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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희년 이야기] 지대(地代) 공유

man and woman near grass field

Photo by Văn Thắng on Pexels.com

지대(地代) 공유

레 25:23, “토지를 영구히 팔지 말 것은 토지는 다 내 것임이니라 너희는 거류민이요 동거하는 자로서 나와 함께 있느니라.”

토지를 영구히 사고팔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토지는 모두 하나님의 것이요 사람은 토지 소유자가 아닌 거류민이며 동거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토지를 영구히 사고팔지 말아야 하는 법을 주신 주요한 목적은 토지는 모두 하나님의 것이요 사람은 토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거류민이며 동거자일 뿐임을 명확히 하고 이스라엘이 잊지 않고 기억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럼 23절의 “토지는 다 내 것임이니라”는 말씀과 2절의 “내가 너희에게 주는 땅”이라는 말씀이 어떻게 조화되는가? 바로 토지소유권은 하나님께 여전히 있고, 단지 토지사용권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셨다는 의미이다. 하나님이 이스라엘에게 주신 것은 토지소유권이 아니라 토지사용권인데 그 의미가 바로 ‘기업’(基業: 유업, 유산, Inheritance)이라는 말에 담겨 있다.

구약성경에서 보통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신 땅’을 가리키는 ‘기업’의 히브리어인 ‘나할라’는, 중세 유럽의 ‘영주-봉신 계약’에 담긴 언어로 표현할 경우, 영주이신 하나님이 봉신(封臣)인 이스라엘 백성에게 충성을 요구하시며 나누어주신 봉토(封土)와 같다. 또한 이것은 ‘영주-봉신 계약’과 그 의미에서 비슷한 고대 근동의 ‘종주-속주 계약’(Suzerain and Vassal Treaty)에 담긴 언어로도 표현할 수 있다. 기업 곧 ‘나할라’를 ‘종주-속주 계약’으로 표현할 경우, 이것은 세계의 모든 나라를 통치하시는 종주(宗主)이신 하나님이 그 분의 통치 하에 있는 이스라엘 나라를 대표하는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충성을 요구하시며 나누어주신 땅과 같다. 원래 ‘종주-속주 계약’은 국제 정치의 ‘지배-종속’ 관계에서 강대국의 왕인 종주(宗主)와 그가 지배하는 약소국의 왕인 속주(屬主) 및 그 신민(臣民) 사이에 맺은 계약인데, 하나님이 모세를 통해 율법을 주실 때는 이스라엘에 왕정(王政)이 도입되지 않았으므로 모세는 왕인 속주(屬主)는 아니지만 속주의 역할을 대신하여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것이다.

‘영주-봉신 계약’의 언어로 표현하든지 아니면 그와 비슷한 의미를 갖는 ‘종주-속주 계약’의 언어로 표현하든지 관계없이, ‘기업’으로 번역된 ‘나할라’의 본질은 토지가 모두 하나님의 것으로서, 토지의 유일한 소유주이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순종을 요구하시며 토지 사용권을 주셨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바쳐야 할 십일조와 각종 헌물은 모두 하나님으로부터 땅을 기업으로 분배받아 사용하는 차지인(借地人) 곧 소작인인 이스라엘 백성이 토지의 유일한 소유주이신 하나님께 드리는 지대(地代, 토지 사용의 대가, 토지사용료, 소작료)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십일조와 각종 헌물 곧 지대는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이스라엘 백성이 공유(公有)했다. 곧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께 바친 십일조와 각종 헌물을 하나님께서는 제사장과 레위지파와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바치는 사람들의 가족까지 포함하여 약속의 땅에서 사는 모든 백성을 위해 공공 재정으로 사용하게 하셨다. 이스라엘 백성이 지대를 공유했다는 사실에 대해, 십일조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십일조를 하나님께 바치는 제도의 근본정신은 땅이 하나님의 것이라는 사실을 고백하는 것이었다. 구약 오경에는 세 가지 십일조가 나온다. 그 가운데 제1의 십일조는 레위인에게 준 것이고(민 18:21), 제2의 십일조는 생산자가 자기 가족과 함께 여호와 경외하기를 배우며 먹고 즐거워하도록 하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서, 자기 성읍의 레위인을 저버리면 안 되었으며(신 14:23-27), 제3의 십일조는 매 삼년 끝에 성읍에 저축하여 레위인과 나그네와 고아와 과부들에게 준 것이다(신 14:28-29, 신 26:12). 이 세 가지 십일조는 모두 공유(公有)되어 이스라엘 공동체의 공공 목적을 위해 사용되었던 것이다. 

요컨대 토지는 모두 하나님의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의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땅에서 살아가는 거류민과 동거자에 불과하다. 거류민과 동거자에 불과한 이스라엘 백성은 결코 토지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토지소유권은 오직 하나님께만 있다. 그런데 토지의 유일한 소유주이신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나안 땅을 기업으로 나누어주셨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께 바친 십일조와 각종 헌물은, 땅을 기업으로 나누어받은 토지 사용자들이 땅의 유일한 소유주이신 하나님께 바친 지대이다. 그리고 이 지대를 하나님은 이스라엘 공동체가 공유하여 공공 목적을 위해 사용하게 하셨다. 이스라엘은 지대공유제 사회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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