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The ChristianTimes

[특별연재] 행복을 당신 손 위에_인생의 훈련소

two yellow emoji on yellow case

Photo by Pixabay on Pexels.com

인생의 훈련소

6년의 열애 끝에 드디어 1996년 12월 7일 수표교교회에서 결혼했다. 그곳은 양가 부모님께서도 결혼식을 올린 장소로 1909년 9월 9일에 창립된 감리교회이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 예쁘고 엄숙한 교회 본당에서 결혼예식을 갖게 되었다. 신랑과 신부, 그리고 신랑 측 부모님과 신부 측 부모님을 사랑하는 지인들이 많이 오셔서 축하를 해 주셨다. 담임목사님 이신 김 목사님께서는 미국에서 목회하시다 오셨기에 결혼식도 서양식으로 이끌어 주셨다. 결혼식이 토요일에 있어서 결혼 첫날은 교회 근처인 친정집에서 보내고, 주일, 예배 후 부산을 거쳐 괌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다른 신혼부부 여러 팀과 함께 가는 여행이라 더욱 즐겁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온 것 같다. 

그러나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우리를 맞이한 것이 보금자리 신혼집이 아니라 인생의 훈련소일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나는 동화 속 주인공과도 같은 연애 시절을 보내고 이제 하나님의 사람, 그리고 사모로서의 혹독한 훈련의 시간과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교회의 모든 예배는 다 참여해야 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새벽예배, 수요예배, 금요 철야 예배, 주일예배, 속회 예배, 심방 예배 등등… 

가장 힘들었던 것은 새벽예배로, 산후조리 두 달 후 친정에서 오자마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모의 자리를 의무감으로 지켜야 했고 갓난아기와 함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즐거움이 사라지고 있었다. 게다가 예배를 드리기 위해 가로등도 없는 깜깜한 시골길을 혼자 걸어갈 때 칠흑 같은 어둠 속 여기저기서 사납게 울어 대는 개 짖는 소리가 너무 무서워,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기분도 들었다. 

신혼집으로 살게 된 곳은 지금의 경기도 화성시 원천동이라는 곳이다. 그냥 지명만 들어보면 수도권의 괜찮은 곳 같지만, 사실 그곳은 개발이 허용 안 되는 그린벨트 지역으로 꽤 깊은 시골이었다. 그리고 원천리(遠川里)라는 당시 이름의 한자 뜻이 물의 근원(根源)이 아닌 멀 원(遠)자로, 봄만 되면 물이 마르는 물이 귀한 동네였다. 마을 사람들이 흙집에서 살기도 하는 여러 가지로 열악한 곳이었는데, 나는 대도시에서만 자라고 살아서 사실 이런 시골은 처음이었다.

어떠한 마음의 준비도 없이 사모가 된 나에게 익숙한 생활환경마저 허락되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신혼집으로 살 집도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언덕 위 아름다운 교회, 그 옆 창고를 개조해서 우리 집을 만드는 중이었다. 

교회는 화장실이 밖에 있었고 남자 한 칸, 여자 한 칸으로 된 재래식 화장실이었다. 그 화장실은 곧 우리 집 화장실이기도 했다. 화장실 이야기가 나왔으니 생각나는 게 많다. 화장실 안에는 큰 똥파리들과 쥐들이 살고 있었다. 화장실 앞에 두엄을 쌓아 두니 아마도 똥파리가 많이 꼬였던 모양이다. 화장실을 가려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했다. 신문지를 준비해서 볼일을 보기 전 직사각형으로 뚫려 있는 구멍 밑으로 먼저 던져야 한다. 그래야 밑에 더러운 이물질이 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인들은 새로 온 전도사님 내외분이 살 집을 만들어 드린다고 창고를 개조하여 집을 짓고 있었다. 그동안 우리는 장로님 댁 방 한 칸을 얻어 살아야 했다. 아쉬운 것 하나 없이 대도시에서 살았던 내겐 하루아침에 급변화 된 환경의 적응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예민한 내 성격이 한 몫을 더했다. 

감사하게도 몇 개월이 지나자 우리만의 공간, 집이 생기게 된다. 기역자형으로 되어 있는 우리 집 주방은, 주말에는 교회 식당으로 사용되었다. 천장이 낮아 옷장을 들여놓을 수도 없었고, 우리의 살림집은 사람들이 하루 종일 일하는 바깥의 밭과 바로 붙어 있었다. 새벽기도가 있는 오전 4시 30분부터 우리 집 주변은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와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방 안에 있어도 방음이 안 되어 우리 이야기를 누군가가 듣는 것만 같았다.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