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부터 오는 표적
이방인 지역의 대표적인 도시인 두로에서 시작된 예수님과 제자들의 두 번째 짧은 배 여행(막 6:45-8:10)은 시돈과 데가볼리 지역 중앙을 지나 갈릴리 바다로 연결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곳에서 듣지 못하고 말하는 것도 어려운 사람을 고쳐 주셨고, 그 기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말을 통하여 이방인의 땅을 향한 새 창조의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또한 마가는 예수님께서 빵 일곱개와 물고기 몇 마리로 사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통하여 하나님 나라의 복음이 유대인 지역뿐만 아니라 이방인 땅에서도 전파되고 있음을 강조하였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은 세 번째 짧은 배 여행(막 8:14-26)을 시작하기 이전에 다시 유대인 지역으로 추정되는 ‘달마누타’(Dalmanoutha) 지역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막 8:10) 그리고 즉시 그(예수)의 제자들과 함께 배에 올라 달마누타 지방으로 가셨습니다. (Translated by YG Kim)
‘달마누타’ 지역은 마가복음 8장 10절에만 등장하는 지역의 이름으로 갈릴리 호수 근처의 정확한 위치가 알려지지 않은 지역입니다. 따라서 일부 신학자들은 이와 동일한 본문을 다루고 있는 마태복음 15장 39절의 말씀을 인용해서 ‘달마누타’ 지역이 ‘마가단’(Magadan)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주장을 합니다(R. T. France, The Gospel of Mark: A Commentary on the Greek Text, Eerdmans, Grand Rapids, 2002, 305). 만일 ‘달마누타’ 지역이 ‘마가단’ 또는 ‘막달라(Magdala; 마가단 지역의 또 다른 이름) 지역과 동일한 지역이라고 하면, ‘달마누타’는 갈릴리 호수 북서쪽에 위치한 가버나움과 디베랴 사이에 위치한 유대인 지역입니다.
가장 최근에는 영국의 레딩 대학교(University of Reading, UK)에서 Dr. Ken Dark 교수가 이끄는 고고학 팀이 ‘달마누타’ 지역으로 추정되는 장소가 현재 이스라엘의 ‘미그달’(Migdal) 근처로 전통적으로 ‘마가단’ 또는 ‘막달라’라고 불리는 지역과 동일하거나 인접한 마을이라는 해석을 제시하였습니다(K. K. Dark, “Archaeological evidence for a previously unrecognised roman town near the sea of Galilee” (Palestine Exploration Quarterly 145.3 (2013): 185-202).
예수님과 제자들이 달마누타 지역에 도착하였을 때 바리새인들이 등장하는 것은 이 지역이 유대인 지역이라는 명확한 증거입니다. 바리새인들이 예수님께 와서 ‘하늘로부터 오는 표적’을 요구하는 이유는 예수님을 시험해서 예수님과 논쟁하기 위함입니다(막 8:11).
(막 8:11) 그리고 바리새인들이 와서 하늘로부터 오는 표적을 그(예수)에게 요구하면서 그(예수)를 시험하기 위해서 그(예수)와 논쟁하기 시작했습니다. (12) 그러나 그(예수)는 자신의 영으로 깊이 탄식하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왜 이 세대는 표적을 요구하느냐? 내가 진실로 너희들에게 말한다. 이 세대에게 결코 표적이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13) 그리고 [그(예수)는] 그들을 떠나 다시 [배에] 올라 건너편으로 가셨습니다. (Translated by YG Kim)
바리새인들이 요구하는 ‘하늘로부터 오는 표적’은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기적’(dynamis: miracle)은 하나님의 능력이 예수님 안에서 역사함으로 나타나는 사건입니다. 특별히 마가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은 18가지로 열 네 번의 치유 사건과(막 1:23-26, 29-31, 32-34, 40-45; 2:1-12; 3:1-6, 7-12; 5:25-34; 35-43; 7:24-30, 31-37; 8:22-26; 9:14-29; 10:46-52), 두 번의 자연을 다스리는 능력(막 4:35-41; 6:45-52), 그리고 두 번의 유대인들과 이방인들을 먹이시는 기적(막 6:30-44; 8:1-10)입니다. 이러한 기적들이 일어났을 때 제자들과 예수님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의 반응은 놀라움(thauma: wonder)으로 표현되는데 이것은 예수님을 통한 하나님의 임재에 대한 인간의 반응입니다(막 1:27; 2:12; 5:20, 42; 6:51; 7:37; 9:15).
반면에 ‘표적’(semeion: sign)이란, ‘무엇인가를 알 수 있는 표시(sign) 또는 식별 표지(distinguishing mark), 증표(token), 또는 징후(indication)를 의미합니다. 마가복음에서는 ‘표적’이라는 단어가 총 7번 사용이 됩니다(막 8:11, 12*2, 13:4, 22; 16:17, 20). 특별히 ‘표적’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기적’과 반드시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며, 사람들로 하여금 관찰 가능한 외적 현상으로부터 확신이 있는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징후나 증표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바리새인들이 요구하는 ‘하늘로부터 오는 표적’은 하나님께서 예수님께 메시아의 사역을 명백하게 위임하셨다고 하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증표를 보여달라는 요청입니다.
