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누여정에서 만난 사람들 – 타라
새로운 문화와 마주칠 때, 어떤 이는 이를 수용하고 배우려 하는 반면 어떤 이는 자기 것으로 상대를 바꾸려 애쓰기도 한다. 또한 내 것과 상대의 것을 대등하게 받아들여 절충적으로 좋은 점을 수용하는 이들도 있다.
내가 타라를 처음 만난 건 원주민 언어 학교에서였다. 그는 전형적인 백인 여성이었지만 원주민 문화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다. 대체적으로 백인들은 원주민을 향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나름의 관점을 가지고 있는데, 부정적인 입장으로 바라보는 쪽은 원주민을 자기들 세금이나 축내는 무용한 존재라며 불편해한다. 긍정적인 입장을 지닌 쪽은 원주민이 캐나다 땅의 주인이었고 정부의 기숙 학교, 강제 입양 정책으로 그들이 엄청난 고초를 겪었음을 인정한다.
백인 여성인 타라는 거기서 더 나아가 원주민의 문화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원주민의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녀는 BC북부의 한 부족에 여름 캠프를 갔다가 그곳에서 원주민의 노래와 문화를 접하게 되었고 이후 원주민 문화를 배우려 찾아다니다 결국 우리 원주민 언어문화학교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녀는 초등학교에서 보조교사로 일하면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언어학교에 참석했다.
카누 여정 때에도 카라는 모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새로운 부족을 방문할 때마다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며 관계를 맺고 그 부족에게서 배운 것을 기록하고 기억하고 습득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지금껏 타라 만큼 적극적으로 원주민을 존중하면서 배우려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항상 원주민의 관점에서 보려 애쓰고 그들의 역사에 동일시하다보니, 나는 소위 원주민을 위해 일한다는 백인들에 대해서 일단은 주의를 기울이며 관찰하는 편이다. 그런데 타라를 보면서 백인들 중에도 선입견이나 우월감 없이 원주민을 이해하려 애쓰고 이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백인 뿐 아니라 대부분의 이민자들도 자신이 사는 땅의 주인인 원주민에 대해 잘 모른다. 그리고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원주민에 대한 편견, 즉 가난하고 남루한 노숙자나 위험한 범죄자처럼 바라보는 시선을 그대로 답습한다. 그러다보니 무지하고 무능한 그들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식의 우월감이나 무관심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헐리우드 영화의 영향 때문인지 원주민을 마약쟁이나 미신에 찌든 이들로 여기며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도 한다. 모든 이가 타라처럼 전적으로 원주민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노래와 정신을 습득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이 땅의 주인이자 이웃인 원주민을 투명인간 취급은 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현재 타라는 랭리 지역 초등학교에서 원주민 문화와 역사를 가르치고 있고 가까운 지역에 원주민 행사가 있을 때마다 학생들을 데리고 가서 견학도 시키면서, 원주민과의 화해를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