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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희년 이야기] 토지 사용권의 한시적 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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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사용권의 한시적 매매

레 25:14, “(땅을) 네 이웃에게 팔든지 네 이웃의 손에서 사거든 너희 각 사람은 그의 형제를 속이지 말라.”

‘팔다’(마카르)라는 동사가 땅을 목적어로 할 때, 그 뜻은 ‘소유권을 팔다’(sell)라는 뜻이 아니라, ‘사용권을 팔다’ 곧 ‘임대하다(lease)’라는 뜻이다. 토지는 다 하나님의 것이기 때문에(레 25:23), 토지 소유권은 오직 하나님께만 있으므로, 사람이 토지 소유권을 사고팔 수 없는 것이다. 오직 토지 사용권을 사고팔 수 있을 뿐이다. 

즉 사고파는 것은 토지 자체가 아니라 토지의 사용권일 뿐이다. 그리고 이 토지 사용권은 영구적으로 사고팔 수 없고(레 25:23), 다음 희년까지 한시적으로 사고팔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희년이 오면 토지 사용권을 사고판 계약 기간이 종료되기 때문에, 토지 사용권을 판 사람이 토지를 되찾는 것이다.

14절과 17절에 거듭 나오는 ‘속이지 말라’는 말씀의 본뜻은 ‘압제하지 말라’는 것이다. ‘속이다’로 번역된 히브리어 ‘야나’는 ‘압제하다’라는 뜻이다. 그럼 누가 누구를 압제하기 쉬울까? 부자가 빈자를, 강자가 약자를 압제하기 쉬울 것이다. 곧 부하고 강한 자들이 가난하고 약한 자들을 압제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 시대의 언어로 표현하면, 시장에 모든 것을 절대적으로 맡겨야 한다는 시장근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내포하고 있다. 

예컨대 흉년이 들었을 때, 가난한 사람들이 견디지 못하고 생존을 위해서 땅을 매각하려고 내놓아 일시적으로 많은 땅이 시장에 나올 수 있는데, 이처럼 땅의 공급이 크게 증가하는데 땅의 수요는 전과 같다면 땅의 가격이 폭락할 것이다. 그런데 이 시장 가격에 따라 부하고 강한 자들이 가난하고 약한 자들로부터 땅을 헐값에 사들이는 것은 바로 압제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이것을 금하신 것이다. 

‘속이지 말라’, 곧 ‘압제하지 말라’는 말씀은, 토지사용권 매매 가격을 결정할 때,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폭락한 가격이 아니라 정당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정당한 가격은 이어지는 구절에서 지금부터 다음 희년까지 남은 햇수, 소출의 다소를 좌우하는 땅의 비옥도에 따른 한 해 동안의 땅의 가치, 이 두 가지에 따라 결정되는 가격이다.

그럼 하나님이 토지 사용권을 다음 희년까지 한시적으로 매매하는 것은 왜 허용하셨을까?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빈자의 생존을 위한 사회 복지 측면의 배려이다. 가난한 사람이 몸이 아프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기업인 땅을 다음 희년까지의 토지사용권 가격을 일시불로 받고 팔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그 가족의 긴급한 생존을 위한 자금을 마련해 주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만약 하나님께서 토지를 영영히 매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음 희년까지 한시적으로 파는 것조차도 금지하셨다면 그 빈자의 가족의 고통은 경감될 수 없었을 것이다. 

둘째, “땅을 정복하라”(창 1:28)는 창조 명령의 수행을 위해서이다. 몸이 아프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땅을 놀려서 황폐하게 두지 않고 그 땅을 경작할 수 있는 다른 사람에게 다음 희년까지의 토지사용권 가격을 받고 파는 것은 평년에 땅을 경작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안식년과 희년에 휴경하여 땅이 안식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인 것처럼, 평년에 땅을 경작하는 것 역시 하나님의 뜻이다. 이는 마치 안식일에 사람이 일을 하지 않고 쉬는 것이 하나님의 뜻인 것처럼 평일에 열심히 일하는 것 역시 하나님의 뜻인 것과 같다. 

레 25:17, “너희 각 사람은 자기 이웃을 속이지 말고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라.”

‘하나님을 경외하라’는 말씀은 여기 토지법에서뿐만 아니라 대부법과 주택법(36절, “너는 그에게 이자를 받지 말고 네 하나님을 경외하여 네 형제로 너와 함께 생활하게 할 것인즉”)에서도 반복된다. 이처럼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것은 가난한 사람에게 땅값을 헐값으로 후려쳐서 사들이지 않는 것이고, 가난한 사람에게 이자를 받지 않는 것이면서 또한 가난한 사람을 집에 맞아들여 함께 사는 것이고, 가난한 사람을 엄하게 부리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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