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실에서,
“하얼빈, 에드먼턴에서” 10년 전에 10대였던 딸과 에드먼턴에서 “국제 시장”을 보았고 며칠 전에 20대가 된 딸과 ‘하얼빈’을 보았다.
캐나다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한국의 역사와 정서를 조금이라도 느끼고 알게 하고 싶은 꿍꿍이는 속으로 감추고 좋은 한국 영화가 왔다며 나초, 피자, 팝콘 먹자고 꼬셔서 갔다.
영화 초반 장면에 나오는 전투 장면에서 흩날리는 눈보라와 날씨가 영하 20도가 되는 에드먼턴과 낯설지 않아서 더욱 실감이 시리게났다. 하얼빈,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 동지… 익숙한 단어들과 함께 펼쳐지는 굵은 수묵화 같은 영상들을 보다가 “까레아 우라”라고 외치는 소리에 그만 눈물이 핑, 주르륵 했다.
현빈, 이동욱…처럼 출연하는 멋진 한국 배우들, 또 그들의 연기,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보며, 한국 남자들 참 멋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것은 에피타이저에 불과 했다.
나에게는 감독이 잘 그려준 안중근 의사의 성품이 메인 디쉬였다. 감독은 안중근 의사를, 모두가 “아니”라고 해도 옳다고 생각하면 “예스”라고 할 수 있고 모두가 “예”라고 해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노”라고 할 수 있는 성품으로 그려 내었다. 안중근 의사는 이 성품과 가치관으로 영화속에서 두 사람은 살렸고 한 사람은 죽였다.
내가 아는 2,000년 전의 그 분과 닮았다는 생각도 얼핏 들었다. 그 분은 두 사람 뿐 아니라 모두를 살렸고 마지막에 죽인 한 사람도 자신이었다. 그리고 온 세상이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야”라고 할 때, “아니야, 사람은 고쳐 쓰는 거야, 돌아 올거야, 다시 기회를 줘”라고 하셨다. 그 혜택을 2,000년이 지난 내가 누리고 있다는 것도 벼락 같은 기적이다.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추천하고 싶었을 뿐 아니라 성도들에게도 추천해서 본다면 귀한 나눔의 시간이라도 톡톡히 가질 수 있는 멋진 소재가 되겠구나 싶었다.(직업병이다.)
강산이 두 번 변해도 변하지 않는 내 마음속의 대한민국은 그렇게 세워졌다. 가뜩이나 연말, 연초에 혹독한 해갈이를 경험하고 있는 고향 땅, 고향 사람들은 그렇게도 소중하기에 밤을 새우는 것이다. 이 시대 또 한 사람의 안중근으로.
나중에 딸에게 영화가 어땠냐고 물었다. “너무 조용해서 나초를 다 못먹었어… “ 했다. 아, 제대로 봤구나 싶었다. 왜냐하면 2014년에 “국제 시장”을 보고 난 후에 물었더니 “엄마 아빠가 양쪽에서 너무 울어서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더라…” 했었고 내용보다는 역사의 정서를 통해 느끼는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렇게 진지하고 중요한 메시지를 영화를 통해 잘 받은 것으로 이해하기로 했다.(나는 딸 바보다)
추천하고 싶다. 조금 시간 내셔서 사랑하는 자녀, 가족들과 “하얼빈” 보고 오시라고. 그리고 사랑하는 대한민국을 위해서 기도하실 때 한 켠에 안중근의 가슴으로 기도하자고 말하고 싶다.
에드먼턴 임마누엘 교회, 임재택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