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The ChristianTimes

[칼럼:김진수 장로의 성공적인 실패] 좋은 질문은 좋은 관계를 만든다(7)

성공적인 실패 (7) – 좋은 질문은 좋은 관계를 만든다

첫 학기에서 자신감을 얻은 나는 보통 4 학기가 소요되는 석사 학위를 3 학기에 마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석사 과정을 30살이 지나서 늦게 시작했기에 조금이라도 빨리 마치기를 원했다. 그러기 위해서 무리수를 두었다. 일반적으로 두 학기를 요구하는 과목은 가을 학기에 파트 1을, 봄 학기에 파트 2를 수강하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세 학기 만에 학위를 마치기로 결심하고 나니 졸업을 가을 학기에 하게 됨으로써 정상적으로 다음 가을학기에 시작하는 파트 1을 들을 경우 파트 2를 들을 기회가 없게 된 것이다. 나는 담당 교수님의 특별한 허락 하에 두 번째 학기인 봄 학기에 두 과목을, 파트 1을 수강하지 않고 곧 바로 파트2 를 듣기로 결정했다.

공부뿐 아니라 조금이라도 돈을 벌기 위해 주당 20시간씩 교수의 일을 도와주는 조교의 일을 맡았다. 내가 할 일은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학사과정에 있는 대학생들의 과제물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또한 구직을 위한 준비도 필요했다. 구직에 필수적인 컴퓨터 언어 중의 하나인 C 언어를 독학으로 배우는 것이었다. C 언어는 석사 과정이 아닌 일반 학부 과정에서 배우는 과목인데 나의 경우 학부 과정이 컴퓨터공학이 아니라 전기공학 이었기에 C 언어를 배울 기회가 없었다. 취직을 위해서는 C 언어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주변의 조언에 나는 모든 프로그래밍 프로젝트를 C 언어로 수행하기로 했다. 물론 C 언어는 독학으로 터득해야 했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내 성적은 첫 학기에 비해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3학기 내에 석사학위를 마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여름학기에 한 과목을 더 들어서 나는 3학기만에 석사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2번째 학기에 나는 내 인생에서 또 하나의 매우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그것은 질문의 중요성에 대한 것이다. 그래프이론 과목 담당 교수님이 강의 첫 시간에 프로그램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프로그램 프로젝트만 잘하면 필기시험에 무관하게 A 학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프로젝트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최소 5회 이상 연구실을 방문하여 프로젝트에 관해 질문했다. 물론 질문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많은 공부를 해야 했다. 우매한 질문으로 교수님에게 나의 무지를 드러내기보다 현명한 질문을 통해 내가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까다롭고 어려운 프로젝트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만점을 받았지만 학기말 시험은 제법 많은 실수를 하였다. 성적표를 받아보니 B 학점이었다. 프로젝트만 잘하면 A 학점을 주겠다는 교수님의 말과 다른 결과였다. 나는 교수님을 찾아가서 학점을 상향 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교수님은 그 자리에서 A 학점으로 정정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서 내가 얻은 교훈은 질문의 중요성이다. 나는 질문을 통해 내가 얼마만큼 알고 있는가를 그 교수님에게 보여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교수님과의 개인적인 유대관계를 더욱 돈독히 다질 수 있었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실력을 인정하고 그를 존중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좋은 관계를 맺기를 원한다면 좋은 질문을 하라.

나는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기에 박사 과정을 원했다. 2학기를 마치고 나는 아내에게 나의 장래 계획을 말했다. 그러자 아내는 나의 계획에 강력하게 반대했다. 가족의 생활에 대한 방안 없이 자신만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박사과정을 고집 한다면 자기는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일 년간의 생활이 그만큼 아내를 힘들게 만들었던 것이다. 아내의 반대로 나는 박사과정을 포기하고 취직을 하기로 결정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박사과정 포기는 잘 한 결정이었다. 만약 박사과정을 고집했다면 교수는 되었을지언정 사업가는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타고난 사업가이다. 큰 꿈을 꾸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꿈이 현실에 근거하지 않으면 물거품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기에 때때로 꿈을 포기하는 용기 또한 우리에게 필요하다.

박사과정을 포기하고 취직을 결단하고 여기저기 일자리를 알아 봤지만 나에게는 영주권도 없는 데다 언어장벽까지 겪고 있는 상태에서 취직하기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석사과정의 마지막 학기를 시작할 때 50여 개의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면접조차 볼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뉴저지 주의 Sparta 라는 작은 시골에 있는 LRS라는 회사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이 회사는 창업한지 얼마 안 되는 작은 회사로, 전 직원은 10여 명도 채 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부터 크고 안정된 회사에 취직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작은 회사에 취직하는 것도 그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첫째는 어떤 한 분야만 아는 것이 아니라 폭넓게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노력의 대가가 즉시 돌아온다는 것이다. 내가 만약 크고 안정된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다면 나중에 그 회사의 중역 간부는 되었을지 몰라도 훗날 회사를 창업하지는 못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겉으로 보기에 근사한 큰 회사에만 취직하려고 하지 말라. 가능성이 있는 좋은 회사에 취직하라. 근사한 회사와 좋은 회사는 다르다.

– 계속-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