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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원주민이해하기] 카누에서 만난 사람 – 웨스

카누에서 만난 사람 – 웨스

내가 웨스를 처음 만난 건 2016년 첫 카누 여정 때였다. 당시 저녁마다 전체 장기 자랑을 열었다. 유일한 외국인이었던 내가 원주민의 눈에는 신기하게 보였을 것이다. 서툰 영어로 어설프게 노를 젓는 모습이 그들의 관심을 끌었는지, 장기 자랑 시간에 나에게 한국 노래를 불러줄 수 있는지 물었다. 다소 쑥스러웠지만 앞으로 나가 국악 노래를 불렀다. 내 노래를 듣더니 꽤나 놀라는 눈치였다. 원주민 노래에 담긴 한이 국악에서 느껴진 것인지, 아니면 내가 노래를 잘 불러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은 내 노래를 좋아했고 휴대폰으로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나는 국악 노래 외에도 원주민 언어학교에서 배웠던 원주민 말로도 짧게 노래를 했다. 다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자, 한 남자가 찾아왔는데 그가 바로 웨스였다. 그는 부끄럽지만 자기 언어를 할 줄 모른다고 말하며 모국어를 배울 기회마저 짓밝혔던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모국어인 한국어로 노래하는 내가 무척이나 부럽다고 했다. 웨스는 Pulling Together 카누 행사에서 원주민 측 대표를 맡고 있었고, 누구보다 자존심도 강하고 자존감도 높은 사람이었다. 그런 이가 직접 찾아와 내가 모국어로 자유롭게 말하고 노래할 수 있음을 참으로 부럽다고 말한 것이다. 그는 자신들의 전통을 지키고 잃어버린 언어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그 일을 위해 스스로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통 북을 제작하고 다음 세대들에게 여러 전통 악기를 가르치고 있엇다.

내 노래를 찍은 녹화 장면을 보니 얼굴이 벌게질 만큼 부끄럽고 형편없이 느껴졌다. 하지만 웨스는 내가 어설프게 부른 원주민 노래에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자도 틀리고 음정도 원주민 노래 같지 않았지만, 웨스는 외국인인 내가 그들의 말로 노래를 불러준 것 자체에 고마워했고, 또한 자신도 언젠가는 한국 노래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 친구들이 올려놓은 동영상을 다시 내 SNS에 올렸다. 내 노래 영상을 본 한국인들이 엄청난 댓글로 화답했다, “왜 박자를 제대로 못 맞췄냐? / 그 노래는 굿거리 장단으로 해야 한다. / 원주민 노래엔 왜 가사가 없냐? / 원주민 노래는 뭔가 영적 어두움이 느껴진다…” 사람들의 댓글에는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이고 질책하는 코멘트가 많았다. 나의 부족한 노래 실력은 그렇다치고 원주민의 노래 자체를 기괴하고 어둡게 보면서 터부시하고 개선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이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요한 계시록에는 마지막날에 하나님이 모든 나라와 민족과 방언으로 다양하게 찬양받으시는 모습이 나온다. 마지막 날에 그 일이 이루어지게 하려면 지금부터 연습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많은 문화와 언어가 소위 주류에 밀려 사라지고 말살되는 환경 속에서, 남의 문화를 판단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관심을 가지고 배우고 알아가려 노력하는 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일이 아닐까. 많은 민족들이 자기 언어와 춤과 노래로 창조주를 찬양하기도 전에 제국주의적 기독교에 밀려 터부시되고 사라져버리지 않았던가. 자존심 강한 웨스가 한국의 노래를 들은 뒤 찬사를 아끼지 않고 심지어 배우고 싶어했듯이, 우리도 이 땅의 사람들이 오랜 세월 이어온 문화와 언어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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