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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희년 이야기] 희년의 예언자, 예레미야(2)

silhouette of forest at sun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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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 이야기] 희년의 예언자, 예레미야(2)

렘 32:8, “여호와의 말씀과 같이 나의 숙부의 아들 하나멜이 시위대 뜰 안 나에게 와서 이르되 청하노니 너는 베냐민 땅 아나돗에 있는 나의 밭을 사라 기업의 상속권이 네게 있고 무를 권리가 네게 있으니 너를 위하여 사라 하는지라 내가 이것이 여호와의 말씀인 줄 알았으므로.”

예레미야의 집안은 아비아달의 후손이다. 제사장 아비아달은 다윗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의 왕이 될 사람으로 솔로몬이 아니라 아도니야의 편에 섰다가 나중에 솔로몬 왕에 의해 제사장직을 파면당하고 아나돗으로 쫓겨난다. 그래서 이후의 제사장 직분은 왕위 경쟁에서 솔로몬의 편에 섰던 사독의 후손들이 독차지하여 섬기게 된다.

그런데 솔로몬이 아비아달을 아나돗으로 쫓아낼 때 ‘네 땅’으로 가라고 표현한다(왕상 2:26-27). 곧 아나돗에 아비아달 가문의 땅이 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 땅의 일부를 아비아달의 후손인 하나멜이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8절에서 “기업의 상속권이 네게 있고”라는 하나멜의 말은, 자녀 없이 죽은 사람의 기업 토지는 그 죽은 사람의 가장 가까운 친족에게 상속해 주어야 한다는 율법을 배경으로 한다. 

민 27:8-11, “8.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이르기를 사람이 죽고 아들이 없으면 그의 기업을 그의 딸에게 돌릴 것이요 9.딸도 없으면 그의 기업을 그의 형제에게 줄 것이요 10.형제도 없으면 그의 기업을 그의 아버지의 형제에게 줄 것이요 11.그의 아버지의 형제도 없으면 그의 기업을 가장 가까운 친족에게 주어 받게 할지니라 하고 나 여호와가 너 모세에게 명령한 대로 이스라엘 자손에게 판결의 규례가 되게 할지니라.”

곧 하나멜은 자녀도 없고, 형제도 없이, 사촌인 예레미야가 가장 가까운 친족인 것이다. 8절, “무를 권리가 네게 있으니 너를 위하여 사라.”에서 앞에 있는 “무를 권리가 네게 있으니”를 고려하면, 뒤에 있는 “너를 위하여 사라”는 말은 “너를 위하여 무르라”는 뜻이다. 여기서 “너를 위하여 무르라”고 표현한 이유는, 지금 자기를 위해 땅을 무르는 의무를 수행하면 나중에 자기가 죽은 후에 그 땅을 자기의 가장 가까운 친족인 예레미야가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하나멜에 대해 세 가지를 알 수 있다. 첫째, 하나멜은 노인이다. 왜냐하면, 하나멜이 예레미야보다 먼저 죽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전제하고 있으므로 하나멜의 나이가 예레미야보다 더 많았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데, 사촌 형제인 예레미야의 나이가 그 당시에 이미 많았기 때문이다. 렘 1:2, “아몬의 아들 유다 왕 요시야가 다스린 지 십삼 년에 여호와의 말씀이 예레미야에게 임하였고.” 요시야 13년인 주전 627년에 예레미야가 예언 사역을 시작했으므로, 시드기야 10년인 주전 588년이면 이미 39년이나 흐른 시점이다. 

그런데 예레미야가 선지자 사역을 시작할 때의 나이에 대해 세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는, 렘 1:6, “내가 이르되 슬프도소이다 주 여호와여 보소서 나는 아이라 말할 줄을 알지 못하나이다 하니”에서, “나는 아이라”라는 예레미야의 말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여, 처음 선지자 소명을 받을 당시의 나이를 10대 후반의 청소년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둘째는, 그 말을 은유의 표현으로 해석하여, 아직 지식과 실천이 성숙하지 못한 20대 청년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셋째는 그 말을 겸손의 표현으로 해석하여, 제사장을 비롯한 레위인이 나이 30세에 그 직무를 시작하는 것처럼 예레미야도 처음 선지자 소명을 받을 당시의 나이를 30대 초반의 청년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가운데 가장 나이 어린 10대 후반의 첫째 가능성을 택하더라도, 그로부터 39년이 지나 하나멜의 요청을 받던 당시, 예레미야의 나이는 50대 후반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 사촌인 하나멜은 최소 50대 후반인 예레미야보다는 더 나이가 많기 때문에, 60대나 70대의 노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하나멜은 더 이상 일할 수 없을 만큼 기력이 아주 쇠하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긴 아나돗의 자기 땅을 되찾으면 그 땅에서 일하면서 근근이 먹고 살다가, 아예 일할 수 없을 만큼 기력이 쇠하게 되면 그 때 다시 그 땅을 팔아서 그 돈으로 숨을 거둘 때까지 생계를 유지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예레미야에게 토지 무르기를 요청하고 있다고 추정된다. 둘째, 하나멜은 가난한 사람이다. 그는 가난 때문에 아나돗의 땅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스스로의 힘으로는 그 판 땅을 되살 수 없을 만큼 가난하다. 셋째, 하나멜은 외로운 사람이다. 자녀도 없고 형제도 없다. 요컨대 하나멜은 가난하고 외로운 노인이다. 자녀도 없고 형제도 없이 외롭고 돈이 없이 궁핍하고 나이 늙어 백발이 성성한 하나멜이 예레미야에게 와서 자기 밭을 물러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촌 형제 하나멜의 요청을 예레미야는 들어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