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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해주세요!] 헬렌 김 선교사의 아이티 이야기

[기도해주세요!] 헬렌 김 선교사의 아이티 이야기 3/25일자

저는 도미니카에 도착했습니다. 남편을 아이티에 두고 저와 다른 많은 선교사님들도 한국정부가 제공해주는 헬기를 타고, 미국인은 미국에서, 캐나다는 캐나다 정부에서 제공해주는 헬기를 타고 모두 아이티 땅을 떠났습니다. 제가 13년을 아이티에 있으면서 천명이나 되던 모든 미국인들이 한꺼번에 떠나고, 심지어 저까지도 떠나는 사태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코비드 때도 많이 떠났지만, 남는 사람들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모두가 아주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제 남편은 아이티에서 태어난 아이티 사람인데도, 이런 총격전은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다면서 놀랬습니다. 그런데 제 남편인 로랑은 아이티에서 나오지 못했습니다. 아이티 국적자라서 한국정부에서도 캐나다 정부에서도 거절당했습니다. 제가 캐나다 정부에 항의를 해놓은 상태이지만,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남편을 홀로 두고 편안한 곳으로 가 있는 저에게 남편은 제가 아이티에 없어서 너무 감사하고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자기가 있는 동안 아이들 잘 돌보고, 저희 선교센터도 잘 돌볼 터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홀로 남는 외로움을 저에게 안 보이려고 많이 애를 쓰지만, 그 얼굴에서 보이는 쓸쓸함은 제 가슴을 더 아프게 했습니다. 어제 제가 남편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남편과 아이들을 사지에 두고 저만 편안한 곳에 있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프고 미안하지만, 이번 기회에 주님께서는 저에게 주님을 그 어떤 상황에서도 신뢰하고 믿고 의지하고, 오히려 기뻐하고 찬양하는 연습을 시키시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남편에게는, 제가 아는 한, 주님의 나라에 훈련이 없는 성장은 없는데, 이 외로움속에서 홀로 미션을 지키고 아이들의 안녕을 돌보면서 철저하게 주님만 바라보는 연습하고, 총성이 바로 귓가를 지나가는 와중에서 주님만 의지하는 진정한 선교사로 훈련시키시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헬렌이 선교사여서 돕는 배필로 살아왔는데, 이제는 돕는 배필이 아니라, 선교사역의 주역으로 주님이 만드시는 것 같으니 훈련 잘 마치라고 했습니다. 남편의 머리털 하나도 안 떨어뜨리게 하실 주님을 신뢰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못되긴 못된 모양입니다. 그래도 남편이 아이들과 함께 있으니 든든하고 감사하고 좋은 것을 보면 말입니다.

남편이 제가 부탁해서 식량을 있는 대로 모으느라고 저희가 가지고 있던 운영자금을 다 썼는데, 이제서야 저에게 말하기를, 왜 제가 식량을 그렇게 많이 모으라고 했는지 알겠다면서, 지난 3월 초부터 항구와 공항과 국경이 다 막혀서 식량수입이 되지 못해서 아이티 전역이 심각한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고, 쌀을 구할 수 없게 된지 오래되었다고 식량 탈취를 걱정했습니다. 저희는 두 달분의 식량을 충분하게 샀는데도 남편이 불안한지 스파게티를 더 사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습니다. 

알고보니, 우리 걸스홈 주변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먹을게 떨어져 아무것도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남편이 스파게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저희 사역비가 급격하게 소진되고 있지만, 남편에게 잘 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스파게티를 더 사라고 했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만 살아 남는게 아니라, 콩이라도 나눠먹는 게 너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희 사역자들도 돈이 있어도 식량을 살수 없는 이 상황에서 식량을 곧 나눠야하는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가장 여러분의 후원과 기도가 절실할 때입니다. 아이티의 회복을 위해서 쉬지 않고 기도해주시고, 이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길 수 있도록 후원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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