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세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
세상에서 가장 빈번히 사용된 지명은 산호세(San Jose, 영어로 Saint Joseph)다. 지명 뿐 아니라 교회명에도 “산호세”에 대한 관심을 종종 볼 수 있다. 캐나다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교회의 이름도 몬트리올에 있는 산호세성당(St. Joseph Oratory)이다.
이 이름이 세계적으로 다양하게 많이 사용된 이유를 추적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중세 이후 교회는 마리아의 남편, 어린 예수의 “법적” 아버지였던 요셉(Joseph)에 대해 특별한 애정과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해산이 임박한 마리아를 위해 숙소를 찾아 헤매던 장면이나 갓 태어난 예수를 죽이려는 자들을 피해 애굽으로 도피해야 했던 사정을 떠올리면 타당한 현상이다.
하지만 정작 현대 대부분의 성도들은 요셉에 관해 잘 알지 못한다. 어떻게 평범한 목수였던 요셉이 그리스도 예수를 지키는 수호천사 같은 사명을 감당할 수 있었는지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가 그 사명을 끝까지 감당하고도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역사 속에서 겸손히 사라지면서 남긴 감동을 유심히 바라보지 않는다.
성경에서 천사가 세 번이나 찾아온 인물은 요셉 밖에 없다. 그것도 천사장인 가브리엘이 세 번이나 찾아온 사람이 바로 요셉이다. 그 세 번의 만남을 통해 요셉은 살기 등등한 험악한 세상으로부터 그리스도를 지키는 수호천사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요셉은 정혼녀 마리아가 아이를 잉태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조용히 그녀와 파혼하려고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이때 요셉은 천사장 가브리엘의 첫째 방문을 맞게 되고 하나님의 아들을 이 세상에서 보호해야 하는 수호자로 부르심을 받게 된다. 가브리엘과의 두 번째 만남에서 그는 애굽으로 밤중에 아이와 아내를 데리고 도망을 가라는 명령을 받는다. 하나님의 하나뿐인 아들을 자신이 여관도 찾지 못해 구유에 뉘어 세상에 맞이한 것도 기가 막힌 일이었는데 이제는 그를 죽이려는 사람들을 피해 밤중에 피난을 가야 하는 운명에 요셉은 당황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만남에서 요셉은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가라는 명을 받아 떨리고 두려운 마음으로 예루살렘을 향해야 했다. 즉, 요셉은 천사장 가브리엘과 동역하며 아기 예수를 온갖 어려움에서 지켜낸 수호천사의 역할을 해낸 위대한 아버지였다.
안타깝게도 이런 위대한 아버지 요셉의 이름은 너무나 빨리 역사에서 사라진다. 예수가 자라 청년이 되면서 요셉의 이름은 더 이상 이야기 속에 등장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요셉이 모습을 드러낸 곳은 예루살렘 회당에서 잃어버린 줄 알았던 열두 살 아이 예수를 되찾았을 때다. 그때 예수가 요셉에게 이렇게 말을 한다: “내가 내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할 것을 당신이 모르셨나이까?” (누가복음 2:49). 어쩌면 요셉은 이 세상 아버지로서의 역할이 이제 끝났음을 그 순간 직감했는지도 모른다. 더 이상 가브리엘이 자신을 찾아오지 않은 이유를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요셉을 추억하며 그를 그의 직업을 따라 아주 훌륭한 목수로 기억 했을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요셉을 아내 마리아를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한 아주 좋은 남편으로만 알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요셉이 목수보다, 남편보다 더 위대했던 것은 하나님의 뜻을 따라 그에게 맡겨주신 소중한 아기 예수를 자신의 생명처럼 지켜낸 수호자였다는 것이다. 그가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난 것에 많은 사람이 안타까워하고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사명을 모두 다 마친 안도감에 기뻐하며 하나님의 영광 중에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게 분명하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러한 요셉의 헌신적인 삶은 그대로 예수 그리스도의 삶 속에 드러난다. 하나님의 뜻을 성취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신 그 모습 속에 바로 아버지 요셉의 모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상에서 각자가 주를 위해 이룬 것을 아무도 알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나님의 부르심대로 행한 위대한 사명자의 이름은 영원한 생명책에 진하게 기록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