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언어의 온도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란 책을 보면, 우리가 쓰는 언어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다고 합니다. 언어는 우리의 머리 뿐 아니라 가슴에도 새겨지기 때문에 언어의 온도는 참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은 입만 열면 듣는 사람의 마음을 싸늘하게 하는 차가운 언어를 주로 쓰는 사람들이 있고, 듣는 사람의 마음에 화상의 아픔을 선사하는 용광로처럼 펄펄 끓는 언어를 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의 언어의 온도는 따뜻합니다.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언어를 쓰는 사람은 항상 그가 있는 곳을 따뜻하게 만들죠.
한편, 김윤나 작가는 ‘말그릇’이란 책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말로 표현할 때 세 종류의 유형이 있다고 합니다.
a. 첫 번째 유형은 폭포수형으로 기분이 나빠지면 마음에 담아두지 못하고 일단 말을 쏟아내야 속이 후련한 분들입니다. “야 너 정신이 있는 거니? 없는 거니?, 도대체 엄마가 몇 번을 말했어? 내 말을 듣는거니? 안듣는거니? 꼭 지 아빠 닮아가지고.” 폭포수형의 전형적인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분들의 특징이 그래놓곤 꼭 ‘난 뒤 끝은 없어.’ 이런다는 겁니다.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으로 타인의 감정까지 경계 없이 휘젓는 사람들의 유형이 바로 폭포수형입니다.
b. 두 번째 유형은 호수형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인데도 호수형의 언어는 항상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뭐.”입니다. 그런데 호수는 고요하고 편안한 듯 하지만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지 않고, 고여만 있으면 결국에는 썩게 되죠. 마찬가지로 호수형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차곡차곡 쌓놓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면 결국은 아주 사소한 사건에 팍 터져버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c. 세 번째 유형은 수도꼭지형입니다. 시원하게 혹은 따뜻하게 물의 온도를 선택할 줄 알고, 적절하게 필요한 만큼 조절해서 감정의 물을 자신의 언어에 담아 흘려보낼 줄 아는 사람이 바로 수도꼭지형입니다. 급하게 폭발해서 상처주는 말을 막 내뱉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조건 ‘내가 말을 말아야지’하며 참지도 않고, 타인을 배려하며 적절한 말을 할 줄 아는 사람. 이런 수도꼭지형의 사람들을 만나면 난데없이 쏟아지는 뜨거운 물에 데이거나 느닷없이 쏟아지는 찬물에 놀랄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과의 관계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나는 어떤 유형에 속할까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우리가 소유한 언어의 온도는 몇도쯤 될까요? 부디 따뜻한 언어의 온도를 조절할 줄 아는 ‘슬기로운 언어생활’을 통해 내가 있는 공간, 내 사랑하는 가정, 교회와 일터를 편안하고 따뜻하게 만들 수 있기를 원합니다.
“여호와여 내 입에 파수꾼을 세우시고 내 입술의 문을 지키소서.” (시편 141:3)
Fullerton 나들목비전교회 권도근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