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이야기 6> 분노의 종류 2: 불합리한 분노
불합리한 분노란 분노의 이유가 정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생기는 분노입니다. 합리적인 이유가 없이 분노하는 것이므로 불합리한 분노에는 부당한 분노 혹은 불필요한 분노 등도 포함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사람들이 분노하는 경우들 중에서 불합리한 이유로 분노하는 경우들을 살펴보기로 합니다.
첫째, 오해로 인해 분노한다면 그런 분노는 불합리한 분노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자기에게 손해를 끼친 줄 알고 상대방을 향해 분노했는데 사실은 상대방이 자기에게 해를 끼친 것이 아닌데 오해 때문이었다면 그런 분노는 불합리한 분노입니다. 만일 그런 오해로 인해 분노가 생겼고 그 분노를 상대방에게 표출했다면 우리는 오히려 상대방에게 사과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경우는 오해를 한 나에게 잘못이 있는 것이므로 오해로 인해 생긴 분노는 부당한 분노이며 불합리한 분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해는 부정확한 의사소통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잘못 들어서 생기는 오해도 있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길 수도 있고 자신의 의사를 모호하게 표현함으로써 생기는 오해도 있습니다.
오해는 상대방의 말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생길 수도 있습니다. 특히 내면에 해결되지 않은 과거의 상처나 피해의식, 낮은 자존감, 수치심 등의 뿌리 깊은 상한 감정이 숨어있을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곡해하거나 오해하기 쉽습니다. 쉬운 예를 들면, 지난 주에 만나서 인사한 사람이 오늘 자기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때 섭섭한 마음이 생길 수는 있지만 섭섭한 정도가 지나쳐서 자기를 하찮게 본다고 흥분하며 분노하는 경우입니다. 한 번 만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인데 그런 일로 분노한다면 자기 자신의 연약함에 기인하여 상처와 분노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하여 발생한다면 우리는 자신의 내면에 해결되지 않은 과거의 상처, 피해의식, 낮은 자존감, 수치심 등이 있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불합리한 분노는 오해 뿐 아니라 개인적인 차이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생길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차이라고 하면 기질의 차이나 성장 배경의 차이도 있고 부부 사이에서는 남녀의 차이도 포함됩니다. 기질이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일을 인식하는 방식도 다르고 그 일에 대처하는 방식도 다릅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어떤 일을 나와 다른 방식으로 대처할 때 상대방의 방식이 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쉽고, 그 결과로 상대방에게 분노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기질에 따라 대처 방법이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면 상대방의 방식이 나와 다르기 때문에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그 실망감이 분노로 발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분노는 불필요한 분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우리는 종종 비현실적인 기대나 생각 혹은 신념으로 인해 분노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삶에 대한 현실적인 이해의 부족으로 인해 분노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도 불합리한 분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아내가 남편이 자기 마음 속에 있는 생각을 알아채지 못해서 자신의 기대와 다른 행동을 했다고 분노한다면 그런 분노는 부당한 분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편에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말하지 않고서 남편이 자기 마음 속에 있는 생각을 알아주기 바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기대이며 이런 비현실적인 기대 때문에 생긴 분노는 부당한 분노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있고 우리의 기대와 다른 일들도 얼마든지 일어납니다. 우리의 기대와 생각이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실제의 삶에서는 우리의 기대나 생각과 다른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그런 일들이 일어날 때 실망감이 분노로 발전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지적 능력이 부모의 기대에 못 미쳐서 학업 성적이 좋지 못할 때 분노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합니다.
인생은 어려운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덜 분노하며 살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들과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불필요하게 분노하는 일들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건강한 식습관을 가진 사람도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자신이 암에 걸렸을 때 충격과 실망감이 분노로 발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부부는 한 몸처럼 가까운 사람이지만 어떤 일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배우자가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 상대방의 생각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분노하지 않고 더 좋은 결론을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넷째, 어떤 경우에는 우리가 마음이 좁고 인내심과 사랑이 부족해서 화가 나기도 합니다. 자기중심적인 관점만 고집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자주 화를 냅니다. 그러므로 화가 나는 일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마음을 넓히고 상대방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고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이런 태도를 가지면 분노가 생겼다 하더라도 빨리 분노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다 보면 상대방에게 화를 내는 대신에 오히려 상대방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우리는 종종 불합리하고 부당한 이유로 분노합니다. 그런 것들 중 많은 것들은 불필요한 분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분노가 생겼을 때 분노의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는 연습을 하면 분노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고 많은 경우 부정적인 1차 감정이 분노로 달려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박진경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객원교수, Family Alive 대표, 홈페이지: www.familyalive.ca, 이메일: inquiry@familyalive.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