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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희년 이야기] 불의의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

man and woman in front of horiz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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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의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

누가복음 16장의 ‘옳지 않은 청지기’ 비유는 누가복음에서 가장 난해한 본문 중의 하나이다. 이 본문의 해석을 위해 두 가지 질문을 기준으로 삼으려 한다. 첫째, 이 본문의 청지기가 ‘옳지 않은’ 청지기인 이유는 무엇인가? 둘째, 이 본문의 재물이 ‘불의한’ 재물인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8절에서 그 청지기를 ‘옳지 않은’ 청지기로 표현한 이유는, 5-7절에서 그 청지기가 주인에게 빚진 자들을 위해 한 일 때문이 아니라 1절에서 주인의 소유를 낭비했기 때문이다. 곧 청지기로서 주인의 소유를 낭비했기 때문에 그 청지기가 ‘옳지 않은’ 청지기인 것이다. 그 청지기가 주인에게 빚진 자들을 위해 한 일이 ‘옳지 않은’ 일로 비난받는 것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그 일은 다음에 살펴보겠지만 ‘옳은’ 일이었다.

다음으로 예수님이 재물을 ‘불의한’ 재물로 표현하신 이유는 무엇인가? 신구약성경에서 ‘불의하다’는 단어의 기본 의미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불의한 재물’이란 하나님의 법을 어긴 채 그러모은 재물을 가리킨다. 모든 재물을 불의하다고 말씀하신 게 아니다. 

그럼 이 비유에 등장하는 재물은 구체적으로 어떤 율법을 어기고 모은 재물인가? 그것은 바로 이자금지법과 부채탕감법이다. 왜냐하면 ‘빚진 자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청지기가 주인에게 빚진 자들에게 탕감해 준 기름 50말과 밀 20석은 바로 이자금지법을 어긴 채 받은 이자 또는 부채탕감법을 어긴 채 지난 안식년에 탕감하지 않은 원금이기 때문에 ‘불의한’ 재물로 표현하신 것이다.

이 기름 50말과 밀 20석에 대해 혹자는 청지기가 받을 권리가 있는 수수료(커미션)로 해석하는데, 만약 그렇다면 ‘불의한’ 재물이 아니라 ‘의로운’ 재물로 표현되어야 마땅하다. 따라서 이 기름 50말과 밀 20석은 청지기의 수수료가 아니다. 청지기가 자기 수수료 몫을 주인에게 빚진 자들에게 탕감해 준 것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밀의 경우는 20퍼센트이긴 하지만 기름의 경우는 50퍼센트나 되는데 이처럼 많은 몫을 주인이 청지기에게 수수료로 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 기름 50말과 밀 20석은 율법에 의하면 청지기의 정당한 몫이 될 수 없는 부분, 또 주인의 정당한 몫이 될 수 없는 부분인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이자금지법을 어긴 채 받은 이자 또는 부채탕감법을 어긴 채 탕감하지 않은 원금인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님이 “불의의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고 하신 말씀은, 이자금지법을 어긴 채 받은 이자를 돌려주고, 부채탕감법을 어긴 채 탕감하지 않고 있는 원금을 탕감해 주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자금지법과 부채탕감법은 넓은 의미의 희년 경제법에 포함된다. 따라서 이 말씀은 한마디로 희년 경제를 실천하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런 해석은 누가복음 전체를 이해하는 열쇠인 ‘나사렛 메시아 선언’(눅 4:18-19)에 있는 ‘주의 은혜의 해’ 곧 넓은 의미의 희년과 일맥상통하는 해석이다. 

따라서 이 비유의 마지막에서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는 말씀(눅 16:13) 역시 희년 경제를 실천하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을 섬긴다고 하면서 정작 하나님이 명하신 희년 경제법을 어긴 채 불의한 재물을 모은다면, 그 사람은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재물을 섬기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재물을 섬기는 사람은 당연히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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