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신앙발달
그리스도인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의 계명을 지키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린 자녀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신앙을 가지게 되는지, 그리고 그들의 신앙이 어떻게 성숙되어 가는지를 이해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도덕적 가르침을 이해하는 것이 연령에 따른 인지능력의 발달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처럼 신앙에 대한 이해도 연령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예를 들면, 어린 아이들은 나쁜 말들 혹은 사실이 아닌 말들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이해합니다. 그러다가 차차 상대방이 자기를 속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말하는 경우에만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인지능력이 발달됨에 따라 거짓말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면서 나쁜 말과 거짓말을 구별할 수 있게 되고 사실이 아닌 말이라고 해도 상대방이 사실이라고 믿고 한 말이라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또한 상대방을 속여서 자신의 잘못을 감추려 하거나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 하거나 상대방에게 해를 끼치기 위한 의도를 가진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별할 수 있게 됩니다.
신앙에 있어서도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신앙에 대한 이해가 아이의 인지능력의 발달과밀접한 관계가 있고 연령이 더해감에 따라 차차 폭과 깊이를 더해 가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 말을 다르게 표현하면 신앙교육을 하는 것도 아이들의 인지능력의 정도에 적절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아이가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을 너무 일찍부터 설명하는 것은 효과가 없기도 하지만 때로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신앙이란 어렵고 골치 아픈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이들의 두려움에 기대어 자녀들에게 신앙을 가르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서 “거짓말을 하면 지옥에 간다”라는 말로 두려움을 조장해서 신앙을 가르치는 것은 자녀들에게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이끌어주지 못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어린 나이의 자녀들이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그 일이 죄라고 지적하고 잘못한 사실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말해주고 바르게 행동하도록 가르쳐주고 이끌어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또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지 않는 일과 기뻐하시는 일로 나누어 가르쳐줄 수도 있습니다. 필요하면 하나님께 자신의 잘못을 말씀드리고 용서해달라는 회개의 기도를 드리도록 지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린 아이에게 죄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죄책감에 눌리는 경우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자신의 죄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 “사탄이 그렇게 시켰어요. 제 마음 속에 사탄이 나쁜 마음을 넣어 주었어요.”(“그러니까 그건 제 책임이 아니에요”)라고 변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웨스터호프(John H. Westerhoff III)라는 학자에 의하면 어린 아이들은 신앙을 명제로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그들에게 신앙을 가르쳐주는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신앙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자기에게 신앙을 가르쳐주는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통해서 사랑을 느끼면 기독교 신앙의 메시지를 사랑으로 이해하게 되고 그 경험이 좋으면 기독교의 메시지를 좋은 것으로 이해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6세 이하 유아기 아이들에게는 기독교 신앙의 메시지를 설명하려고 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동기와 초기 청소년기 아이들은 그들을 수용해주는 공동체에서 소속감을 느끼며 그 속에 포함된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을 통해 신앙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쉽게 말하면, 기독교신앙은 곧 교회에 다니는 것이라는 등식으로 이해하고 교회라는 공동체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신앙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그러기 때문에 교회 안에서 아이를 반겨주고 사랑해주고 중요하게 여겨주는 것은 아이의 신앙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시기에는 신앙을 추상적인 개념이나 세계관, 가치관 등과 관련 지어 이해하기 보다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이해하는 시기입니다. 특히 이 시기의 아이들은 인물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에 흥미를 가집니다. 따라서 이 연령의 아이들에게는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야기, 기독교 역사에 등장했던 신앙의 위인들의 이야기나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해 주면서 그들의 신앙을 본받도록 격려하고 기독교인들은 어떤 신앙을 가져야 하는지 가르쳐 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그러다가 본격적인 청소년기가 되면 추상적인 개념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죄나 구원, 하나님과의 인격적 만남, 하나님의 나라, 기독교적 세계관 등에 대해 자녀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됩니다. 자녀들과 함께 드리는 가정예배 시간 혹은 따로 성경을 읽는 시간을 통해 자녀들로 하여금 본문 속에서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고자 하는 뜻을 찾는 훈련을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럴 때 자녀들이 발견한 성경 본문의 메시지를 잘 들어주고 그런 메시지를 발견한 것을 기뻐해준다면 아이들은 큰 격려를 받을 것이고 스스로 성경을 읽는 데 흥미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이 시기의 아이들은 지금까지 부모와의 관계, 혹은 교회라는 공동체 안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기초한 신앙으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가 신앙의 개인적인 의미를 추구하게 됩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지금까지의 신앙에 대한 회의를 느끼기도 하고 청소년기 특유의 반항적 태도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하나님과의 인격적 교제의 중요성과 기독교 신앙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면 지금까지의 부모 혹은 교회라는 공동체에 의존하는 신앙에서 발전하여 고백적 결단으로서의 신앙을 가지고 하나님의 뜻과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의 가르침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이처럼 청소년기 혹은 청년기를 거치면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고백적 결단으로서의 신앙을 가지게 되면 인생에서 어떤 일을 만나더라도 하나님을 떠나지 않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인생을 살게 될 것입니다.
박진경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객원교수, Family Alive 대표, 홈페이지: www.familyalive.ca, 이메일: inquiry@familyalive.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