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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예함 청소년 크리스천 문학상 당선작 및 심사평과 인사말

제4회 예함 청소년 크리스천 문학상 당선작 및 심사평과 인사말

<심사평>

양태철 문학평론가 (계간 현대시문학 발행인)

시어 중에서 변용(變容)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글을 쓸 때 직관적으로 보는 세계가 아닌 마음으로 우러나오는 이미지를 갖기 위해 취하는 시적 방식이다. 보다 나은 작품을 쓰기 위해 바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쓰지 않고 변용해서 쓰면 글의 표현이 훨씬 나아지게 된다. 변용이란 우리말로는 탈바꿈이라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겨울 은행나무’라는 제목이 있다면, <헐벗은 은행나무 한 그루가/ 추위에 떨며/ 더운 체온을 꿈꾸고 있다>라고 표현했다고 할 때, 그냥 나무를 나무로 보지 않고 삶에 지친 모습으로 변용하면 글이 도드라진다. 그리고 <춥겠다>라고 하지 않고 <더운 체온을 꿈꾼다>라고 진술함으로써 사실을 사실보다 더 새로운 사실로 이동시켜 준다. 따라서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글의 내용이 오래 남게 된다. 변용이라는 방식으로 글을 이끌어 가는 모습을, 이런 능력의 소유자를 이번 제4회 예함 크리스천 문학상의 작품을 선하는데 써본다. 수상작으로 사랑상에 선정된 조민우 학생의 수필 <새벽의 이슬처럼>에서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은 무조건 뜨거운 열정이 아니라 조용히 나아가 하나님께 모든 것을 내려놓고 1대1로 주님을 만나는 것, 진심으로 하나님께 내 마음을 전부 고백하는 것이라는 것을. 이날부터는 하나님을 향한 내 열정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다.” 로, 믿음상은 <마가복음 9장 23절>에 “천국에 갈 수 있는 것만큼은 확신할 수 없었어. <중략> 그 질문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내 마음속 한구석에 맴돌던 어느 여름날”로 최유나의 수필을 선정했다. 소망상에는 이시우 학생의 수필 <하나님을 만나면>을, “엄마가 기도는 꼭 울부짖지 않아도, 하나님과 대화하듯이 편안히 내 마음을 드려도 된다고 하신 게 떠올랐다. 나는 하나둘씩 옷을 벗듯이 하나님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솔직하게, 어려운 건 어렵다고, 감사하다고, 원한다고, 사랑한다고 하나님께 말씀드리기 시작했다”로 다소 비유가 약하지만 표현하며 변용을 잘 활용하였기에 선정했다. 그리고 나눔상을 수상한 학생들의 작품도 좋아 보여 선정하며 지면상 따로 해설하지 않는 점 이해하기 바란다. 다시 한번 수상한 학생들의 앞날에 하나님의 축복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인사말>

예함 청소년 크리스천 문학상 운영위원장 

-예함 줄리아 헤븐 김

예함 청소년 크리스천 문학상이 벌써 4회가 되는 올해는 처음에는 시로 응모했던 학생들이 수필로 도전하는 양상이 두드러져 해가 거듭될수록 학생들의 한글 향상이 눈에 띄어 무척 기뻤습니다. 특히 우수한 응모작이 많아서 수상작을 선정하기가 매우 어려웠던 이유를 들어, 나눔상을 하나 더 추가해서 올해는 7 작품이 당선되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작품이었는데도 제목을 쓰지 않아 심사의 공정성과 형평성에 맞춰 심사에서 제외되는 작품이 의외로 적지 않아서 안타까웠습니다. 

예함 청소년 크리스천 문학상의 취지는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에 관한 글로서 예수님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는 좋은 시간과 기회를 갖고자 마련한 상입니다. 그것에 심사의 기준을 두고 수상작을 선정하기 때문에 중심이신 하나님이 글 속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시나 수필은 입상의 조건에 맞지 않아 배제합니다. 사랑상에 당선된 조민우 학생의 수필 <새벽의 이슬처럼>은 “나의 기도가 뜨거운 불꽃보다는 오래 남는 온기가 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새벽의 이슬로 찾아오시는 예수님을 만날 수 있도록.”라는 마지막 구절의 고백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나눌 수 있고, 카스텔라 외 한 편을 제출한 강하음 시는 사물에 대한 지식 그리고 모양 및 경험을 잘 활용하여 신앙을 카스텔라로 변용하여 표현한 은혜로운 시였습니다. 또한 회전목마 역시 “어지러워하는 회전목마 속에서 구해 주시고”라고 신앙을 표현하는 어린 학생의 은혜로운 시를 감상하며 감사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예함 청소년 크리스천 문학상은 한 번도 응모를 안 한 학생은 있어도 한 번만 응모하는 학생은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의 한글 향상뿐만 아니라 믿음이 자라가는 모습 또한 엿볼 수가 있어서 문학상을 제정한 사람으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듬뿍 받는 청소년 여러분, 초, 중, 고 크리스천 재학생만 응모할 수 있는 예함 크리스천 문학상과 함께 청소년기에 좋은 추억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첫 회부터 지금까지 성원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또 지난해에 이어 올해부터는 예함 청소년 크리스천 문학상 공식 후원 교회로 시상식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밴쿠버 평안교회에 감사를 전하며 이 모든 영광 하나님께 올려 드립니다. 아울러 수상자 모두에게 다시 한번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사랑상>  조민우 /수필- 새벽 이슬처럼

