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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로 입양된 한인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영화 ‘포겟미낫(Forget Me Not)’

덴마크로 입양된 한인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영화 ‘포겟미낫(Forget Me Not)’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 1982년 덴마크로 입양

“영화를 만들면서 아이를 이렇게 포기하는 것은 한 사람의 결정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됐어요. 부모, 조부모, 친척, 학교, 의사, 사회 모두가 알고 있어요. 엄마의 비밀이 아닌 모두의 비밀이죠.”

한국 이름 신선희. 다큐멘터리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의 선희 엥겔스토프(39) 감독은 1982년 부산에서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덴마크로 입양됐다.

생모를 찾고자 방문한 한국에서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임신을 비밀로 한 채 출산을 기다리는 미혼모들을 마주했다. 이들로부터 과거의 엄마는 왜 먼 타국으로 입양 보냈는지 평생 가슴 한편에 품고 살아온 질문의 답을 찾고자 했다.

엥겔스토프 감독은 25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시사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감정이 북받쳐 올랐는지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힘겹게 목소리를 가다듬은 그는 “영화를 한국에서 선보이게 돼 가슴이 벅차다”며 “영화를 보는 내내 촬영했던 기억이 떠올랐고, 많은 엄마의 삶이 떠올랐다. 19살에 나를 낳고 입양 동의서에 사인한 엄마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 촬영은 제주도에 있는 미혼모 보호시설인 애서원에서 이뤄졌다. 엥겔스토프 감독은 2013∼2014년 애서원에 머무르며 미혼모들의 일상과 출산, 입양이 이뤄지는 과정을 직접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애서원을 ‘난생처음으로 한국에서 머물 수 있게 된 집’이라고 언급했다.

“사실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는 한국 사회에 대해 잘 몰랐어요. 한국에 처음 온 것은 2002년이었는데 달에 처음 착륙한 것처럼 충격적인 경험이었어요. 자라면서 아시아인을 만난 적이 없었고, 어쩌다 만나는 사람도 해외입양인뿐이었거든요. 제가 태어난 곳에서 처음으로 어딘가에 소속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소속감을 느꼈다는 것도 충격이었죠.”

영화는 미혼모들이 처한 현실을 들춰낸다. 출산 전후 아이를 직접 기를지 입양 보낼지를 두고 “모르겠다”는 답 밖에 내놓지 못하는 어린 엄마들.

아이를 지우라고 할까 봐 낙태가 불가능한 임신 7∼8개월이 돼서야 부모님께 임신 사실을 알린 미혼모도 있지만, 출산 이후 뚜렷한 계획은 없다. 아이를 키우려고 마음먹었다고도 더 좋은 부모를 만날 기회를 뺏는 것은 아닌지 망설이게 되고, 입양을 보내려다가도 왜 자신을 버렸냐고 아이가 원망할까 봐 두렵기도 하다.

결국 미혼모들은 아이의 조부모이자 자신의 부모 뜻을 따라 아이를 입양 보내는 경우가 많다. 한국 사회에서 딸이 미혼모라는 주홍글씨를 새긴 채 살아가길 바라는 부모는 없다. 아이를 떠나보낸 미혼모는 엉엉 울며 무너져내리기도 하고, 아이를 키우게 해달라며 부모에게 반항도 해본다.

엥겔스토프 감독은 “처음에는 나의 입양이 엄마의 결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찍으면서 엄마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며 “(입양은) 혼자 내린 선택이 아니다. 여러 사람이 관여돼 있다. 그래서 애서원에서 만난 엄마들을 비난할 수 없었고, 나의 엄마에 대해서도 조금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가 만난 많은 엄마가 아이를 키우고 싶어했지만, 여러 상황 때문에 아이를 키울 수가 없었어요. 미혼모들은 밤에 제 방에 찾아와 아이를 지킬 수 있을지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입양에 대해 질문도 했어요. 저의 엄마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이를 지킬 수 없었던 모든 여성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에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부제를 단 것처럼 엥겔스토프 감독은 생모가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밝혔다. 신복순이라는 엄마의 이름을 갖고 한 여성을 찾기도 했지만, 생모가 맞는지는 끝내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너무나 많은 미혼모가 한국 사회에서 침묵을 강요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비밀로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영화가 사회 인식을 전환하는 변화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출생률이 낮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굳이 해외로 입양 보내지 말고, 한국에서 돌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사 및 사진 제공_커넥트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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