다. 우울증을 관리하기 위해 우울증에 관여하는 생리적 현상들을 연구하여 약을 개발하고 치료하는 일에는 열심이지만 우울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감정을 돌보는 일에는 미숙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폭력의 경우에도 가정이나 사회에서 폭력이 생겼을 때 폭력을 행사한 사람을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뜨겁지만 폭력의 근원이 되는 감정을 돌보는 일에 대한 관심은 미약합니다. 

폭력과 관련해서는 물리적인 폭력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폭력이란 단지 주먹 등 물리적 힘을 사용하여 상대방의 신체에 상처나 해를 입히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겉으로 드러나는 물리적인 폭력보다 언어를 통해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와 해를 입히는 일은 우리 주변에서 더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폭력의 저변에는 분노라는 감정이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최근에 인터넷 상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사이버 폭력도 분노가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우울증이나 폭력의 근원이 되는 감정을 돌본다는 말은 그 감정의 주체가 되는 인간의 마음을 돌본다는 말입니다. 인간의 마음을 돌보는 일은 손에 잡히거나 현미경 혹은 MRA 등의 의료기로 관찰할 수 있는 물질을 연구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다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울증이나 폭력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의 뇌와 분노한 사람들의 뇌를 MRA로 찍어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연구하고 분노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밝히는 것 등이 이 분야 연구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폭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과 우울증에 빠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입니다. 우울증이나 폭력을 예방하는 일 뿐 아니라 이미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 혹은 분노를 폭력적으로 표출하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들을 위해서도 그들의 마음을 살피고 돌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분노를 품고 살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함께 어떤 일들이 분노 감정을 일으키는지, 왜 분노가 생기는지, 분노는 어떤 다른 감정들과 관련이 있는지, 분노가 생겼을 때 구체적으로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등 마음을 돌보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본 칼럼을 통해 필자는 폭력과 우울증의 근원이 되는 분노에 대해 살펴보고 각 개인의 일상적인 삶에서 언제든지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인 분노를 건강하게 건설적으로 다룰 수 있는 여러가지 대안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분노에 대한 여러가지 대안들 중 하나인 용서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살펴보려고 합니다. 

분노는 불쾌한 일로부터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감정이기도 하지만 건강하게 건설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은 채 그대로 품고 있으면 자기자신을 파괴할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게 되는 위험한 감정입니다. 성경에는 분노와 관련하여 “화가 나더라도 죄를 짓지 말고 해가 지기 전에 곧 화를 푸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마귀에게 기회를 주게 됩니다.”(현대인의 성경, 엡 4:26-27)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구절에는 분노하는 일이 생길 수 있지만 분노를 마음에 품고 있으면 죄를 짓기 쉽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분노를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흘려버려서 사탄이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을 내어주지 말라고 권면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분노를 느끼는 것 자체는 죄가 아니지만 분노는 벗어버려야 할 감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골로새서 3장 8절에는 “이제는 너희가 이 모든 것을 벗어버리라. 곧 분함과 노여움과 악의와 비방과 너희 입의 부끄러운 말이라.”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분노를 계속해서 품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분노가 악의나 비방, 부끄러운 말들과 같이 상대방을 악하게 공격하는 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분노를 버리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분노를 품지 않고 벗어버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에게 왜 분노 감정이 생겼는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자신이 느끼는 분노 감정이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경우 우리는 분노라는 감정에 익숙해져서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상대방에 대해 분노하고 그 분노를 토대로 상대방을 공격하여 상대방에게 억울한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분노를 자신이 다루어야 하는 감정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도리어 분노의 지배를 받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우리 자신이 분노의 지배를 받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분노라는 감정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자신에게 분노가 생길 때 자신에게 생긴 분노에 대해 숙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면 분노를 파괴적으로 표출하지 않고 건강한 방법으로 다룰 줄 아는 능력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있는 분노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내면에 오랫동안 깊이 자리잡고 있는 분노를 발견할 수도 있는데 그런 분노는 우리의 인격 전체에 영향을 끼쳐서 우리의 삶의 여러 분야에서 여러 모양으로 분노의 열매들을 맺고 있을 수 있습니다. 분노를 이해하고 살피는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에 깊이 뿌리 박힌 분노의 문제를 찾아낼 수 있다면 우리는 그 분노를 바람직하게 다루는 방법을 통해 오래된 속박으로부터 자유와 치유를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박진경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객원교수, Family Alive 대표, 홈페이지: www.familyalive.ca, 이메일: inquiry@familyalive.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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