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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하늘향한책읽기] 부모면허_박인경

하늘향한책읽기_박인경, [부모면허], 규장, 2021

우리 모두 ‘부모는 처음이다.’ 다시 말하면 부모는 모두 초보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에 보내주신 영혼인 자녀를 먹이고, 입히고, 돌보는 것은 분명히 요리하는 것이나 운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위대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저자 박인경 사모는 전문 요리사가 되기 위하여서도 자격증이 필요하고 운전하기 위해서도 면허가 필요한 것처럼 부모에게는 더더욱 자격증과 면허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 땅의 부모들은 모두 위대한 부모가 되어 가고 싶지만, 좌충우돌하는 위험한 부모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녀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지만, 오히려 감시를 더 집요하게 하는 부모로 변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진정한 부모가 되고 싶지만, 그저 좋은 성적을 위해서 하나님이 아니라 학원으로 내모는 학부모의 역할에만 충실한 모습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팬데믹을 지나오고 있는 이 시간들 속에서 더욱 부모의 역할이 중대해짐에도 아직 어떻게 자녀들과 지내야 하는 지 어쩔 줄 몰라하는 부모가 많아졌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한다. 네비게이션이 운용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네비게이션의 현재 위치를 찾는 것에서 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처럼 부모도 자신의 위치를 먼저 찾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왜냐하면 어느 네비게이션도 자기 위치를 모른다면 그 어떤 길도 알려줄 수 없는 고철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저자는 진정한 부모가 되려고 한다면 그 이전에 부부관계에서부터 자기 위치를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예를 들어, 운동화를 자녀에게 사주면서도 ‘아빠나 엄마의 수고의 땀과 노력으로 이렇게 좋은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니 오늘 저녁에 아빠(엄마)가 집에 돌아오시면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권면한다. 40여 년간 3천 쌍의 부부를 관찰해 온 존 가트만 박사는 처음 3분 간 부부간의 대화와 상호작용을 보면 96% 확률로 다툼의 결과를 예측해 낼 수 있다고 한다. 즉 부부와 자녀와의 대화에서 첫 3분이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그래서 집에서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기 위해서 저자는 ‘문 인사’법을 소개한다. 힘들게 일하고 돌아오는 부모에게, 공부로 인해 지쳐 처진 어깨로 집에 돌아오는 자녀들이 집으로 들어올 때 집에 있는 가족들이 문 앞으로 나가서 인사하고, 어깨를 토닥이며 안아준다면 첫 단추부터 제대로 시작하는 것이다. 이 ‘문 인사’를 하는 가정에서는 쉽게 가정의 언어폭력이나 다툼이 촉발되지 않게 된다. 

저자는 보통 부모가 자녀를 바라볼 때의 눈이 ‘택배를 받아보는 눈’ 같다고 표현한다. 택배 상자를 뜯어볼 때의 셀레이는 마음은 잠시일 뿐, 배달된 상품에 하자는 없는 지 내가 원하는 상품인지를 꼼꼼이 살펴보는 눈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자녀의 좋은 점 보다는 부족한 점만 확대해서 보며 다른 가정의 자녀들과 비교하기에 자신의 자녀를 한심하고 큰 걱정 덩어리처럼 보는 눈을 일컫는 말이다.  

 “왜 저런 자녀를 주셨느냐”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부모가 먼저 그 자녀를 품을 수 있는 그릇으로 준비되어지는 것을 저자는 ‘부모면허’라는 말로 우리에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가장 중요한 부모면허는 바로 관계 소통의 면허라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좋은 관계가 형성되어 있으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을 지라도 앞으로 좋아질 기회가 있지만 관계가 나쁘면 그 문제를 해결할 기회조차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좋은 관계를 잃지 않고 유지하는 방법 3가지를 이 책을 통해 소개한다. 첫 번째로 ‘문제 소유 가리기’라는 방법이다. 문제상황 발생시에 누가 문제를 소유했는 지를 확인하라는 것이다. 자녀가 학교에서 오자마자 문을 꽝 닫고 들어갔다면 지금 자녀의 감정이 힘든 상태이고 문제를 소유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자녀에게 화를 내기 보다는 ‘지금 누구의 감정이 힘들지? 누가 문제를 소유했지’를 생각하고 만약 자녀가 그 문제를 소유했다면 부모는 자녀의 말을 ‘들을 차례’가 먼저임을 알고 듣기부터 하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 ‘긍정적 나 전달’이라는 방법이다. 상대방에 대한 평가없이 “너의 행동이 나에게 이런 영향을 미쳐서 고맙다”라고 담담하게 말해 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딸이 설거지해주니까 엄마가 일찍 잘 수 있어서 고맙고 행복하다.” 이것은 자녀의 행동을 정확히 서술해주고 나에게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을 말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런 말하기는 특별한 의도된 것이 아님에도 가족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신기한 매력을 지녔다. 

세 번째로 ‘제3의 방법 찾기’라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중학생 딸을 깨우고 출근해야 하는 엄마는 잠자리에서 안일어나는 자녀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이 때 엄마와 딸이 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하는 것부터 시작하라는 것이다. 엄마는 ‘딸이 5분 안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좋겠다’고 말하고 딸은 ‘엄마가 자신의 이름만 불러서 꺠우지 말고 다른 방법으로 깨워주면 좋겠다’고 한다면 서로 원하는 것을 알았으니 이에 대한 중재안을 말해보라고 한다. 그 중에서 예를 들어 ‘다리와 발을 마사지해주는 5분 안에 딸이 일어나는 거다’라고 하면 서로가 내놓은 해결책이기에 책임감을 가지고 지켜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면허를 취득할 때 보통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이 있다. 만약 부모도 면허시험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필기시험을 준비하면 좋겠다. 부모로서의 면허를 취득하는 매뉴얼로 사용되기에 너무나 좋은 교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면허취득에는 실기시험이 중요하다. 실제의 삶 속에 과연 실천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 책에는 함께 따라하고 실천해 볼 실습을 많이 배치해 두었다. 면허는 원래 취득하기까지 힘이 들 수밖에 없다. 하물며 부모면허는 더욱 그렇지 않겠는가. 초보지만 진정한 부모가 되어 보기를 원하는 면허준비생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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