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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가본것같은 성지순례] 갈릴리 바다(Sea of Galilee)

갈릴리 바다(Sea of Galilee)

이스라엘에 오시는 순례자들이 깜짝 놀라는 장소 중의 하나로 갈릴리 바다가 있다. 욥바 앞 지중해 바다를 보고 ‘갈릴리 바다’냐고 묻는 순례자도 있었고, 가이사랴 앞 지중해 바다를 설명을 듣고 나서도 ‘갈릴리 바다’라며 반가워 뛰어 가는 순례자도 있었다. 그만큼 갈릴리 바다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순례자들의 기대감을 전혀 실망시키지 않는 곳이 바로 갈릴리 바다이다. 그 아름다움과 성경의 사건들이 연결이 되면서 감탄사가 절로 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순례자들은 2천년전 갈릴리의 어부들이 탔던 고깃배를 원형으로 만들어진 유람선을 타고 선상예배를 드린다.

구약성경에서는 이 바다를 가리켜 ‘하프’라는 뜻의 긴네렛 바다(수 13:27)라고 불렀다. 갈릴리 바다의 모습이 바다 인근 아르벨산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면 생긴 모습이 하프를 닮았다. 동서간의 길이는 13km 이고 남북간의 길이는 21km, 총 둘레는 53km여서, 이곳 북쪽에 위치한 팔복산에서 내려다 본 갈릴리 바다는 양 옆의 모습은 보일지라도 바다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성경에서는 이곳을 두고 바다 또는 호수라고도 하는데, 학술적으로는 호수가 맞지만 고대 히브리인들에게 있어서 그들의 언어에는 호수와 바다를 정확히 구별하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 그들은 원래 유목민 출신이기 때문에 바다나 호수를 접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기에 이 모두를 통틀어 부르는 단어가 히브리어 얌(יָם)이었다. ‘얌’은 ‘물이 많다’라는 뜻이고, 그들이 보기에 주관적으로 물이 많으면 ‘얌’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지중해 바다를 놓고는 ‘대해’라고 했으며, 이는 히브리어로 ‘얌 가돌’ (The Great Sea)로 물이 엄청 많은 곳이란 뜻이고, 사해바다는 염해란 뜻의 ‘얌 하멜랔’이라고 불렀다. 신약성서에서는 마태, 마가, 요한 복음서의 저자들이 갈릴리 바다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바다라는 헬라어 단어 쌀라사(θάλασσα)를 사용했는데, 이것은 그리스 로마인들이 지중해(The Sea)를 뜻하는 헬라어 단어 Thalasa (η θάλασσα)와 같은 종류의 바다라는 의미였던 것이다. 하지만 누가는 의도적으로 호수를 뜻하는 헬라어 단어 림네(λίμνη)를 갈릴리란 뜻의 게네사렛과 함께 사용했다. 즉 마태, 마가, 요한의 공동체를 위해서는 갈릴리를 칭할 때 지중해와 같이 큰 바다라는 뜻으로 이해가 되게끔 단어를 사용했고, 누가복음의 저자는 호수라는 뜻의 헬라어 단어 ‘림네’를 사용해서 보다 정확하게 표현했다. 그러므로 이곳을 두고 성경의 저자들은 그들이 의도하는 바에 따라 호수와 바다라고 동시에 언급했기에 우리도 그렇게 부르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갈릴리 바다는 보통 바람도 없이 잔잔할 때가 많지만 이곳에 숙련된 어부들도 죽겠다고 탄식하는 광풍이 불어오는 때도 있다. 이 호수는 해저 212 미터에 위치한 전세계에서 두번째로 낮은 곳에 있어서 연중 주로 따뜻한 날씨다. 하지만 바다 동쪽은 절벽과 같은 해발 1100미터에 이르는 고원지대가 감싸고 있어서 차가운 바람이 동쪽에서 바다가 있는 서쪽으로 타고 내려가고, 남쪽의 뜨거운 바람이 불어와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지중해의 해풍이 만나는 장소, 즉 3개의 바람이 부딪치는 곳이 갈릴리 바다 동쪽인 것이다. 어느 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셨다.

하루는 제자들과 함께 배에 오르사 저희에게 이르시되 호수 저편으로 건너가자 하시매 이에 떠나 (눅 8:22)

갈릴리 바다는 평소에는 잔잔하지만, 겨울에 비가 올 때는 순식간에 먹구름과 파도, 광풍이 일어나 항구에서 다른 항구로 배를 타고 건너는 순례자들이 탄 유람선도 바다에서 널뛰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멀미를 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광풍은 비를 동반하며 배 안의 순례객들은 빗물에 옷이 다 젖기도 하지만, 예수님과 제자들도 이런 배를 타고 사역을 하셨음을 생각할 때, 모든 것이 은혜로 바뀌는 것이다. 주님은 순례객들이 타는 기계 엔진을 동력으로 광풍에도 상관없이 힘차게 전진하는 갈릴리 유람선을 타고 사역을 하신 것이 아니라, 갈릴리의 어부들이 인력으로 노를 저어 나아가는 생선 비린내가 배어있는 가랑잎과 같은 고깃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셨던 것이다. 이런 상황 가운데 바다를 건너 동쪽 거라사로 가기 위해 배를 젓던 제자들은 광풍을 만나 순간 당황하여 주님께 도움을 요청 드린다.

제자들이 나아와 깨워 가로되 주여 주여 우리가 죽겠나이다 한대 예수께서 잠을 깨사 바람과 물결을 꾸짖으시니 이에 그쳐 잔잔하여지더라 (눅 8:24)

배 안에는 12명의 제자들 중 갈릴리 바다에서 자라고 그 인근의 지리, 기후, 바람, 파도, 그곳의 모든 해양 생태계에 통달한 어부출신 제자들이었던 베드로, 안드레, 야고보, 요한이 배의 키를 잡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아마도 육지에서만 일을 하셨던 나사렛 목수 출신인 예수님보다는 자신들이 갈릴리 바다와 항해술에서만큼은 더 잘 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들의 자부심과 교만함을 아셨던 예수님은 마침 배의 고물에서 주무시고 계셨다.

예수께서는 고물에서 베개를 베시고 주무시더니 … (막 4:38)

세상을 살아나갈 때, 믿는다고 하면서 믿음의 방식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방식대로 인간적인 방법, 수단, 나의 지식, 기술, 배경, 학문, 학벌, 재정, 권력을 주님보다 더 믿고 그 방법대로 살아간다면 그는 죽을 것 같은 인생의 광풍을 만날 수 있다. 그 때 주님은 정말 누구를 믿고 무엇을 의지하는지 우리에게 물으실 것이다.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너희 믿음이 어디 있느냐? (눅 8:25)

글, 사진_ 이호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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