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색, “만 가지 은혜”
노년에 얻은 아들이라 야곱은 자신의 막내인 요셉에게 항상 특별한 사랑의 마음을 보입니다. 아버지의 편애에 다른 자식들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사건은 옷선물이었습니다. 아버지는 그를 더 사랑하므로 그를 위해서 채색옷을 만들어 줬던 것입니다. 채색옷이란 문자적으로 여러 색깔로 직조된 옷을 뜻합니다. 히브리 민족의 풍습과 삶의 방식을 연구한 프레드 H. 화이트는 요셉이 입었던 채색옷은 그의 형제들이 입었던 길이가 짧은 농부들의 옷과 대조적인 옷이었다고 밝힙니다. 프레드는『Manners and Customs of Bible Lands』에 채색옷은 다윗 왕의 딸 다말 공주가 입었던 옷과 동일한 옷으로 길이가 길었고 장식이 화려한 최상한가의 옷이었다고 적습니다.
채색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파스”의 기본 개념은 질과 량에 있어서 최극에 달한 상태 혹은 모든 것이 충분하여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경지를 의미합니다. 고대 유대인들 (LXX 번역)과 라틴어 성경인 불가타 (Vulgata)는 히브리어 파스를 “다양한 색깔”로 번역했습니다. 요셉의 옷을 채색옷으로 제한하여 번역하면 그 옷의 특징을 잘못 드러내기 때문에 구약 언어 학자들은 다양하게 번역합니다. 예를 들면 NIV 성경은 “화려하게 장식된 예복,” NASB 성경은 “울긋불긋한 외투,” NRSV 성경은 “소매가 있는 긴 예복,” 그리고 NLT 성경은 “아름다운 예복”입니다.
히브리어 파스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색상을 의미하는 희랍어 “포이킬로스”로 번역됩니다.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포이킬로스는 다양한 색상을 지닌 표범 가죽, 무지개 빛깔을 가진 뱀, 새의 화려한 깃털, 불은 화강암 돌, 등 여러 색깔이 혼합되어 반짝 거리는 것을 묘사하는 단어였습니다. 포이킬로스는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고 제조된 물건들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 낱말은 다양한 색깔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천을 묘사할 때나 다양한 색상의 카펫이나 다양한 색상으로 정성을 다해 풍성하게 수놓은 예복을 묘사합니다. 그것은 정교하게 양각으로 새긴 방패의 교묘하게 가공된 금속 작업을 설명합니다.
이 낱말은 또한 복잡하거나 엉켜진 모든 것을 설명합니다. 그래서 정교하게 합성된 약품을 설명할 수도 있고, 복잡하고 섞인 법칙을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태나 긴급 상황에서 미묘하고 교활하며 약삭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수완이 풍부한 사람을 묘사하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 단어는 다소 나쁜 의미로 귀결됩니다. 그래서 이 낱말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속임수와 책략으로 가득 찬 사람을 묘사합니다.
신약 성경에서 포이킬로스는 대부분의 경우 다양성을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복음서 저자들은 예수님께서 각종 병자를 치료하는 모습을 기술할 때 이 단어를 사용합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가르침의 방식도 여러 가지인 것을 강조할 때 이 단어를 사용합니다. 요한복음은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여러 가지 선한 일”로 표현합니다.
목회서신에서 포이킬로스는 악을 설명할 때 사용됩니다. 사도 바울은 디모데에게 편지하면서 악에게 넘어 가는 여성들을 설명할 때 이 단어를 사용합니다. “그들 가운데는 여러 가지 (포이킬로스) 정욕에 이끌려 죄에 빠져 있는 아낙네들을 유인하러 남의 집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그는 또 악에 젖어 살고 있는 이방인의 삶의 특징을 언급하면서 이 단어를 사용합니다. 포이킬로스는 악이 얼마다 다양한지를 설명합니다. 히브리서 저자는 하나님의 다양한 기적에 대해 언급할 때 이 단어를 사용합니다. 이 단어는 또한 신앙 생활을 훼방하는 다양하고 이상한 교리들을 설명할 때도 사용됩니다.
야고보는 신앙을 연단하기 위해서 우리가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일들을 이 단어로 표현합니다. “내 형제들아 너희가 여러 가지 시험을 당하거든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 이는 너희 믿음의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 내는 줄 너희가 앎이라.” 그리스도인이 신앙 성장의 과정에서 직면하는 문제들의 다양성을 언급할 때 베드로도 야고보와 동일한 내용을 언급합니다. ” 포이킬로스는 신앙 훈련의 다양함을 언급할 때 이 단어가 는 단어입니다.
베드로는 하나나님의 은혜를 설명하기 위해서 이 낱말을 상용합니다. 특별히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만큼 다양한지를 설명하기 위해 이 단어를 사용합니다. “각 사람은 은사를 받은 대로 하나님의 여러 가지 은혜를 맡은 선한 대리인으로서 서로 봉사하십시오.”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신 은사들은 신자들의 수효만큼이나 다양합니다. 이와 동일하게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의 다양함도 신앙인의 숫자와 같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각 사람이 놓여 있는 환경에 적합하게 나타납니다.
다양한 색상을 의미하는 포이킬로스가 하나님의 은혜와 결합될 때는 은유적으로 “만 가지 은혜”의 뜻을 갖습니다. 인간이 처한 어떤 상황도 하나님의 은혜에 적합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뜻입니다. 곧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가 처해 있는 모든 상황에서 경험됩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어떤 사람이 기쁨이나 성공이라는 황금빛 햇살 속에 살고 있는지, 아니면 어떤 사람이 슬픔과 고통의 암울한 어둠 속에 살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모든 현실에서 그의 상황에 맞는 하나님의 은혜가 있습니다. 상황이 하나님의 은혜에 적합하지 못하기 때문에 은혜는 나타날 수 없는 상황은 있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삶의 모든 가능한 상황에 부합하고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특성을 지닌 것입니다.
자신이 당했던 여러 고난이 얼마나 심했는지 “살 소망까지 끊어지고 우리는 사형 선고를 받은 줄 알았다”고 고백한 바울은 하나님의 은혜가 무엇인지를 이렇게 기술합니다.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 환난이나 곤고나 박해나 기근이나 적신이나 위험이나 칼이랴 기록된 바 우리가 종일 주를 위하여 죽임을 당하게 되며 도살 당할 양 같이 여김을 받았나이다 함과 같으니라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
우리가 직면하는 상황이 무엇이든 하나님의 은혜는 그곳에서 경험됩니다. 죄가 많은 곳에 하나님의 은혜는 더더욱 풍성히 넘치게 됩니다. 고난이 깊은 곳에도 그 은혜는 족하게 부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앙인은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기뻐하며 자랑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은혜가 그곳에서 머물기 때문입니다. 이남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