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망 없는 세상에 우리가 살아남은 이유”(사도행전 27:13-26)
새로운교회 여태동 목사
바울은 유대 지도자들의 모함을 받아, 가이샤라 감옥에서 2년을 지냈습니다. 그런데, 총독이 유대인 지도자들의 눈치를 보며 무죄판결을 내리지 않자, 바울은 로마에 가서 재판받기 위해 상소했습니다. 오늘 본문은 백부장 율리오가 바울과 죄수들, 군인들과 여행자들을 포함하여 총 276명을 데리고 로마로 가는 항로에서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 바울은 가이사랴 감옥에서 무라까지 갔다가, 무라에서 알렉산드리아 배를 타고 그레데섬 미항에 도착했습니다. 바울은 백부장에게 “지금은 강풍이 부는 시기이므로, 항해를 하면 배뿐만 아니라 우리 생명에도 타격을 입고 많은 손해를 볼 것”(10절)이라고 조언했습니다. 하지만 백부장은 뵈닉스로 가길 원하는 선장과 선주의 의견을 더 신뢰하여, 남풍이 순하게 부는 날에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유라굴로라는 큰 폭풍우가 일어나 장대비가 쏟아지고 파도가 배를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선장은 배의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했으나, “배가 폭풍에 휘말려서, 바람을 맞서 나아갈 수 없으므로, 우리는 체념하고, 떠밀려 가기 시작”(15절)했습니다. 선원들은 밧줄로 선체를 감아 배를 보호했습니다. 그러나 스르디스라는 모래톱에 걸리지 않기 위해 바다에 닻을 내릴 수 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배는 파도에 힘없이 떠밀려 갔습니다(17절). 선장과 선원들이 지식과 지혜를 다하여 발버둥쳤으나, 풍랑은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그래서, 배 안에 있던 화물과 기구까지 바다에 던졌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날 동안 해도 별도 보이지 아니하고 큰 풍랑이 그대로 있으매, 구원의 여망마저 없어졌더라”(20절).
▶여러분, 며칠동안 방향을 잃어버린 채, 폭풍우에 떠밀려 흔들리는 배를 상상해 보십시오. 그 배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지식과 경험을 다 해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하여, 소망이 없음을 깨닫고 망망대해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며 탄식하고 절망하는 사람들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들의 말할 수 없는 좌절과 절망, 두려움과 탄식이 느껴지십니까?
저는 방향과 목적지를 잃어버리고 흔들리는 배를 상상하면, 양심과 도덕성을 상실하여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이 시대의 사회와 국가를 보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 미국 텍사스의 한인 부부가 아들이 받은 선물을 바꾸려고 몰에 갔다가, 백인우월주의자, 아시안 혐오주의자가 난사한 총알에 맞아 3살 된 아들과 함께 죽었습니다. 한국의 어떤 청년은 길거리에서 칼을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낸 후, “나는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지만 잘 안되어, 세상이 미워서 그랬다”고 말했습니다. 온타리오 주택장관은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과정에서, 어떤 개발업자에게 특혜를 주는 등 전 세계의 많은 정치, 경제 지도자들이 불법과 억압과 불공정한 행위를 일삼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산업화로 인해 우리는 많은 상품을 소비하며 편리한 생활을 하게 됐지만, 글로벌 워밍으로 생태계가 파괴되어 창조세계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그 뜨거운 데스밸리에 큰 홍수가 났고, 캐나다 전역에 수 백 개의 산불이 활활 타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회와 국가라는 큰 배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목적지를 알 수 없고, 들리는 뉴스는 심히 흉흉하고 절망적입니다.
또한, 본문에 나오는 사람들, 즉 폭풍 앞에서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 폭풍을 이기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하여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 시대의 청소년, 청년, 사회적 약자들이 마음에 떠오릅니다. 인격보다는 스펙을 중시하는 사회, 명문 대학과 좋은 직장에 들어가 성공하기를 원하는 세속적 부모의 등살에 시달리는 자녀, 우수한 성적을 받기 위해 친구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학교생활, 대학졸업과 동시에 실업자가 된 청년들, 월급을 평생 모아도 집을 살 수 없는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 연애, 결혼, 출산, 주택 구입, 인간 관계, 꿈과 소망까지 포기한 청년들, 수십년 일해도 정규직이 될 수 없어 불안한 노동자들, 부익부 빈익빈과 고물가 때문에 계층 이동이 불가능한 현실 앞에서 분노와 좌절감을 느끼는 직장인들이 생각납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폭풍 때문에 흔들리는 배”처럼, 도덕적인 목표와 하나님 형상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채, 죄악 가운데 방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절망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 하지만, 오늘 본문을 보십시오. 그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바울은 탄식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놀라운 위로와 소망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이제 내가 여러분에게 당부합니다. 여러분 가운데 아무도 목숨을 잃지 않고 배만 손상될 것이니 안심하기 바랍니다.”(행27:22, 우리말성경)
여러분, 이 메시지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바울이 꾸며낸 말이 아니라, 전날 밤에 하나님의 천사가 바울에게 약속하신 말씀입니다.
