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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아! 그런뜻이었구나] “복의 대리자,” 축복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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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의 대리자,” 축복 (2)

“축복” 이라는 낱말의 뜻을 『국립국어원 표준 국어대사전』에 두 의미로 표기합니다. 첫째는 “행복을 빎,  또는 행복”이라고 풀이합니다. 두번째는 기독교적 사용으로 “하나님이 복을 내림”이라고 설명합니다. “축복”이 사용되는 한 실례로 “고통받는 이에게 축복을 내리소서”를 인용합니다.  이 단어는 행복을 빌어 준다는 의미와 함께 행복 자체를 뜻합니다. 역시 사람이 하나님께 복을 빌다는 뜻과 함께 하나님께서 내려 주시는 복 그 자체를 포함합니다. 한국 교회와 함께 변천해 온 우리 말은 축복을 “복을 빔”과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의 두 의미로 고착되어 통용됩니다. 그 결과  한국 교회는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향하여 “복 주옵소서” 혹은 “축복하여 주옵소서”라고 표현합니다. 성경학자들도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시는 복을 “축복”으로 번역합니다. 몇 예를 소개합니다. 예수님께서 “그 어린 아이를 안고 저희 위에 안수하시고 축복하시니라.” “예수께서 저희를 데리고 베다니 앞까지 나가사 손을 들어 저희에게 축복하시더니 축복하실 때에 저희를 떠나 [하늘로 올리우]시니.” 의심의 여지없이 예수님께서 아이들과 제자들에게 복을 주셨습니다. 이 구절을 해석하면서 성경학자 노르발 (Norval)은 지금도 자신의 자녀들에게 손을 들어 복을 주시는 하나님을 강조합니다. 표준 우리말에 따라 성경번역 학자들은 예수님께서 주신 복을 “축복”으로 번역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분들은 축복이라는 낱말을 한자 뜻 풀이에 제한하여 우리말 표준어 사용을 지적합니다. 그래서 히브리서 12:17의 “너희의 아는 바와 같이 저가 그후에 축복을 기업으로 받으려고”를 “복을 상속받으려고”로 고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로마서 15:29의 “내가 너희에게 나갈 때에 그리스도의 충만한 축복을 가지고 갈 줄을 아노라”를 “그리스도의 충만한 복”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오해는“축복”을 한자어 뜻에 제한하고 통용화 된 우리말 사용을 간과한 결과입니다. 더불어 가난했던 시절의 기복신앙에 대한 반항적 태도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말 축복은 신자가 하나님께 복을 빌 때와 하나님께서 신자에게 주시는 복으로 사용됩니다. 그 이유는 축복으로 번역되는 희랍어 “율로게오” 때문입니다. 이 낱말은 능동태로 사용되어 “축복하다”를 뜻하며, 수동태로 “축복받다, 축복으로 가득 채워지다”를 의미합니다.  늙어 눈이 어두운 아버지 이삭을 속여 축복을 받아 내는 이야기는 이 단어의  의미를 잘 보여줍니다. 이삭은 야곱을 향하여 “내 아들의 사냥한 고기를 먹고 내 마음껏 네게 축복하리라”고 말합니다.  야곱이 가져온 고기와 포도주를 마신 이삭은 그 아들을 축복합니다.  아버지가 아들을 축복합니다. 축복의 구체적인 내용은 장수하고 성공적인 삶과 수많은 후손을 얻는 것입니다. 이삭의 야곱을 축복하는 이야기를 배경 삶아 집회서에는 “그의 축복을 받으라. 아버지의 축복은 그 자녀의 집안을 흥하게 한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삭이 야곱을 축복하는 이야기에서 “율로게오”가 능동태형 “축복하다”로 사용되지만, 그 의미는 “하나님께 복을 빌다”입니다. 그래서 『쉬운 성경』은  “율로게오”를 “복을 빌다”로 번역합니다. 아버지가 후대를 축복하지만 복의 실질적 공급처는 하나님입니다. 요셉이 그의 후손들을 축복할 때도 복의 주체는 하나님입니다. “네 아비의 하나님께로 말미암나니 그가 너를 도우실 것이요 전능자로 말미암나니 그가 네게 복을 주실 것이라 위로 하늘의 복과 아래로 원천의 복과 젖먹이는 복과 태의 복이리로다.” 여호와께서는 아론과 그 아들들에게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하여 이렇게 축복하라고 말씀합니다. “여호와는 네게 복을 주시고 너를 지키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 얼굴로 네게 비취사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드사 평강 주시기를 원하노라.”  그리고 그들이 이렇게 축복하면 “내가 그들에게 복을 주리라”고, 인간의 복의 근원은 하나님이심을 말씀합니다.  

   17세기에 활동했던 토머스 캔은 “율로게오”를 연구한 후에 “축복”을 이렇게 시구 (詩句)로 나타냈습니다. “Praise God, from Whom all blessings flow 만복의 근원 하나님을 찬송/ Praise Him, all creatures here below 땅에 있는 온 백성아 그분께  찬송/ Praise Him above, ye heavenly host 하늘에 있는 저 천사여 그분을 찬송/Praise Father, Son, and Holy Ghost  성부 성자 성령을 찬송.”  하나님께서는 축복으로 온 창조 세계를 통치하십니다.  존재하는 만물은 하나님의 축복을 받도록 창조되었습니다.   

   “축복”은 복을 비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이 인간 삶에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복을 빌어야 합니다. 신약성경은 높은 자가 낮은 자를 위해 복을 빌어야 하는 책임을 강조합니다.  창세기의 내용들을 인용하는 히브리서는 이 원리를 잘 보여줍니다. 살렘 왕 멜기세덱이 아브라함에게 복을 줍니다. 이 일에 관해서 히브리서 저자는 “폐일언하고 낮은 자가 높은 자에게 복 빎을 받느니라”고 설명합니다. 저자는 계속하여 아버지 이삭이 아들 야곱을 축복하고 또한 야곱은 그의 아들 요셉의 자녀들을 축복한 사건들을 언급합니다. 부모의 자식을 위한 축복이 후대의 인생을 복되게 하는 창조질서를 재확인한 것입니다. 

   사도인 바울은 교회의 성도들에게 편지하면서 예외 없이 축복을 비는 글로 시작합니다. 요한 삼서의 시작은 발신자를 교회의 “연장자” 혹은 “지도자”를 뜻하는 “장로”라고 밝힙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 됨같이 네가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고 축복을 빕니다. 교회 지도자의 직책을 맡은 분들의 책임과 의무 중의 하나는 성도들을 위해 신실하게 복을 비는 것입니다. 심지어 바울은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축복하라 축복하고 저주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이 땅에 하나님의 축복을 가져오는 대리자이기 때문입니다. 

이남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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