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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세상돋보기] 용서, 관계 시스템을 살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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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관계 시스템을 살피라 

한 가정의 가장이자 회사에서는 대리로 열심히 일하던 한 남성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이 무거운 이유는 회사에서 직장 상사에게서 호된 꾸지람을 받았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올 때는, “여보, 나왔어요.” 하면서 항상 밝은 표정으로 돌아왔지만, 그날은 어둡고 우울한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들어왔다. 남편 모습을 본 아내는 ‘어? 저 사람이 갑자기 왜 그러지?’하는 생각에 마음이 불안해졌다. “여보, 오늘 무슨 일 있었어요?” 그러자 굳은 표정으로 ‘아니야~ 신경 쓰지마요’ 하면서 묵뚝뚝하게 대답했다.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아내는 이런저런 말을 걸면서 분위기를 돌리려고 했다. 그러나 남편은 여전히 굳은 인상으로 묵묵히 식사만 하였다. 불편한 마음을 누르고 있던 아내는 설거지를 하려다가 마침내 참았던 감정을 터뜨렸다. “여보, 도대체 왜 그래요? 무슨 일인데 그래? 나한테 말 좀 해봐!” 그러자 남편이 오히려 화를 내면서 말한다. “어어.. 신경쓰지 마라니까? 아무 일도 아니라고 했잖아. 밥 먹을 때 아무 말 안 한다고 왜 신경질이야? 난 조용히 먹지도 못해?” 남편의 고함에 놀란 아내는, 발끈하며 대든다. 한참을 싸우며 점점 분위기가 고조되다가 감정이 상한채로 서로 홱 돌아섰다. 첫째 아들은, 험악한 분위기를 느끼고 슬금슬금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둘째는 형이 들어가자고 잡아당겨도 지금 보는 텔레비전 프로 다 보고 들어간다고 하면서 거부한다. 이제 막 싸움을 끝낸 엄마의 눈에 텔레비전을 보는 둘째 아들의 모습이 들어온다. 아들의 모습이 괘씸해 보인다. “너, 지금 숙제는 하고 텔레비전 보는 거야? 넌 왜 맨날 그 모양이니?” 둘째는 갑자기 화내는 엄마에게 감히 대답은 못하고 속으로 대꾸한다. ‘엄마 왜 아빠랑 싸우고 나한테 화풀이해요?’ 그러면서 할 수 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방으로 가려고 하는데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가 낑낑대면서 꼬리를 치고 따라온다. 안 그래도 기분이 언짢은 둘째 아들, 이 아들의 눈에 강아지가 예뻐 보이겠는가? 미워 보이겠는가? 어디에 화를 풀 데가 없었던 둘째 아들은 강아지를 발로 퍽 밀면서 화풀이를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상처받고 용서하는 문제가 나와 당사자 간의 문제만으로 해결되면 참 좋겠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용서의 문제는 당사자들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용서의 문제가 대부분 가족 내의 여러 관계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 간의 관계만이 아니라 더 많고 복잡한 관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내가 한 사람에게 주는 상처는 그 주변 사람에게 이런저런 모양으로 영향을 끼친다.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기 원하는가? 진심으로 용서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먼저 주변에 상처받고 아파하는 관계 시스템을 주의 깊게 살피라. 성숙한 성도는 용서도 세심하고 정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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