“바울아, 두려워하지 말라. 너는 반드시 황제 앞에 서야 한다. 보아라, 하나님께서는 너와 함께 타고 가는 모든 사람의 생명을 너에게 맡겨 주셨다.”(24절앞, 새번역)
우리는 이 말씀에서, 폭풍 속 절망적인 상황에서, “하나님은 왜 바울을 끝까지 살리려고 하셨는지” 2가지 이유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 1. 바울에게는 로마에 가서 반드시 성취해야 할 하나님 주신 사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약 2년 전, 바울이 유대 지도자들 앞에서 재판받은 날 밤, 주님께서 환상 가운데 말씀하셨습니다. “용기를 내어라. 네가 예루살렘에서 나를 증거한 것처럼, 로마에서도 나를 증거해야 할 것이다”(행23:11, 현대인) 즉 하나님의 계획에 따르면, 바울은 반드시 로마까지 가야 합니다. 거기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증거하고, 하나님께서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죄사함을 받고 영생을 얻는 길을 열어 주셨다는 복음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이 바울의 사명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말씀은 곧, “바울이 로마에 가서 사명을 이루기 전에는, 사람이든 폭풍이든 그 무엇도 바울을 죽일 수 없도록 그의 생명을 지켜주겠다”는 약속의 말씀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자기가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최소한 로마에 가서 하나님 주신 사명을 성취할 때까지는 죽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 오늘의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살려 두신 이유는 하나님이 주신 사명 즉,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상이 아무리 힘들고 두렵고 절망적이라 할지라도, 바울처럼 하나님 주신 사명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성도를 하나님은 반드시 지키고 보호해 주십니다.
또한, 그 사명을 이루기 위한 은혜와 능력을 달라고 기도하는 성도를 하나님은 반드시 응답하시고 도와 주십니다. 왜냐하면 “너희 안에서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는 확신하노라”(빌1:6), 그 사명을 주시고, 그 착한 일을 시작하신 하나님께서 그것을 다 이룰 때까지 우리와 항상 함께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9세기 탐험가이자 선교사였던 리빙스턴은 “사람은 자신의 사명을 이룰 때까지는, 결단코 죽지 않는다”라고 외치며, 아프리카 오지까지 들어가서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감당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 주신 사명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까? “하나님께서 왜 오늘 하루 여러분의 생명을 연장시켜 주셨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습니까?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왜 하필이면 지금의 가정으로 보내셨는지, 왜 하필이면 지금의 일터와 학교와 교회로 보내셨는지, 거기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습니까?
아직 정확히 모른다면, 성경 말씀을 읽고 기도하면서, “여러분이 이 절망적인 세상에서 왜 죽지 않고 살아있어야 하는지, 이 방황하는 세상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십시오. 그래서 여러분이 반드시 살아야 있어야 할 이유와 사명을 깨달았다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포기하지 말고 푯대를 향해 달려가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그 사명을 주신 하나님, 약속에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매 순간마다, 환난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은혜와 능력을 주실 것입니다. 할렐루야!!
