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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가본것 같은 성지순례] 가이사랴 빌립보 (Caesarea Philippi)

가이사랴 빌립보 (Caesarea Philippi)

가이사랴 빌립보는 헤롯빌립이 로마의 황제 가이사에게 바치는 도시라는 뜻이다.  기독교인들에게 는1세기에 불리던 지명 가이사랴 빌립보가 친숙하지만, 현재 현지에서는 이곳을  바니아스(Banias)라고 부른다.  이곳은 로마시대까지 가이사랴 빌립보라 불려지다가 서기 7세기 이슬람에 지배당하기 시작하면서 가나안 시대의 이름으로 돌아간다. 아랍사람들이 파니아스(Panias)의 P발음을 어려워해, 지금은 바니아스(Banias)로 불려지게 되었고 1년내내  이곳에서 솟아나는 샘물은 요단강으로 물이 공급되고 있다. 

이곳에 처음 사람의 흔적이 남겨진 때는 가나안 시대였고, 천둥과 번개의 신 바알(Baal)을 경배하는 장소였다.  알렉산더 대왕이 중동을 제패한 후, 기원전 2세기 이후 그리스의 판신이 동굴에서 숭배되던 이곳은 파니온(Panion)이라 불렸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판신(god Pan)은 들판, 음악, 염소 목양, 사냥 그리고 쾌락의 신이었는데, 얼굴은 사람이고 몸은 염소였다. 그의 얼굴은 너무도 못생겨서 바라보는 사람들마다 경악했고 여기에서 나온 말이 패닉(Panic)의 기원이 되었다.   목양과 들판의 신을 섬겼던 이곳엔 여기저기서 목자들이 부는 피리 소리가 그리스의 신 에코(Echo)의 울림처럼 도시에 메아리 쳤을 것이다.

바니아스 국립공원에 도착하면 수정과 같은 생수가 흐르는데, 순례자는 그 물을 따라서 큰 동굴 앞까지 이르게 된다.  지금은 가이사랴 빌립보에서 터져나오는 샘이 무화과 나무들이 심겨진 땅속에서 터져 나오지만, 고대에는 이 동굴 안에서 물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지금은 시리아 아프리카 계곡에서 발생한 지각변동으로 샘물의 위치가 달라져 있지만 과거에는 판신의 동굴에서 물이 터져 나왔던 것이다.  고대 사람들은 들판의 신인 ‘판’에게 염소를 희생시켜 그 동굴 안에 던졌고, 염소가 물 위로 떠오르면 판신이 희생을 받은 것이고, 만일 그렇지 않다면 제사를 안 받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곳은 시리아의 왕 안티오쿠스 3세가 기원전 200년경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를 물리쳤던 곳이라고 그리스 철학자 폴리비우스(Polybius)가 언급한 장소이기도 하다. 유대인 역사가 요세푸스는 이곳에 대해 말하길, ‘흰색 돌로 건축된 가장 아름다운 신전 건물이 큰 동굴 앞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 동굴 안은 놀라울 정도로 깊고, 물로 가득 차 있고, 이 물이 요단강의 근원이다’라고 그의 책 ‘유대전쟁사’에 기록해 놓았다. 이곳은 원래 다메섹의 지배자 제노도러스(Zenodorus)가 통치하고 있었는데, 그가 죽은 후에 로마의 옥타비아누스 황제는 이 도시를 헤롯에게 주었고, 헤롯은 옥타비아누스 신전을 이곳에 세웠다. 그가 기원전 4년에 죽은 후 이곳은 그의 아들 빌립이 통치하게 된다.

요세푸스는 이곳에 대해서, “요단강의 물근원 주위로 빌립이 도시를 건축했는데 로마의 황제 티베리우스에게 헌정하는 도시라고 해서 가이사랴 빌립보라 이름지었고, 그것은 지중해변의 항구도시 가이사랴(Caesarea)와 구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이 가이사랴 빌립보 위쪽으로는 겨울 우기에 눈으로 덮힌 헤르몬산이 있다. 헤르몬의 이슬, 비, 그리고 눈 녹은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4개의 요단강 물 근원을 이루는데, 그것들은 이욘강 (Nahar ‘Iyon), 스닐강(Senir), 단샘(Ein Dan) 그리고 가이사랴 빌립보의 샘이다. 이 물들이 남쪽으로 흘러 훌라분지, 갈릴리 바다를 이루고, 계속 남쪽으로 흘러 하부 요단강을 형성하며 마침내 사해바다에 이른다. 

기원전 11세기경 이 도시 주변에 단 지파가 살았을 때, 두로와 시돈과의 무역과 정치적인 관계 때문에 아마도 천둥과 번개의 신 바알신을 섬기는 풍습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기원전 9세기 엘리야와 바알 선지자의 갈멜산에서의 대결은 바알이 아닌 엘리야의 하나님이 천둥과 비를 주관하시는 신이란 것을 증명했다. 이 사건과 마찬가지로, 예수님은 해변길이 지나가는 교통과 무역의 중심지이며 타지의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 이방인의 신들 이야기로 가득한 가이사랴 빌립보에 제자들과 함께 오셨다. 한쪽은 천둥과 번개의 신 제우스 신전, 그리고 반대쪽은 헤르몬산의 빗물과 눈 녹은 물이 흘러 터져나오는 요단강의 샘물, 이 사이에 서서 주님은 제자들에게 질문을 던지셨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시몬 베드로가 대답하여 가로되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 (마 16:15-16)

천둥과 번개의 신인 바알이 헤르몬산에 눈과 비를 내려 요단강에 물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그가 눈과 비를 주관하며 마르지 않는 생수의 강을 공급하시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임을 베드로의 고백을 통해 말씀하신 것이다.

글, 사진_ 이호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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