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이야기 1> 용서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지금까지 분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이제 분노를 다루는 하나의 방법으로 용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용서는 고의적으로든 실수로든 잘못을 행함으로써 나에게 상처를 주었거나 해를 가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행한 행위가 잘못이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행한 사람을 향해 마음을 넓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용서란 우리가 상처를 입었거나 우리에게 해를 끼쳤던 상대방을 향해 가지고 있었던 분노 및 그와 관련된 다른 부정적인 감정들, 그리고 복수심 등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용서해야 할 대상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들이 포함될까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우리에게 정서적 상처를 준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가 삶에서 가깝게 관계를 맺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까 많은 경우 부모, 형제 자매, 배우자, 자녀, 친척, 친구, 직장 상사, 동료, 공동체 멤버 등이 우리가 용서해야 할 대상에 포함됩니다. 혹은 개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일로 나에게 실제적인 해를 끼친 사람들도 용서해야 할 대상이 됩니다. 나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나에게 중요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 사람들도 나에게 분노를 가져다 주기 때문에 용서의 대상이 됩니다. 그 외에 나에게, 혹은 나에게 중요한 사람들에게 어려운 상황이 생기는 것을 허락하신 하나님을 향해 분노할 수 있기 때문에 이상한 이야기 같지만 사실상 하나님이 용서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잘못된 선택 혹은 실수를 함으로써 삶을 어렵게 만든 나 자신에게 화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자기 자신도 용서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정서적으로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빈번하게 상처를 입게 되는 대상은 우리에게 중요하면서도 가깝게 사랑을 주고 받으며 상호작용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부모나 형제자매, 배우자, 자녀 등이 그런 사람들에 해당합니다. 그들은 나와 사랑을 나누며 사는 사람들이고 나를 사랑한다고 믿고 그들의 사랑을 기대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딱히 그들이 잘못한 것이 아닌 일에도 우리는 종종 혹은 수시로 상처를 받곤 합니다. 그런 점에서 용서는 우리가 일상의 삶에서 배워야 할 삶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는 자녀를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부모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자녀도 그렇게 믿고 부모를 의지합니다. 그런데 부모가 자녀에게 하는 말들 중에는 자녀에게 상처를 주는 말들이 많이 있습니다. 부모는 자신이 하는 말들이 자녀에게 상처를 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면서 말을 하지만 어떤 말들은 자녀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녀들은 부모에게 사랑을 느끼기도 하기 때문에 작은 상처들은 사랑에 묻혀서 굳이 용서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상처들은 오랫동안 혹은 일생동안 마음에 남아 있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부모를 용서해야 부정적인 감정의 짐을 벗어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부모와 마찬가지로 형제자매, 배우자,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크고 작은 상처들이 생겼다가 흔적만 남고 사라지는 경우도 있고 어떤 상처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흔적도 없이 잊혀지는 것들도 있습니다. 또는 시간과 함께 우리 자신이 성숙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이해심과 인생에 대한 이해가 늘어나면서 자신이 받았던 상처가 자신의 미성숙으로 인한 것이었음을 깨닫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깨달음과 함께 우리의 부모나 형제자매, 배우자, 자녀들도 미성숙으로 인해 우리에게 상처를 주었을 것이라고 이해하게 되면 우리가 받았던 상처가 싸매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에, 어떤 상처들은 외형적으로는 가려졌지만 속에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상처와 함께 속에 남아 있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흘려 버리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면서 상대방을 용서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족들로 인한 상처들은 잊혀지거나 싸매어지는 경우가 많은 반면, 직장 상사나 동료들에게 받은 상처는 사라지지 않고 마음에 남아서 계속해서 괴롭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만일 그들이 행한 말이나 일 때문에 실제로 해가 발생했다면 단지 상처를 받는 일에 그치지 않고 분노가 생길 수 있고 분노와 함께 다른 부정적인 감정들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을 계속해서 지고 다니는 것은 아주 힘든 일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분노를 비롯한 부정적인 감정들을 흘려 보내기로 작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 그 상대방과의 관계를 회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먼저 부정적인 감정들을 흘려 보낼 수 있다면 무엇보다 우리 자신에게 좋은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상대방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과 더불어 복수심을 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용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친척에게 성적인 학대를 받은 일이 있는 사람들이나 배우자의 불성실로 인해 결혼생활을 지속하지 못할 정도로 고통을 받은 사람들은 상대방이 행한 일을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들을 용서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용서하기 쉽지 않다는 사실 때문에 그들은 더욱 용서해야 할 대상에 속하게 됩니다. 대상이 누구이든지 막론하고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이 있거나 그로 인한 분노 및 그 외 더 강렬한 부정적 감정들이 남아 있다면 그 사실이 바로 우리가 그들을 용서해야 할 이유가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용서는 부정적인 감정의 짐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로 참으며 언짢은 일이 있더라도 주님께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같이 서로 용서하십시오./Bear with each other and forgive whatever grievances you may have against one another. Forgive as the Lord forgave you.” (골 3:13, 현대인의 성경/NIV)
박진경 (Family Alive 대표, 홈페이지: www.familyalive.ca, 이메일: familyalive2025@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