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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가본것같은성지순례] 실로(Tel Shiloh)

실로(Tel Shiloh)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이 실로에 모여서 거기 회막을 세웠으니 그 땅이 이미 그들의 앞에 돌아와 복종하였음이나 (수 18:1)

텔 실로(Tel Shiloh)는 북쪽 세겜과는 17km, 남쪽 예루살렘에선 40km로 예루살렘-세겜 도로 사이 중간에 위치한 도시이다. 이곳은 사사시대 369년간 블레셋이 이곳을 파괴하기 전까지 이스라엘 백성들의 신앙과 행정의 중심지였다. 성막과 법궤가 오랜 기간 있었던 이곳은 이스라엘의 역사 가운데 파괴의 상징이며 회복의 상징이기도 한 곳이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불신앙에 대한 결과로 블레셋을 사용하셔서 회막이 있었던 이곳을 멸망시키셨고, 여호와 신앙에 다시 불을 지필 차세대 리더인 사무엘을 이곳에서 준비하셨다.

선지자 예레미야는 실로와 이스라엘 백성들의 죄악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너희는 내가 처음으로 내 이름을 둔 처소 실로에 가서 내 백성 이스라엘의 악을 인하여 내가 어떻게 행한 것을 보라 (롐 7:12)

기원전 11세기 블레셋 사람들과의 전투 가운데 법궤는 에벤에셀로 떠나, 다시는 이곳 실로로 돌아오지를 못했다. 그리고 전투에서 이긴 블레셋 사람들은 대제사장 엘리의 두 아들도 죽이고, 그 소식을 들은 엘리는 목이 부러져 죽었으며 실로는 처참하게 파괴되었다. 오늘날 실로를 방문하는 순례자들은 12지파의 정복전쟁과 법궤가 놓여 있었던 성막을 실제 배경으로 한 영화를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데, 그 마지막은 믿음을 떠났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임한 하나님의 심판과 그 가운데에서도 자비와 사랑의 하나님은 새로운 지도자를 일으키시는 현장을 보게 되는 것이다. 요단강을 건넌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을 목표로 두고 정복전쟁을 벌인 후, 지파별로 땅을 분배할 때, 여호수아는 회막을 실로에 세우고 회막 안에 법궤를 두었다. 법궤는 실로에 369년동안 있었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3대 절기에 맞추어 제사를 드리려 법궤가 있었던 이곳으로 순례를 떠났다.

실로

너는 무교절을 지키되….칠칠절 곧 맥추의 초실절을 지키고 가을에는 수장절을 지키라 너희 모든 남자는 매년 세번씩 주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 앞에 보일지라 (출 34:18-23)

3대 절기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실로를 방문하게 되면서 실로는 사사시대에 이스라엘의 종교, 정치, 경제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율법에 의하면 일년에 세번 실로를 방문했어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절기 행사기간 동안 그 도시와 인근에 머물게 되면서 그 지역의 숙박업, 관광업, 교통 수단, 농업 등 관련 부속 산업들이 발달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의 뜨거웠던 신앙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약해지기 시작했고, 실로를 찾아서 제사를 드리러 찾아오는 순례자들의 숫자는 점차 줄어 들었고, 실로의 경제는 점차 하락 일변도로 달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도 하나님만 바라보고 나아간 가정이 있었는데, 엘가나와 그 온 집안이었다.

그 사람 엘가나와 그 온 집이 여호와께 매년제와 그 서원제를 드리러 올라갈 때에 (삼상 1:21)

현대 이스라엘 국가 건국을 꿈꾸며 유럽의 많은 믿음 있는 유대인들이 하나님을 만나러 약속의 땅으로 옮겨왔을 때, 그들을 적대시하는 팔레스타인들의 저항과 인근 아랍국가들과의 수많은 전쟁이 있었지만 결국 이스라엘이란 나라를 세울 수 있었다. 이것과 마찬가지로 엘가나가 실로에 매년제를 드리려 실로를 방문할 때,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엘가나와 그의 식구들이 실로로 올라갈 때, 실로에는 엘리의 아들들이 제사장으로 그곳에 있었다.

이 사람이 매년에 자기 성읍에서 나와서 실로에 올라가서 만군의 여호와께 경배하며 제사를 드렸는데 엘리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가 여호와의 제사장으로 거기 있었더라 (삼상 1:3)

홉니와 비느하스는 이스라엘 대제사장 엘리의 아들들이며, 직분은 제사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호와 하나님을 알지 못하던 자였고, 유명한 불량자들이었다. 그들은 순례자가 제사를 위해 하나님께 드리는 가축을 삶을 때에, 사환을 보내 큰 솥에 담긴 고기를 갈고리로 건져내서 자신들이 먼저 취하고, 하나님께 번제로 기름을 태우기 전에 날 고기를 억지로 취했다. 이들의 이런 행동은 하나님을 무시하고 멸시한 악행이었다 (삼상 2:17).  이스라엘 최고의 대제사장 자녀들이 본이 되지 못하고, 하나님을 경멸하고 멸시하니 누가 실로에 와서 제사를 드리고 싶어했겠는가? 당연히 안 좋은 소문이 퍼졌을 것이고, 실로에 찾아와서 제사를 드리고자 하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 들었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엘리를 비롯한 제사장들의 삶은 점점 더 힘들어졌고, 하나님께 드리는 제물도 자신들이 먼저 취하는 악행을 저질렀던 것이다. 악순환은 계속되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사람 대신 하나님만을 바라본 이들이 있었으니, 엘가나와 그 가족이었던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매년제를 드리러 실로를 찾았던 엘가나에게는 두 아내가 있었다. 한나는 자식이 없어 자식이 있는 브닌나에게 무시를 당하고 있었는데, 한나는 실로에서 자신의 괴로운 마음을 하나님께 통곡하며 기도했다.

서원하여 가로되 만군의 여호와여 만일 주의 여종의 고통을 돌아보시고 나를 생각하시고 주의 여종을 잊지 아니하사 아들을 주시면 내가 그의 평생에 그를 여호와께 드리고 삭도를 그 머리에 대지 아니하겠나이다 (삼상 1:11)

한나는 자신의 기도로 얻은 아들 사무엘을 대제사장 엘리에게 보냈다. 그녀의 유일한 아들 사무엘을 하나님께 보낼 때, 최고의 제물 수소 셋과 가루 한 에바와 포도주 한 가죽부대를 가지고 실로의 여호와의 집에 나아갔던 것이다 (삼상 1:24). 제사장들의 악행에도 하나님만 바라보고 나아갔던 한나의 믿음은 사무엘이라는 위대한 선지자를 탄생케 했고, 그는 다윗에게 기름부음으로 메시아가 오는 길을 예비했던 것이다.

글, 사진_ 이호일 목사

실로 성막이 있었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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