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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하늘향한책읽기] 러스 램지_렘브란트는 바람 속에 있다

하늘향한책읽기, 러스 램지, [렘브란트는 바람 속에 있다], 두란노, 2022.

이 책은 망가짐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총 아홉 명의 미술가가 등장하는 이 책에서는 망가짐으로 인한 상처가 등장한다. 빈센트 반 고흐가 정신병원에 입원한 그 시절에, 고흐는 140점 이상의 그림을 완성한다. 이것은 평균 사흘에 한 점의 그림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고흐는 자신의 가장 굴욕적이고 수치스러울 수 있는 모습인 자신의 귀를 직접 잘라버리고 붕대를 감아 버린 모습을 보여주는 자화상을 많이도 그렸다.

저자는 고흐의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 그림액자를 자신의 사무실에 걸어놓았다. 그 그림을 보면서 자신이 더 이상 자신의 자화상을 부정직하게 그리지 않겠노라고 다짐을 한다고 한다. 사실 이 작품이야말로 수치의 순간, 가장 도움이 필요한 순간, 가장 약함이 드러나는 순간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연약함과 망가짐을 온전히 드러냄이 오히려 우리 인간이야말로 상상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 존재라는 것을 보일 수 있는 기회임을 역설한다. 

저자는 아홉 명의 미술가(미켈란 젤로, 카라바조, 렘브란트, 요하네스 베르메르, 장 프레데릭 바지유, 빈센트 반 고흐, 헨리 오사와 타너, 에드워드 호퍼, 릴리아스 트로터)들의 삶을 한 명씩 탐구한다. 그리고 그들의 작품들을 칼러인쇄하여 설명과 함께 이 책에 실어두었다. 망가진 구석의 인생에서도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아름다운 작품을 세상에 선물로 주었던 미술가들이 등장한다. 망가짐 속에 아름다움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이런 숨겨진 아름다움을 고증적이고 실험적이며 탐구함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그런데 왜 아름다움인가?

세상의 철학자들은 추구했던 가치들 중에 피조물 중 인간에게만 있는 독특한 특성을 규명하려는 노력을 엄청나게 한다. 이런 산고의 노력으로 말미암아 정리된 것이 바로 ‘선(善), 진리, 그리고 아름다움’의 가치이다. 성경에서도 선, 진리, 아름다움이야말로 하나님을 알아가고, 하나님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본성도 선, 진리,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창조적인 일을 맡기셨다. 에덴 동산을 돌보고 다스리는 일이 아담에게 주어진 첫 사명이었다. 아담이라는 전 인류의 DNA 속에는 무엇인가를 아름답게 만들 때에야 비로소 주어진 본능에 참 행복을 느꼈다. 타락으로 인하여 모든 것이 붕괴되고 부패한 인간은 그 아름다움을 전락시켜 나가는 존재가 되었지만 여전히 에덴동산을 돌보고(cultivate) 아름답게 하려는 본능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인간은  “저거 보이니?”, “정말 아름답지 않니?”라고 말하면서 가장 가까이 있는 누군가와 공동체 안에서 아름다움을 나누고 싶어한다. 아름다움을 보게 된다면 누구라도 자기가 속한 그 공동체에 동일한 감동과 행복을 공유하고 싶어한다. 이런 일을 해내는 이들인 예술가들을 향한 동경이 있다. 그들을 통해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에 대한 오감이 깨어나며, 하나님에 대한 감각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시간과 공간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서양 미술사 중 약 500년 동안의 역사를 담아 내었다. 어떤 이들은 화려한 승리를 얻었던 사람도 있고, 절망으로 곤두박질쳐진 미술가도 있다. 최고의 작품이 도난당하기도 하고, 인종적인 차별로 인한 아픔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작품을 내놓기도 한다. 물감튜브가 발명되면서 실내에서만 그렸던 그림을 이제 햇빛이 내려쬐는 야외에서도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저자는 숨겨지거나 드러나게 되는 아름다움을 미술가들의 삶을 통해 펼쳐보인다. 페스츄리 빵처럼 겹겹이 쌓여있는 층층을 파헤치다 보면 그 안에 감춰졌던 미술가들의 이야기가 저자의 아름다움을 향한 분명한 손짓으로 말미암아 조금씩 드러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창조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넋을 잃었던 미술가들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미술작품이 창조되는 그 시간과 공간 속으로 독자들을 이동시켜 주기도 한다. 미술가들의 상상력이 하얀 화폭에 투영되고 모양 없던 돌이 깍여나가며 아름다움이 태어나는 그 창조의 순간에 동참하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신윤희 목사(하늘향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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