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패밀리 얼라이브] 용서 이야기 <2> 용서의 유익

<용서 이야기 2>                용서의 유익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흑인 지도자였던 넬슨 만델라는 “우리에게 심각한 부상이 가해졌을 때 우리는 용서할 때까지 치유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이는 그가 인종차별적 정책을 폈던 남아공 백인 정부에 의해 27년간 감옥살이를 한 후에 한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심각한 부상, 혹은 깊은 상처가 있을 경우에는 그 상처와 부상으로부터 치유되기 위해 용서라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나의 부모님의 명예를 손상하는 일을 했다면, 내가 강간을 당했다면, 폭도들이 나의 아들을 살해했다면, 직장 상사가 나의 작업을 낮게 평가하면서 나에게 자존심 상하는 말을 했다면 내가 받는 상처의 크기와 깊이는 작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경우에 분노가 생기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런 심각한 상처로 인한 분노는 쉽게 단기간에 떨쳐내기 어려울 것이고 ‘내가 과연 용서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할 것입니다. 분노를 내려 놓고 용서하기로 작정했다고 하더라도 상처가 치유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우리가 우리에게 심각한 상처를 주었거나 해를 입힌 사람을 용서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무엇보다 우리는 지속적인 분노와 증오심, 원망, 원한, 쓴 뿌리 마음 등을 품고 있게 될 것입니다. 그 결과로 우리의 내면은 괴로움을 겪게 되고 많은 경우 강렬한 부정적 감정의 지배를 받으면서 살게 될 것이고 심하면 파괴적인 삶을 살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분노 이야기>를 통해 살펴본 것처럼 마음에 품고 있는 분노는 우리의 삶의 여러 분야에서 여러 종류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용서하지 않은 채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분노를 품고 지내게 되면 분노가 주는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으로 늘 피곤한 상태가 되기 쉽고 정서적으로도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품을 수 있을 만한 여유가 현격히 줄어들고 일상의 삶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자신에게 해를 끼친 사람과의 관계가 손상될 뿐 아니라 그로 인해 생긴 사람에 대한 불신 때문에 일반적인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고립된 삶을 살기 쉽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상의 삶에서 감사보다는 원망이 더 많은 삶을 살게 되고 그런 삶의 태도는 그 사람의 영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칩니다.  

용서하지 않는다는 말은 분노를 품고 산다는 말일 수 있고 기회가 되면 복수 또는 응징하겠다는 말일 수 있습니다. 복수는 자신에게 잘못한 사람에게 되갚아주는 것입니다. 수치심을 준 사람에게는 수치심으로 갚아주고, 자존심을 깎은 사람에게는 자존심을 깎는 방법으로 갚아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서 상대방에게 수치심을 준다고 해서 자신에게 유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누군가 나에게 신체적 손상을 입혔거나 재정적 손해를 끼쳤다고 해서 똑 같은 방식으로 복수하는 것은 윤리적 혹은 사회적인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복수하는 대신에 상대방을 응징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응징이란 잘못을 깨우쳐 뉘우치도록 징계하는 것을 말하는데 징계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행할 수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징계를 통해 상대방이 잘못을 뉘우치고 두 사람의 관계가 회복되는 일은 아주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복수나 응징을 한다고 해서 분노로 인해 생긴 부정적인 감정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다만 어느 정도 보상심리가 작용하여 대리만족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용서하지 않은 채 분노를 품고 지내는 일은 그로 인한 무거운 짐들을 지고 사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니라 상황을 되돌리지도 못하면서 기껏해야 대리만족을 얻는 데 그치고 말게 됩니다. 그러나 분노로 인한 부정적인 감정들을 내려 놓고 상대방에게 복수하거나 응징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상대방을 용서하기로 선택한다면 여러 면에서 유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용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익들 중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세 단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분노감정을 비롯해서 부정적인 감정들이 지배하는 삶을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우리가 용서하기로 선택하고 결단한다고 하더라도 분노감정이나 복수심, 적개심, 쓴 뿌리 마음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은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결단을 통해 그런 부정적 감정들을 버리는 연습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습을 하다 보면 부정적 감정들의 무게는 점점 가벼워질 것이고 실제로 그 일이 이루어질 때가 올 것이고 그러는 동안 상처도 점차로 아물게 될 것입니다.

둘째, 부정적 감정들이 있던 자리를 긍정적인 감정들로 채울 수 있게 됩니다. 우리에게 있는 감정의 그릇이 부정적인 감정들로 차 있으면 긍정적인 감정들이 들어갈 자리가 줄어듭니다. 누군가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이 나의 감정의 그릇을 채우고 있으면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다른 긍정적인 감정들조차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그런데 용서를 선택하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하나씩, 조금씩 버리기 시작하면 내면의 자유와 해방감을 경험할 수 있고 그 결과로 감정의 그릇을 긍정적인 감정들로 채울 수 있게 되고 정서적 안정감을 누리게 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인생을 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됩니다.

셋째, 부정적인 감정들을 버리고 긍정적인 감정으로 대체하는 연습은 부정적인 태도를 긍정적인 태도로 바꾸는 데 기여합니다. 예를 들면 원망하는 마음을 버리고 관용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면 삶의 전반에 대해 원망하는 태도 대신에 감사하는 태도를 배우게 됩니다. 그러게 되면 대인관계도 좋아지고 인생 전체를 사는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아울러 이런 긍정적인 태도는 과거에 매여 있던 삶을 미래지향적으로 바꾸게 되고 영성에도 영향을 끼쳐서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박진경 (Family Alive 대표, 홈페이지: www.familyalive.ca, 이메일: familyalive202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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