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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가본것같은 성지순례] 엔게디 (En Gedi)

엔게디 (En Gedi)

다윗이 사울왕을 피해 숨었던 곳으로 알려진 엔게디(עֵ֥ין גֶּֽדִי)는 “어린 들염소의 샘”이란 뜻이며, 이스라엘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엔게디 산꼭대기로부터 깊은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은 다윗 폭포(David waterfall)와 낮은 폭포(lower waterfall)를 이루고 있으며, 목이 마른 광야의 동물들에게 쉼을 제공한다.  이곳을 방문하면 쉽게 볼 수 있는 이 동물들은 들염소(Nubian Ibex), 사슴(Gezel) 그리고 사반(Rock Hyraxes) 등이다.

대체로 건조한 기후와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유대광야에서 목마르고 힘들 때 시원한 오아시스를 만난다면 감격의 눈물이 흐를 정도로 반가울 것이다. 엔게디는 유대광야 동쪽, 사해바다 서쪽 해안가에 위치한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오아시스이다. 산 정상 부근에서 솟아오르는 어린 염소의 샘(En Gedi), 다윗 폭포 남쪽 절벽에 위치한 슐라밋 샘(En Shulamit), 와디(간헐하천) 다윗으로 흘러내리는 다윗 샘(En David), 그리고 와디 아루곳(Wadi Arugot)으로 흘러내리는 아루곳 샘이 모여서 엔게디 오아시스를 이룬다. 이곳은 원래 가나안의 아모리 족속이 살던 곳으로 하사손다말이라고 불리우던 곳이다. 히브리어로 대추야자는 ‘타마르’(תָּמָֽר)이고, ‘대추야자 가지치기’란 뜻의 ‘하사손다말’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지역은 성경시대로부터 지금까지 대규모 대추야자 농사가 엔게디 수자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들이 돌이켜 엔미스밧 곧 가데스에 이르러 아말렉 족속의 온 땅과 하사손다말에 사는 아모리 족속을 친지라(창 14:7)

엔게디 정상 인근에는 5천년 전부터 사용하던 산당이 있었고, 어린 염소의 샘과 슐라밋 샘 사이에서 그들의 제의 의식에 사용되던 기구가 대량으로 엔게디 근방 미크베 동굴(Mikveh Caves)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러한 증거가 사사시대 전부터 사람들이 살던 곳임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다윗이 사울 왕의 추격을 피해 이곳으로 왔을 때, 엔게디 오아시스에 살던 사람이 사울에게 그 소식을 전했던 것이다.

사울이 블레셋 사람을 따르다가 돌아오매 혹이 그에게 고하여 가로되 보소서 다윗이 엔게디 황무지에 있더이다 (삼상 24:1)

사울은 그의 군대 삼천을 거느리고 다윗과 그의 사람들을 찾으러 들염소 바위로 찾아 나섰다. 엔게디 국립공원에 입장해서 다윗 폭포로 올라가는 트레킹 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콘테이너 만한 바위들이 아슬아슬하게 두 산 사이 계곡 사이에 걸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이 바로 들염소 바위다.  이 바위 사이로 누비안 이벡스(Nubian Ibex)라는 뿔이 크고 휘어진 들염소 무리들이 가끔씩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윗은 그 계곡 사이의 어느 동굴에 숨었고, 사울 왕은 볼일을 보기 위해 다윗과 그의 무리가 있는 ‘양의 우리’라고 일컬어지는 동굴로 들어갔다 (삼상 24:3).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 라는 한국 속담을 성경에 적용한다면, ‘원수는 화장실에서 만난다’ 라고 해야 할 것이다. 현대 이스라엘에는 엔게디 물을 정수하여 ‘엔게디 상표’ 생수로 만들어 전국에 판매하며, 엔게디 키부츠 호텔과 그에 딸린 수많은 식물들에 물을 주고 있다. 이렇게 많은 물이 흐르는 깊고 좁은 계곡 사이로 3천명의 사람들이 다윗과 그의 무리들을 찾는다고 난리법석이 났다. 그런 가운데 사울 왕은 비탈을 어렵게 타고 올라가 밖에선 안이 보이지 않는 동굴 안에서 볼일을 보느라 다윗이 그의 겉옷 자락을 가만히 베어도 모를 수밖에 없었다 (삼상 24:4). 다윗은 여호와의 기름 부음을 받은 자에게 손을 대는 대신에 그의 진심 어린 말을 사울이 들을 수 있게 건너편 산에서 외쳤다.

나의 아버지여 보소서 내 손에 있는 왕의 옷자락을 보소서 내가 왕을 죽이지 아니하고 겉옷자락만 베었은즉 나의 손에 악이나 죄과가 없는 줄을 아실지니이다 왕은 내 생명을 찾아 해하려 하시나 나는 왕에게 범죄한 일이 없나이다 (삼상 24:11)

한국의 산은 너무 높고 산과 산 사이의 계곡은 너무나 넓다. 그러나 유대 광야에 위치한 엔게디의 계곡은 산과 산 사이가 깊고 좁아서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눠도 충분히 들리는 것이다.  사울은 소리 높여 울며 깊이 회개하고 다윗에게 잠시나마 축복과 감사의 말을 전했다.

내 아들 다윗아네가 오늘날 내게 행한 일을 인하여 여호와께서 네게 선으로 갚으시기를 원하노라 (삼상 24:16-19)

원수를 응징할 결정적인 기회가 있었지만 여호와의 기름 부음 받은 자를 해할 수 없다고 결심한 다윗은, 후에 큰 허물과 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성경에 기록되었다. 그 현장인 엔게디는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원수를 용서한 곳으로 다윗의 후손임을 자랑스러워하는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장소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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