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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김진수장로의 성공적인 실패] 실패가 오히려 복이 되었다

성공적인 실패 (4) – 실패가 오히려 복이 되었다

부평변전소 보수원으로 첫 발령을 받은 나는 열심히 일했다. 말단 직원이었기 때문에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드디어 1년간의 휴학기간이 끝나고 복학을 하게 되었다. 그 후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학교에 갔다. 무엇보다 내 힘으로 벌어서 대학에 다닐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했다. 다행히 열심히 일하는 내 모습을 좋게 봐주신 부평변전소 소장님이 비교적 자유시간이 많고 학교와도 가까운 인천변전소에서 근무하도록 도와주셨다. 그 덕분에 나는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공부에 좀 더 열중할 수 있었다.

부평전력소 보수원으로 일하면서 때로는 일요일에도 일을 해야만 했다. 정기적인 사고 방지 보수작업은 전력수요가 줄어드는 일요일에 행해졌기 때문이다. 일요일에 교회 가는 일이 나에게 매우 중요한 일 중 하나였으므로 그날 일하는 것에 대해 나는 무조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주일에는 교회를 가야한다는 것이 내가 그 때 가지고 있었던 신앙관이었다. 그러나 교회를 포함한 단체와 기업 및 가정이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일요일에 일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모든 일을 일방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일요일에 일을 해서 많은 장소에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안 한 것에 대해 합리화하는 일은 없어야 되겠지만 상대방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판단하는 것 또한 피해야 한다는 교훈을 나는 이 일을 통해 배웠다.

중학교 시절에 처음으로 내 지능지수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 수치가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는 기억한다. 그리고 그것이 틀릴 것으로 생각이 되었다. 대학 편입에 성공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대학교 3학년 때 지능지수 테스트를 다시했다. 그러나 테스트를 마친 후 나는 매우 실망했고 그 결과를 보지 않기로 했다. 괜히 결과를 알고 실망하는 것보다 차라리 모른 채 현실 생활에 충실하면서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되돌아보면 어쩌면 평균치 이하였을 수 있었던 나의 지능지수가 오늘날의 내가 있기까지 장애물로 작용했던 적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그로 인한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했던 만큼 평균보다 낮은 지능지수는 오히려 나에게 이득이 되었다.

대학에서 나는 한 분의 교수님의 가르침에 감명을 받았다. 그분은 가르치는 내용을 매우 깊이 알고 계셨고 정확하고 열심히 가르치셨다. 또한 학생들에게 존경을 받는 교수님이셨다. 나는 그분과 같은 실력 있는 교수가 되고 싶었다. 1980년에 대학을 졸업한 후 나는 대학교수의 꿈을 안고 대학원에 진학하고자 공부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퇴근하면 독서실이라는 사설 공부방에서 대학원 진학준비에 전력을 쏟으며 취침도 그곳에서 해결했다. 취침 시에는 침낭을 이용했고 다리를 책상 밑으로 뻗어야만 겨우 잘 수 있는 비좁은 공간이었는데, 그곳에서 5~10명 정도가 함께 공부하며 지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지내다 보니 제일 큰 문제는 몸이 아프면 편히 쉴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느 날은 심한 감기몸살에 걸렸는데 땀을 푹 내고 쉴 만한 곳이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여관방 신세를 져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생활의 불편함까지 감수하며 잠을 줄이면서 일과 공부를 병행했던 노력도 오간 데 없이 KAIST에 응시했다가 한번의 낙방의 고배를 마셨고, 세번 서울대 대학원에 응시해봤지만 결과는 허사였다. 실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대학원 도전에 실패해 실망하고 있었던 1982년 봄, 나는 근무 회사 한국전력의 변전소를 원방에서 감시하는 컴퓨터 시스템 SCADA 부서에서 전산요원을 선발한다는 소식을 직장동료의 친구를 통해 듣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나는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었던 나는 전산요원 선발에 응시했고 전산요원에 선발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내 인생의 진로에 있어 훗날 커다란 한 획을 긋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새로운 일에 첫발을 내디딘 나는 컴퓨터에 깊이 빠져들었다. 하루 종일 프로그램을 분석해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작업은 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인생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 일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그러한 축복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 드린다. 그렇다고 지난 9년 동안 내가 전기공학도의 길을 걸었던 것을 결코 시간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살았다면 결과가 없더라도 낭비가 아니다. 오히려 그 낭비 같은 실패가 새 시작이 되게 하는 것이다.

전기공학에서 컴퓨터공학으로 바꾼 그 때 내 나이 25살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학교에서 배운 것에 대한 미련으로 길이 막혔는데도 새로운 길로 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내 경험에 의하면 학교에서 배운 지식의 70%는 써먹지 못한다. 어떤 새로운 일을 시작해도 한해 동안만 열심히 하면 다른 사람과 같이 되고 3년만 열심히 하면 전문가가 되는 법이다. 길이 막히면 다른 길이 있는지를 보고 새 길이 나오면 그 새 길로 가면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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