■ 2. 하나님께서 배에 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생명을 바울에게 맡겨 주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바울을 살려 주신 이유는 “미래의 사명” 곧 로마에 가서 복음을 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재의 사명”(Here and Now, 지금 여기에), 그와 한 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라는 사명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그러한 하나님의 뜻을 알았기 때문에 절망하며 탄식하는 사람들에게 외쳤습니다. 25-26절을 풀어서 설명하면, “여러분, 안심하시고, 용기를 내십시오. 하나님께서 여러분의 생명을 지켜주신다고 내게 말씀하셨고, 하나님의 말씀은 반드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 증거로서, 우리는 곧 어떤 섬에 도착할 것입니다”(25-26절)라는 위로와 소망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울은 지금, 그 짧은 메시지를 통해,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가”, 하나님의 성품과 속성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선교”를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은 보이지 않지만 불꽃 같은 눈동자로 우리의 현실을 지켜 보시는 “사랑의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고통받는 자를 외면하지 않고 고통에서 건져 주시는 “구속자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폭풍 속에서도 안전한 길로 인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전능하신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과 함께하시며 말씀으로 자기의 뜻을 보여주시는 “계시의 하나님”이시다, 한번 말씀하신 것은 반드시 지키시는 “신실하신 하나님”이시다, 등 하나님에 관한 지식과 진리를 비신자들에게 알리는 선교를 행했습니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바울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과 구속하심, 계시와 능력과 신실하심을 알고 믿게 됨으로써, 마침내 마음의 평강과 소망을 얻었습니다. 백부장과 군인들은 바울의 말을 하나님의 말씀처럼 신뢰하고 순종하게 되었습니다. 또, 바울이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하고 떡을 떼어 먹었을 때, 너무 절망하여 14일 동안 먹지 못했던 사람들이 바울의 행동을 본받아 떡을 먹고 힘을 얻었습니다. 그 후, 바울이 예언한 대로, 그들은 멜리데 섬에 안전하게 도착했습니다.
이와 같이, 바울이 전한 위로와 소망을 담은 하나님의 말씀, 그리고 바울의 지혜와 섬김 덕분에 276명이 한 사람도 죽지 않고 생명을 건졌습니다. 그 중에는, 바울이 전하는 복음을 듣고 구원받은 사람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흔들리는 배”(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하나님이 바울을 살려 두신 두 번째 이유였습니다.
▶여러분, 바울이 같은 배 위에서 고통받는 타인에게 지극한 관심을 가졌듯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들 중에 우리 사회의 가혹한 폭력과 차별, 미움과 혐오, 불법과 억압, 사회적 불평등과 분노로 인해, 폭풍 속에 놓인 배처럼 삶의 방향을 잃고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있습니까? 폭풍처럼 무섭고 치열한 경쟁 때문에 시달리고, 비교 의식 때문에 열등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까?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가난과 질병, 개선할 수 없는 어두운 환경과 사회적 신분, 쓰라린 실패와 좌절 때문에, 절망하고 탄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까?
여러분, 그들은 이 사회, 이 나라, 이 지구라는 “흔들리는 배” 위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운명 공동체입니다. 하나님께서 바울에게 “같은 배를 탄 276명의 생명을 구하라”는 사명을 주신 것처럼, “두려움과 절망 속에 탄식하는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고, 사회적, 영적 고통으로부터 그들을 구속하라. 그래서 그리스도 안에서 복되신 하나님을 땅끝까지 전파하라”는 선교적 사명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복음주의 신학자이며 존 스토트의 후계자, 크리스토퍼 라이트가 말했습니다.
“선교 과업은 하나님을 알리는 일이므로, 그것은 사람들에게 축복과 선을 가져다 주는 일이다. 교회(하나님의 백성)는 아브라함의 축복을 받은 자로서 그 축복을 전달하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하나님의 선교, 160 & 하나님 백성의 선교, 94)
여러분, 하나님과 그리스도께서 위임하신 선교적 사명(마 28:19-20)에 순종하길 원한다면, 바울처럼 애타는 긍휼의 심령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십시오. 놀라운 능력과 세밀한 사랑으로 우리를 삶의 고통에서 건져 주신 구속자이자 복의 근원이신 하나님을 그들에게 알리십시오.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복음에 관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들에게 전파하시기 바랍니다. 세상은 어둡고 절망적이지만, 예수를 믿고 하나님과 동행하면 영원한 생명과 평안과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진리를 여러분의 삶으로 보여주십시오. 그래서 하나님의 사랑과 평화와 소망을 온 세상에 알리는 하나님의 대사가 되고, 예수님의 복음을 삶으로 증언하는 그리스도의 편지가 되시기 바랍니다.
뿐만 아니라, 재물과 지식, 건강과 재능, 그리고 시간까지 하나님이 주신 모든 은혜와 축복을 이웃에게 흘려보내십시오. 바울이 떡을 먹이고 돌봄으로 사람들을 안전한 섬으로 인도했듯이, 절망과 탄식에 빠진 자들에게 떡을 먹이고,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며, 시간과 재능을 바쳐 섬김으로써 그들을 고통에서 구속하십시오. 그리고 그들도 우리처럼,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하나님 나라 안에서 위로와 소망을 얻어 행복하게 사는 날이 속히 올 수 있도록 기도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 이것이 바로 소망 없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또한 이것이 나쁜 소식이 넘쳐나는 시대 속에서 예수님의 좋은 소식(복음)과 하나님의 빛을 온 세상에 비추는 우리의 선교적 사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