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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향한책읽기, 박신일, 은혜가 걸어오다, 두란노, 2020

하늘향한책읽기, 박신일, 은혜가 걸어오다, 두란노, 2020

누군가가 본인에게 설교를 정의하라고 한다면 “설교는 설거지다”라고 말하고 싶다. 그릇이 사용된 후에는 반드시 설거지해야 한다. 온갖 찌거기와 기름 때가 벗겨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다시 사용될 준비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깨끗하지 않은 그릇은 사용할 수 없다. 성경에서도 하나님의 그릇(딤후 2:21)은 깨끗하게  준비되어져야 함을 강조한다. 

어떻게 하나님의 그릇이 깨끗해질 수 있을까. 영의 설거지를 통해 가능하다. 영의 설거지를 가능하게 하는 것을 설교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서인지 설교의 설자는 설거지의 설자와 동일한 설자라고 강조해서 주장해 왔다.  어쩌면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설교를 통해 주인의 쓰심에 합당하며 모든 선한 일에 준비되는 설거지된 깨끗한 그릇 되기를 소망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다보면 금세 오염되고 기름 때가 묻어 버린다. 인간을 연약한 그릇이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깨지기도 쉽지만 또한 더러워지기도 쉬운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그러다보니 영의 설거지를 잘 해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예배를 통해 그리고 그 예배 가운데 설교를 통해 우리의 영혼을 설거지하시길 원하신다.

그런데 어떤 설교는 영의 설거지를 정말 뽀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영이 깨끗해지며 순결해져서 다시 사용되어질 준비를 완벽하게끔 돕는 설교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반면에 어떤 설교는 설거지가 잘 안되어서 미끄덩 거리고 다시 사용하려면 꺼림직한 상태가 되는 설교도 있기도 하다.  

그런데 밴쿠버에서 영의 설거지를 잘하시는 목사님께서 이번에 책을 집필하셨다. 설교집은 왠지 손이 잘 안가는 것이 보통인데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덮석 책을 들고 읽게 되었다. 정말 잘 읽힌다. 그리고 책을 읽고 있노라면 우리의 영이 푹 뜨거운 물에 불었다가 박박대며 설거지가 되는 느낌이 든다. 안 떨어질 것 같은 오물도 흐물거리다가 이내 벗겨지는 것 같다.

특히 저자는 야곱이라는 수세미를 사용한다. 야곱의 이야기를 통해 영혼의 설거지를 시작한다. 성경의 인물을 통해 우리의 영혼을 돌아보게 한다. 자신을 깨끗하다고 생각하면 누가 설거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겠는가. 그러나 그 성경의 인물이 자신과 닮았고 우리 안에 있는 감추고 싶은 부분이 성경 인물로 인해 드러날 때 우리는 우리에게 설거지가 필요함을 알게 된다.

야곱을 누가 신앙적 영웅으로 생각하며 영적인 모델로 생각하는가. 이름 그 자체부터 ‘남의 것을 빼앗는 자, 속이는 자’이지 않는가. 그런데 저자는 야곱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가운데 우리를 찬찬히 살펴보게 한다. 우리의 추악함과 나약함이 그대로 드러나며 우리도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별 다를 것이 없는 존재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 

속고 속이며, 관계를 어그러 뜨리며, 죄 짓기에 빠르며, 버림받을 만한 모습을 통해 우리는 야곱의 이야기를 듣지만 우리 자신을 보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떨어지지 않는 욕심의 건더기와 거짓의 자국들과 기름진 얼룩들이 보인다. 저자는 이런 우리들을 향하여 부단한 경험과 강력한 내공으로 독자들의 영혼을 터치하며 설거지해 나간다.

야곱에게 임했던 하나님의 은혜야 말로 정결케 하는 세제와 따뜻한 물로 설거지하시는 과정이었음을 소개한다. 저자는 하나님께서 한 사람을 건져내어 하나님 나라를 위해 깨끗하게 준비된 그릇으로 바꾸어 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이 책을 통해 담아낸다. 깨끗한 그릇으로 쓰임받기 위해 영의 설거지가 절실한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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