이미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시면서 기적과 가르침을 통하여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증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리새인들은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을 보고도 표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우리가 생각해 보면, 바리새인들은 오직 토라와 이에 관한 장로들의 전통만을 자신들의 권위로 인정하고 있었기에 인간이 행하는 기적은 오히려 이단적인 징후로 간주하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바리새인들이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을 보면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을 마술로 간주하고 있거나(cf. 행 8:9-24), 또는 예수님께서 악한 영을 쫓아내는 사건을 이단의 표징으로 간주하였기 때문입니다(막 3:22-30).
이러한 논쟁 가운데에서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영으로 깊이 탄식하셨습니다. 마가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탄식하시는 모습은 이방인 땅에서 듣지 못하고 말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을 고쳐 주시는 장면에서도 긍휼하심의 표현으로 등장합니다(막 7:34). 그러나 예수님께서 바리새인들의 질문에 깊이 탄식하신 이유는 바리새인들을 향한 분노와 깊은 슬픔의 표현으로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지키기 위한 예수님의 내적 감정을 드러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탄식하시면서 말씀하시는 가장 첫 번째 내용은 “왜 이 세대는 표적을 요구하느냐?”라는 반문입니다. 특별히 ‘이 세대’(this generation)는 단순히 예수님 당시의 세대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광야에서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하고 넘어졌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불신앙과 반역을 동일하게 되풀이하고 있는 믿음이 없는 세대들과 유대 지도자들을 지칭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새인들의 믿음 없음을 책망하시기 위해서 “내가 진실로 너희들에게 말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십니다. 이 표현은 예수님께서 자신의 이름으로 하나님의 아들로서 권위를 가지고 선포하시는 내용이 진리(truth)임을 증명하는 표현입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내용은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직접 기적과 가르침을 통하여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임을 보여주고 계셨음에도 불구하고, 바리새인들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바리새인들이 예수님께 표적을 요구하는 이유는 표적을 통하여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믿기 위함이 아니라, 예수님을 시험해서 예수님과 논쟁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는 바리새인들의 질문에 믿음이 없는 세대에게는 결코 표적이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십니다(막 8:12d).
예수님께서 바리새인들에게 말씀하신 내용을 구약적 배경에서 생각해 보면, 예언자의 진실됨은 표적과 기적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예언자의 말이 성취됨에 따라서 결정된다는 사실입니다(신 13:1-3; 18:21-22). 만일 어떤 예언자가 표적과 기사를 보여준다고 할지라도 그가 백성들을 우상을 섬기도록 다른 신에게 인도한다고 하면 이러한 행동은 명백히 잘못된 표적과 기사이고, 그는 거짓 예언자입니다. 따라서 표적은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을 생각해 보면, 예수님께서는 바리새인들에게 표적을 보여 주시기 보다 진정한 믿음을 요구하고 계십니다. 예수님을 향한 진정한 믿음은 바리새인들이 자신들의 마음 속에 있는 예수님을 향한 불신앙을 버리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베푸신 가르침과 기적을 통하여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입니다. 진정한 믿음은 표적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순종과 신뢰를 기반으로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새인들을 향해 이렇게 말씀하시고 난 후에 다시 배에 올라 갈릴리 호수 건너편으로 가셨습니다(막 8:13). 이러한 행동은 예수님께서 더 이상 바리새인들과 대화하지 않으시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결론적으로 표적을 요구하는 바리새인들은 예수님께서 행하신 표적을 보고 예수님을 믿기 위함이 아니라 예수님을 시험해서 논쟁하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는 바리새인들의 요구를 거부하셨습니다. 또한 신명기의 말씀을 통해 우리가 깨닫는 것처럼 참된 예언자의 진실됨은 표적이 아니라 말의 성취에 따라 결정되어진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내포적으로 말씀하고 계십니다.
<함께 나누기>
- 예수님께서 빵 일곱개와 물고기 몇 마리로 사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베푸신 이후에 ‘달마누타’ 지역으로 이동하셨는데 이 지역의 이름은 마가복음 8:10절에만 유일하게 등장합니다. 예수님께서 이동하신 ‘달마누타’ 지역은 어느 지역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까?
- 마가복음에서 기적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습니까? 기적과 표적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 바리새인들이 요구하는 ‘하늘로부터 오는 표적’이란 무엇을 의미합니까?
- 바리새인들이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들은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을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까?
- 바리새인들이 예수님께 표적을 구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 예수님께서 바리새인들에게 표적을 주시지 않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 이유를 신명기의 말씀을 근거해서 설명해 보십시오. 예수님께서 바리새인들에게 요구하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복음에 빚진 자 김윤규 목사 (토론토 쉴만한물가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