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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세상돋보기] 잘 내려오는 것까지가 성공이다

close up shot of a magnifier and ma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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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내려오는 것까지가 성공이다

많은 산악인들의 꿈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 산맥의 14좌를 오르는 것이다. 이 봉우리들은 평균 해발 8천미터가 넘는 험준한 산들로 오르기도 어렵거니와 중간에 사고도 종종 일어난다. 14좌 중 해발 8092미터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름인 안나푸르나 산의 경우, 도전자의 사망율이 25.1%에 이른다. 평균 4명이 도전하면 1명은 중간에 혹독한 환경 가운데 견뎌내지 못하고 죽는 것이다. 사고 내용을 분석해 보면 많은 경우 어떻게 해서든 등반에는 성공한다. 그런데 성공하고 난 후 하산할 때 대부분 사고가 일어난다. 어떻게든 정상 등정만을 바라보고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 너무 늦게 내려와서 어두워져 길을 잃는다. 또 올라갈 때 힘을 너무 많이 쏟아 내려올 때 탈진하거나 기운이 소진하여 자칫 헛디디거나 실수를 해서 큰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7월 18일 열손가락 없는 장애인으로서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했던 김홍빈 대장의 경우도 그렇다. 마지막 남겨두었던 해발 8천 47m의 ‘브로드피크’ 봉우리를 정복하고 하산하던 중 그만 7900m 부근의 크레바스에 빠지는 사고를 당하고 만 것이다. 

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니 잘 오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잘 내려오는 것이다. 전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노오현 김승조 교수가 쓴 “항공기 사고 분석과 대책”이라는 논문에 보면, 그동안 전 세계에서 일어난 비행기 사고 2500건을 분석한 내용이 나온다. 여기 보면 이륙시 사고는 62건에 불과한 반면, 착륙시 사고는 229건으로 거의 4배에 가까운 수치다. 상승비행 때는 496건의 사고가 일어난다면, 하강비행 때는 795건, 거의 800건에 가까운 사고가 난다. 왜 이렇게 내려올 때 사고가 많이 일어날까? 착륙 때는 조종사의 판단 실수의 비율이 이륙 때에 비해 무려 2.5배나 높다. 올라갈 때는 긴장하고 주의하지만, 내려올 때는 이제 다 왔다는 안도감으로 이전처럼 긴장하지 못하고 방심하다 실수하는 것이다. 

우리 인생도 그렇다. 올라갈 때는 사력을 다해 올라가지만, 내려올 때 긴장을 풀었다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올라가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안전하고 아름답게 내려오는 것까지를 전체의 더 큰 그림으로 보아야 하는데 그것이 아쉽다. 잘 내려오는 것까지가 성공이다. 올 한해 열심히 달려갔다면 이제는 열심히 잘 내려가야 한다. 더 큰 그림을 바라보며 잘 내려오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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