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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나들목 칼럼] 교회, 산 위에 있는 동네

교회, 산 위에 있는 동네

유진 피터슨은 메시지성경에서 마태복음 5장 14절을 이렇게 번역합니다.
“You are here to be light, bringing out the God-colors in the world.” (너희는 빛이 되어 세상에 하나님의 빛깔을 드러내라고 여기 있는 것이다.)
이 말씀 바로 뒤에 붙어 나오는 표현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
예수님 당시 이스라엘의 대부분의 동네들은 대부분 산 위에 있습니다. 전쟁과 침략이 잦았던 그 시대에 유대인들은 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좋은 높은 곳에 주로 사람 사는 동네를 세웠습니다. 그런 ‘산 위의 동네’에 어둠이 내리면 집집마다 등불을 하나 둘씩 켜기 시작합니다. 그럼 저 산 아래에서는 그 빛을 목격할 수 있게 되겠죠. 지금이야 사방에 불빛이 너무 많아 저 멀리 산 위의 집들이 등불 아니라 LED등을 환하게 켜도 그 빛을 보기 힘들지만, 거리의 가로등도 차량의 불빛도 네온사인 불빛도 없던 예수님 시대에는 저 멀리 높은 동네에 등불이 켜지면 아주 멀리서도 그 불빛을 목격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제가 예전에 세콰이어팍을 다녀왔는데, 한밤 중에 그 깊은 산속에서는 숙소에서 나와 조금만 걸어나가봐도 도시에서는 전혀 볼 수 없던 수많은 별들이 보이더라고요. 어떻게요? 거기에는 다른 불빛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예수님이 그리는 ‘산 위 동네’의 이미지는 바로 그런 이미지입니다.
칠흙같이 캄캄한 어둠이 지배하는 광야에서 저 멀리 보이는 ‘산 위에 있는 동네’의 그 불빛은 특별한 불빛이나 거대한 횃불이 아닙니다. 그저 평범한 ‘생활의 빛’이었습니다. 일상의 희미한 빛 말입니다.
우리 주님은 우리에게 온 세상을 전부 다 환하게 비추는 거대한 횃불을 드는 특별한 동네가 되라고 요구하신 것이 아닙니다. 그냥 그리스도인답게, 교회답게 정상적으로만 살아가는 ‘동네’가 되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빛은 숨길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교회가 교회답기만 하면 세상의 빛이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정말 세상에 보여줄 것은 성경책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아니라, 성경대로 살아가는 삶입니다. 저 위에 있는 고상한 진리가 아니라 말씀이 육신이 되셔서 우리 가운데 오신 예수님의 삶을 쫓아 살면 우리는 그리고 우리의 교회는 어둔 세상을 비추는 빛, 어둠 속에서 감추려해도 도저히 감출 수 없는 빛이 된다는 것입니다. 밤이 어두울수록 빛을 감추기는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칠흙같은 밤이되면, 작은 촛불 하나라도 그 빛은 감출 수가 없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마태복음 5장 14절의 “산 위의 동네는 숨겨지지 못할 것이다.”라는 의미입니다.
지금 이 세상은 전래없는 어두움이 깔려 있습니다. 사람들은 두려워하고 세상은 보이지 않는 캄캄한 미래 때문에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이 때 교회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나만, 우리만 피해자가 안되길 기도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산 위의 동네로서 빛을 비추어야 합니다.
14세기 유럽은 페스트(흑사병)균으로 인한 전염병으로 문자 그대로 초토화 되었습니다. 당시 유럽 인구의 1/3인 7500만에서 2억명이 죽었고요, 이를 회복하는데 약 200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 때 중세 교회는 그 무서운 전염병의 원인을 ‘하나님의 진노’에서 찾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하나님의 진노의 원인을 타락한 자신들의 죄에서 찾지 않고, 이게 다 이교도들과 유대인들과 마녀들 때문이야 그랬다는 겁니다. 그러한 교회의 잘못된 믿음 때문에 전 유럽 사회는 서로를 향한 혐오와 배척으로 물들어 버렸습니다.
반면, 260년경 알렉산드리아에서도 흑사병이 창궐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초대교회는 전염병의 원인을 다른 누군가에서 찾거나, 어떤 특정 대상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전염병으로 고통받는 이웃과 사회를 사랑으로 돌보았습니다. 당시 알렉산드리아의 교회 감독의 증언을 읽어드리겠습니다.
“우리의 형제들은 대부분이 넘치는 사랑으로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고 서로 의지하여 두려움이 없이 병자들을 데려와 세심하게 보살피고 그리스도 안에서 시중을 들었으므로, 병자들과 똑같이 지극히 기쁜 마음으로 죽어갔다. 다른 사람들이 앓는 병에 전염되면서, 다른 사람의 병에 자기도 걸리면서, 자발적으로 그들의 고통에 동참하면서… 이렇게 해서 우리 형제들은 가장 건강한 사람들까지도 세상을 떠나버렸다. 그들은 성도들의 몸을 품에 안아 눈을 감겨 주고 입을 닫아 주며 어깨에 메고 가서 진심으로 얼싸안고 몸을 씻기며 옷을 입힌 다음 장례를 치렀기에, 그들도 얼마 안가서 똑같은 시중을 받게 되었다. 그것은 이때에 살아 남은 사람들이 또 언제나 먼저 간 사람들을 대신하여 기꺼이 나섰기 때문이었다. “
같은 전염병인데, 초대 교회는 이웃과 사회에 대한 넘치는 사랑과 긍휼을, 중세 교회는 혐오를 선택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초대교회는 지금도 우리가 그토록 사모하는 교회다운 교회의 모델로 칭송받고 있고, 중세교회는 암흑기라는 혹독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같은 교회이지만 한 교회는 산 위의 동네로서 빛을 비추었고, 다른 한 교회는 산 아래의 깊은 어둠에 함몰되었던 되었던 것입니다.여러분의 교회는 과연 어떤 교회이길, 되길 원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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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erton 나들목비전교회 권도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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