늘 푸른 교회, Burnaby North Secondary School  Gr.11

새벽의 이슬처럼    

이번 봄방학을 맞아 나는 Vancouver Youth KOSTA라는 크리스찬 컨퍼런스에 다녀왔다. 처음에는 친구의 권유로 가볍게 신청했지만, 그곳에서 나는 칠백 명이 넘는 인파 속에서 너무나도 큰 은혜와 감동을 체험했다. 특히, 목청이 터져라 찬양하고, 뜨겁게 기도하면서 하나님께서 나를 너무나도 사랑하신다는 것을 간절히 체험했다. 컨퍼런스가 끝나는 날, 저녁 늦게 차가운 고속도로를 지나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하나님께서 주신 이 기쁘고 뜨거운 마음은 얼마나 오래갈까? 과연 양은냄비 마냥 한순간 달아올랐다가 금방 식게 될까? 이러한 질문들을 하면서 나는 다시 세상적인 삶, 감흥이 없는 그럭저럭한 신앙으로 돌아갈까 봐 불안한 마음에 사로잡혔다. 사실 이렇게 마음이 달아올랐던 것은 이번이 처음만은 아니었다. 나는 모태신앙인으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온갖 수련회는 다 참석하며 그곳에서도 여러 번 눈물 흘리며 하나님과의 뜨거운 사랑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후로 시간이 지날수록 내 마음이 점점 식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수련회나 모임들이 모두 막히면서 그동안 예수님을 향한 내 마음도 서서히 닫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번 사순절을 맞이하여 예수님의 삶에 대하여 배우면서, 다시 한번 예수님께서 우리를 너무나도 사랑하시어, 죄로 얼룩진 우리를 친히 씻겨주시고, 모든 것을 아시면서도 용서해주시고, 목숨을 버리시면서까지 우리를 사랑하셨다는 것을 배웠다. 이 말씀을 들으면서 예수님께서는 나를 이렇게나 사랑하시는데, 정작 나는 세상이 좋아서, 이곳의 크고 작은 우상들을 섬기면서 예수님을 뒷전에 두었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예수님께서는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흘리시면서 나를 위하여 목숨을 아끼지 않으셨는데, 나도 그 사랑의 만분의 일이라도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 한켠이 시려왔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또 내 마음이 식지 않을까 겁이 났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새벽예배에 부모님을 따라 기도를 하러 갔다. 이날은 이상하게도 이른 아침이지만 피곤하지도 않고 마음이 아주 고요했다. 평소와 같이 기도를 하려 하는데, 갑자기 마음이 미어지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고, 멈추질 않았다. 이때 나는 하나님을 끊임없이 사랑할 수 있는 열정을 달라고, 첫사랑을 회복시켜달라고 매달리는 마음으로 더욱 기도했다. 이 시간은 수련회나 컨퍼런스 때처럼 열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아주 조용하고, 잠잠한 시간이었다. 내가 언제보다도 고요하게, 상한 마음으로 나아가자, 하나님께서는 살며시 찾아와주셔서, 그 어느때 보다도 평안한 마음을 허락해주셨다. 그것은 마치 하나님께서 따듯한 손길로 나를 달래주시는 것 같았다. 이날, 나는 확신 하였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은 무조건 뜨거운 열정이 아니라 조용히 나아가 하나님께 모든 것을 내려놓고 1대1로 주님을 만나는 것, 진심으로 하나님께 내 마음을 전부 고백하는 것이라는 것을. 이날부터는 하나님을 향한 내 열정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부활하신 후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한 베드로에게 친히 찾아오셔서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라고 물으신 것처럼 예수님께서는 나의 모든 것을 아시고, 친히 찾아와 주시기 때문이다. 때로는 베드로처럼 실패하고 지쳐서 신앙이 약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두렵지 않다. 오래전 근심과 좌절에 잠긴 베드로에게 찾아오신 예수님께서 오늘날 나와 함께하시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넘어지고, 부서지지만, 다시 한번, 처절히, 예수님께 나의 사랑을 고백한다. 또한 나를 향하신 절대적인 사랑에 감사한다. 나의 기도가 뜨거운 불꽃보다는 오래 남는 온기가 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새벽의 이슬로 찾아오시는 예수님을 만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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