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리고(Jericho)
갈릴리로부터 요단계곡을 따라 남쪽 홍해 근방의 에일랏까지 가는 길 곳곳에 키가 큰 나무들이 대규모로 심겨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바로 대추야자(Date Palm) 농장들이다. 이 대추야자 농장들을 바라보며 여리고에 들어서면 그 도시 자체를 설명하는“Jericho, City of the Moon (여리고, 달의 도시)” 글귀가 도시를 대표하듯 적혀있다. 여리고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알려져있다. 여리고란 말은 가나안의 달신(god of the Moon) 의 이름이었던 야라하(יָרֵחַ )에서 파생한 이름이다. 가나안 사람들이 믿었던 달신, 야라하는 저녁 이슬의 공급자였고 여신인 니칼(Nikkal)과 결혼했다. 야라하의 이슬은 광야에 있는 과수원에 많은 꽃이 피도록 했다. 가나안 시대의 동일한 어근에서 파생한 “레악”은 향기를 뜻한다. 그러므로 ‘여리고’란 이름은 과수원의 꽃들의 향기와 달신이란 이름의 결합인 것이다.
여리고의 말 뜻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이 도시의 중앙시장에는 온갖 과실과 채소들이 풍성하다. 바나나, 오렌지, 자몽, 토마토, 가지, 사과망고, 레몬, 감자, 오이, 배추 등이 있는데 그 중 이스라엘 최고의 특산품들 중 하나는 종려나무 열매이다.
남방과 종려의 성읍 여리고 골짜기 평지를 소알까지 보이시고 (신 34:3)
모세가 느보산의 비스가 봉우리에 올라가 내려다 본 가나안 땅의 비옥한 모습은 종려나무로 뒤덮힌 오아시스 도시, 여리고였다. 광야에 펼쳐진 종려나무가 대규모로 자라나는 모습은 그에게 경이로웠을 것이다. 여리고가 여호수아에 의해 파괴되기 전부터 “종려나무의 도시”라고 불렸는데 그 이유는 해수면으로부터 230미터 낮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산소가 많고,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도 춥지 않아 나무가 자라나기에 최적의 날씨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 공식 명칭이 술탄의 샘물(Ein es-Sultan)인 엘리사의 샘(Elisha’s Spring)으로부터 1년내내 공급되는 샘물로 인해 대규모의 대추야자 나무들이 자라날 수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타마르를 번역하면 대추야자나무가 되는데, 한글성경에는 종려나무로 번역이 되어 있다. 종려나무는 학명이 트라키카프스 엑셀(Trachycarpus Excels)이라는 나무로 원산지가 “중국 또는 일본”이고, 한국에서도 정원수로 사용되는 나무이다. 잎사귀가 넓은 부채살 모양으로 되어 있고, 열매는 열리지 않는다. 그런 반면에 실제로 대추야자 나무의 학명은 피닉스 덱티리페라(Phoenix dactylifera )라는 야자수과의 나무다. 피닉스는 그리이스 신화에 나오는 새로, 아침에 해가 떠올랐다가 저녁에는 지고 다시 아침에 솟아오르는 것처럼 날마다 다시 살아나는 새가 피닉스이다. 이 대추야자 나무가 피닉스, 즉 불사조와 같다는 뜻이다. 실제로 대추야자 나무는 불에 타도 죽지 않는다. 죽은 것 같지만 또 다시 자라나는 나무이며 그만큼 생명력이 강한 나무인 것이다.
그런 종려나무의 도시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특별한 방법으로 멸망했다(수 6). 하나님은 그들의 손에 종려나무의 성읍을 넘기셨고 여호수아는 그 성을 불사름으로 하나님께 그 도시를 번제로 드렸던 것이다. 여호수아는 그 도시를 다시 세우는 자는 저주를 받으리라고 선포한다. 성벽이 사람의 힘이 아닌 하나님의 전적인 역사함으로 무너진 사건은 성경에서 여리고성의 무너진 사건 이외에는 어디서도 발견할 수가 없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요단강을 건넌 직후 길갈에 머물게 되었는데, 길갈에서 그들이 처음 행한 것은 할례였고, 가나안의 강력한 성읍이 있던 여리고 근방에서 낫기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온 백성에게 할례 행하기를 필하매 백성이 진중 각 처소에 처하여 낫기를 기다릴 때에 (수 5:8)
야곱의 아들, 이스라엘 자손들은 할례에 대해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세겜이 디나와 결혼을 하기 위해 세겜과 그의 모든 남자가 할례를 받았다. 제 삼일에 디나의 오라비 시므온과 레위가 각기 칼을 가지고 가서 성을 엄습하여 세겜의 모든 남자들을 죽였다.
칼로 하몰과 그 아들 세겜을 죽이고 디나를 세겜의 집에서 데려 오고 (창 34:26)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 땅에 들어오기 전에 할례를 행한 것이 아니라, 애굽에서 나온 뒤 광야에서 태어난 자는 요단강을 건넌 후에 여리고 성읍 근방에서 할례를 받았던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이런 순종의 모습을 기쁘게 받으신 것은 아닐까?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 땅의 전쟁을 앞두고 무방비 상태에서 하나님만을 바라보고 할례를 행했다. 그들의 이런 신실한 모습을 보시고 하나님께서는 직접 전쟁에 임하신 것이 아닐까?
이에 백성은 외치고 제사장들은 나팔을 불매 백성이 나팔 소리를 듣는 동시에 크게 소리질러 외치니 성벽이 무너져 내린지라 백성이 각기 앞으로 나아가 성에 들어가서 그 성을 취하고 (수 6:20)
거대한 성벽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존하고 믿고 나아갈 때, 저절로 무너져 내렸다. 우리 안에 해결해야 할 성벽이 있는가? 그의 앞에 죽기를 각오하고 먼저 순종으로 나아갈 때, 나의 앞에 있는 문제의 성벽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릴 것이다.
글, 사진_ 이호일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