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The ChristianTimes

[특별기고] 아프리카로 떠나면서…

[특별기고] 아프리카로 떠나면서…

1997년 11월에 저희 가족이 밴쿠버에 왔으니 캐나다에 온지 벌써 24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흰머리가 없었던 40대 초반에 밴쿠버에 왔는데 어느 새 65세를 지났고 이제는 가끔 염색을 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1983년 9월, 27세의 나이로 경북대 조교수로 부임하여 강의를 시작한 이후 경북대에서 14년,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에서 24년을 근무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난 3월 19일 오후, SCS 501 “기독교와 환경문제” 과목의 필드트립을 마지막으로 현역으로서 VIEW 강의를 마무리했습니다. 이제 저는 8월 31일부로 VIEW 전임교수직에서 물러나 시간강사로서 필요할 때 일부 강의만 할 예정입니다. 

창립해서 20여 년 간 원장을 맡았던 VIEW 사역에서는 이미 2018년에 신임원장을 세워서 리더십을 물려주었습니다. 제가 2007년에 창간한 [창조론 오픈 포럼] 학술지는 이번 8월까지만 제가 편집장을 하고 그 후에는 다른 편집장을 세워서 편집 책임을 넘기기로 했습니다. 제가 1988년에 창간했다가 2018년에 복간 편집장을 맡았던 [통합연구] 역시 금년 11월부터 새로운 편집장 체제로 출발하게 됩니다. 2010년에 창립한 쥬빌리교회는 8월 31일부로 담임목사직에서 물러날 예정입니다.

제가 그 동안 맡았던 몇몇 직책들에 더하여 저의 분신과도 같았던 많은 연구자료들도 대부분 흩어 기증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1980년 8월, 한국창조과학회 창립준비위원회 참여를 시작으로 지난 40년간 창조론 연구에 매달렸습니다. 창조론 운동에 참여한지 오래지 않은 1981년 1월, 저는 창조론 연구는 인생을 걸만한 연구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언젠가 준비가 되면 제대로 된 창조론 연구서를 출간해 보고자 하는 “야심”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야심”이 2011년에 출간한 [다중격변창조론]을 시작으로 일곱 권의 창조론 대강좌 시리즈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일곱 권 중 다섯 권은 SFC 출판부를 통해 이미 출간되었고, 여섯 번 째 책은 다음 달에, 마지막 일곱 번째 책은 내년 상반기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저의 창조론 연구가 마무리되어감에 따라 저는 지난 1-2년 간 제가 소장한 많은 창조론 자료들(화석, 책, 학술지, 각종 모형, 포스터 등)을 어떻게 후학들, 특히 연구하는 후학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 대전에 있는 침례신학대학교로부터 제가 기증하는 자료들을 기초로 창조신학박물관을 만들겠다는 진지한 제안을 받게 되었고, 저는 흔쾌히 저의 모든 창조론 자료들을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3주일 동안 몇몇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창조론 자료들을 정성스럽게 포장했고, 드디어 지난 7월 6일, 운송회사 트럭이 와서 저의 창조론 자료를 담은 62개의 상자를 모두 싣고 갔습니다. 

창조론 자료에 더하여 나머지 영어책 1500여 권은 남부 아프리카 소왕국 에스와티니에 있는 에스와티니 기독의과대학교(Eswatini Medical Christian University, EMCU) 도서관에 기증하기 위해 상자에 넣어 포장하고 있습니다. 이 책들은 7월 16일에 EMCU로 보내어질 것입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자료들이 아깝지만 저의 인생 시간표를 살펴보니 이제 이 자료들은 저보다 더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넘겨주어야 하는 때가 된 것이 분명합니다. 사랑하고 베푼 것만 남는다는 이 평범한 진리를 이제야 조금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의 품을 떠난 모든 자료들이 후학들의 연구와 교육을 위해 귀하게 사용되기를 기대합니다. 

선생과 학자, 목회자로서의 삶을 정리하면서 이제 저는 저의 인생에서 마지막 하나님의 부름이라 생각되는 바에 순종하고자 합니다. 저는 8월 23일, 아내와 더불어 EMCU에 가서 대학행정 책임자(President and Vice Chancellor)로 섬기려고 합니다. 에스와티니는 남아공 내에 육지섬처럼 존재하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작은 나라이자 유일한 절대왕정 국가입니다. 총 116만의 인구에 경상북도보다 작은 국토를 가진 나라입니다. 

이 나라의 가장 큰 당면과제는 국민의 30%가 AIDS/HIV에 감염되어 있고, 감염자들 중 80%가 결핵에 감염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정확한 통계도 없는 상황). 그래서 요즘 시대에 드물게 국민들의 평균수명이 60세가 채 되지 않고, 거리에는 인구의 10%에 이르는 에이즈 고아들이 들끓고 있습니다. 그런 곳에서 EMCU가 그 나라의 첫 의과대학이자 유일한 의과대학이기 때문에 국가적인 관심이 지대합니다. EMCU는 36년 째 남부 아프리카에서 사역하고 계시는 아프리카대륙선교회(ACM) 김종양 선교사님이 개미 군단 후원자들을 모아서 2013년에 설립한 신생 기독교대학이며(www.emcu.ac.sz), 이제 4회 졸업생을 배출하였습니다. EMCU가 남부 아프리카의 의료와 선교의 허브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근래 에스와티니는 코로나바이러스 충격에 더하여 민주화 시위로 인해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보도에 의하면 민주화 요구 시위 과정에서 수십 명의 국민들이 보안군에 의해 살해됐다고 합니다. 에스와티니 국민들은 지난 6월 20일 국왕이 임명하는 총리를 민주적으로 뽑을 권리를 요구하며 평화적 시위에 나섰으나 정부가 이들의 청원을 거부하고 집회 금지령을 내리면서 6월 26일부터 과격 시위로 변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경제 중심 도시인 만지니와 산업 허브인 맛사파 등에선 일부 상점과 트럭이 불타고 약탈당했고, 국왕이 소유한 주류회사 건물이 불탔다고 합니다. 현재 에스와티니 정부는 ‘불법 시위’ 차단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습니다. 속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정치적 불안이 잦아들도록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설사 잦아들지 않더라도 저희 부부는 떠나고자 합니다. 일일이 개인적인 인사를 드리지 못함을 이해해 주시고, 생각나실 때마다 힘들어하는 아프리카의 이 작은 나라를 위해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양승훈 교수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