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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희년 이야기] 희년과 평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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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과 평화(2)

사도 바울은 아테네에서 전도 설교를 하면서, 하나님이 인류의 모든 족속을 한 혈통으로 만드시어 온 땅에 살게 하시고 그들의 연대를 정하시며 거주의 경계를 한정하셨다고 선포했다(행 17:24-27). 인류는 한 가족이다. 인류의 모든 족속은 인류 대가족의 개개 구성원이다. 하나님이 인류의 모든 족속을 온 땅에 살게 하시고 그들의 연대를 정하시며 거주의 경계를 한정하신 것은, 마치 이스라엘 민족의 모든 가족을 그 나라의 온 땅에 살게 하시고 그 가족들의 연대를 정하시며 거주의 경계를 한정하신 것과 같다. 

그런데 이스라엘 민족 가운데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하여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그 대가 ‘끊어지는’ 가족들이 있는 것처럼, 인류 가운데에도 끊어져 사라지는 민족들이 있다. 이것이 “그들의 연대를 정하셨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민족의 토지평등권과 관련된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첫째는, 하나님이 인류의 모든 민족을 온 땅에 살게 하시면서 거주의 경계를 한정하심으로써, 모든 민족에게 토지평등권을 주셨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인류의 모든 민족 가운데 하나님의 뜻에 불순종한 민족은 하나님의 심판을 받고 끊어져 사라질 수 있으므로, 모든 민족이 하나님께 받은 토지평등권은 절대적인 토지소유권이 아니라 제한적인 토지사용권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그럼 이와 같은 사실을 염두에 두고 토지와 전쟁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자. 우치무라 간조(内村鑑三, 1861-1930, 일본)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군국주의로 치닫는 일본을 비판하며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외친 일본의 양심적인 그리스도인이다. 그런데 그는 1919년 1월 1일에 동경기독교청년회관에서 창세기 1장 1절을 강해하면서, 인류가 땅에 대한 하나님의 소유권을 부정한 채, 하나님의 땅을 도둑질하고 또 그 도둑질한 땅을 서로 빼앗으려고 다투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난다고 통찰했다. 

“‘태초에 신이 천지를 창조하시다.’ 실로 위대한 말이다. 이에 버금가는 말은 천상천하 기타 어디에도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신에 의해 창조된 우주는 말할 것도 없이 완전하다.……그렇다. 금도 은도 철도 동도 산도 숲도 들도 평원도, 그리고 그 안에 충만한 모든 것은 모두 신이 창조해 주신 것으로 그의 소유이다. 그런데도 인류는 대단히 소수자를 제외하고 그 외는 이 간단하고 명료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저들은 신의 창조물을 자기 것으로 간주하여 말하기를 내 산림, 내 평야, 내 가축 이라고.……전쟁의 기인(起因)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도적이 상호 서로 빼앗은 것을 다투는 것이다. 인류는 도적이다. 저들은 신의 창조해 주신 것을 빼앗아 이를 상호 간에 다투는 것이다. 인류가 신의 만물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 하기까지는 전쟁은 멈추지 않는다.……신은 무턱대고 함부로 닥치는 대로 천지를 창조하신 것이 아니다. 어떤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이를 창조해 주신 것이다. 의와 사랑의 신이 창조해 주신 천지라면 결국 의와 사랑을 실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신의 창조가 실패로 끝날 턱이 없다. 저가 영구히 이를 악인의 남용에 맡긴다는 것은 아무래도 생각할 수 없다.”(内村鑑三, “創世記第一章第一節”(1919년 1월 1일, 동경기독교청년회관에서 언급한 부분), 聖書之硏究 222号 (1919. 1. 10), 全集 24, 414-417; 박은영, 근대 일본그리스도교의 비전(非戰) 평화사상에 관한 연구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과: 박사학위논문, 2012), 100에서 재인용).

이와 같은 우치무라 간조의 평화 신학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태초에 하나님이 땅을 창조하셨으니, 땅은 모두 하나님의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하나님의 땅을 도둑질해서 자기 것이라고 속이며 살아 왔다. 이것이 바로 타락한 인류의 역사이다. 인류는 하나님의 땅을 훔친 도적이다. 전쟁이 일어나는 원인은 땅에 대한 하나님의 소유권을 부정하고 도적들이 서로 도둑질한 땅을 빼앗고자 다투기 때문이다. 인류가 땅에 대한 하나님의 소유권을 인정하기 전까지는 전쟁이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런 도적들을 하나님은 심판하심으로써, 하나님은 자신이 땅의 소유주이심을 선포하시고 평화를 창조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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