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패밀리 얼라이브] 분노 이야기(14) 분노를 바람직하게 다루기 위한 질문들

<분노 이야기 14>           분노를 바람직하게 다루기 위한 질문들

지난 글에서는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분노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이번 글에서는 분노를 바람직하게 다루기 위해서 해야 할 몇 가지 질문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첫번째 질문은 “혹시 오해가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오해 때문에 누군가에게 분노하기도 합니다. 오해의 문제는 상대편 쪽에서 오해한 경우도 있고 내 쪽에서 오해한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상대방이 한 말이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는 오해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가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잘 들었는지, 그 의미를 잘 해석했는지, 그리고 상대방은 나의 말을 잘 이해했는지 묻는 것입니다. 혹시 다른 사람을 통해 들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야기를 전한 사람을 언급하지 않고 자신이 들은 이야기가 사실인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진심으로 알고 싶어서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추궁하거나 따지듯이 묻지 말아야 하며 공격적이지 않은 태도로 묻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번째 질문은 “저 사람은 왜 나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혹시 내가 먼저 잘못한 일은 없을까?”라는 질문입니다. 상대방으로 인해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고 분노가 생겼을 때 오해가 아닌 것이 확실하다면 이런 질문들을 하면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일과 동시에 자신이 먼저 했던 말이나 행동을 반추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시도를 해 보는 것은 다른 사람을 보다 폭넓게 이해하고 자신의 사고나 경험의 한계를 발견하는 과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세번째 질문은 “내가 화가 나기 전에 느꼈던 감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은 분노의 뿌리를 점검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어떤 사건이 제일 먼저 나에게 어떤 부정적인 감정을 가져다 주었는지 마음을 들여다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배우자가 자기에게 아무런 의논도 하지 않고 어떤 결정을 했다면 우리는 화가 나기 전에 실망감이나 외로움을 느꼈을 수도 있고 슬픔이나 충격 혹은 짜증이나 아픔을 느꼈을 수도 있고 외로움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내가 분노하게 된 상대방에게 분노를 폭발 시키지 않고 대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네번째 질문은 “나는 왜 화가 났을까?” 혹은 “내가 이 일을 불공평하거나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하는 질문입니다. 첫번째 질문을 통해 내가 느꼈던 외로움이나 슬픔, 실망감 등의 감정이 분노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가 당한 일이 불공평하거나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내가 당한 일이 옳지 않은 일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면서 분노 감정이 생기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가 부모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면 우리는 처음에 당황하거나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만일 평소에 자녀가 부모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그 부모는 아이에게 화가 날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부모의 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당황감이나 충격이 분노로 발전하지 않을 수 있고 생겼던 분노를 내려 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섯번째 질문은 “내가 마음이 너무 좁은 것은 아닌가?” “나의 생각이 지나치게 내 중심적인 것은 아닌가?” “내가 비현실적인 생각(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입니다. 이런 질문들과 함께 자신의 생각에 융통성을 부여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동시에 상대방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분노 감정을 버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나름대로 자신이 옳다고 믿는 삶의 원리, 즉 신념을 따라 삶을 살아갑니다. 그런데 어떤 신념은 삶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생긴 잘못된 신념이거나 그 자체로는 잘못된 신념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할 수 없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평소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들을 들여다보면서 마음을 넓히는 연습을 하면 불필요하게 분노하는 일들이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여섯 번째 질문은 “내가 이 일로 이렇게 화가 나는 것은 나의 과거에 일어났던 어떤 일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입니다.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자랐거나 상처 혹은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경험이 있다면 그로 인한 슬픔과 두려움 혹은 분노 등이 무의식 속에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어린 시절의 경험과 비슷한 일이 발생하게 되면 당시에 표출하지 못했던 분노까지 함께 터져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자신의 내부에 숨어 있는 감정들을 끄집어 내어 비추어 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특히 어린 시절에 어떤 이유 때문에 표현되지 못했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찾아내 당시에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확인하는 일은 오랜 기간 동안 내부에 머물러 있었던 분노를 흘려 버리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작업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일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질문은 “나의 마음에 생긴 화(분노)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입니다. 자신에게 생긴 분노 감정을 혼자 조용히 흘려 보낼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마음 속에 생긴 분노 감정을 쉽게 흘려 보낼 수 없다면 상대방과 대면하는 일을 해야 할 수도 있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누군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분노를 다루는 방법의 하나로서 용서라는 대안을 깊이 검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에서 기술한 질문들에 대해 답하는 과정은 자신에게 생긴 분노에 대해 숙고하는 과정이며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보는 성찰의 과정입니다. 이 과정은 우리 자신을 성숙시키는 과정이며 동시에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성숙시키는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박진경 (Family Alive 대표, 홈페이지: www.familyalive.ca, 이메일: familyalive202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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