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희년 이야기] 요셉의 토지 개혁(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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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의 토지 개혁(4)

토지법의 각론에서는 애굽 토지법보다 희년 토지법이 훨씬 더 세밀하고 정교하다. 애굽 토지법과 달리, 희년 토지법 하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병이 들어 일할 수 없거나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없는 불가피한 재난 상황에서 다음 희년까지 한시적으로 토지의 사용권을 매각하고 그 값을 받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으며, 희년 전에 언제든지 그 토지를 무를 수 있고, 무를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경우 희년이 오면 그 토지를 되찾음으로써 이스라엘의 모든 가족들이 다시 토지 평등 분배 상태를 회복한다. 이처럼 희년 토지법은 애굽 토지법보다 각론에서 탁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토지법의 대원칙에서, 요셉이 세운 애굽 토지법의 ‘토지가 바로의 것’이라는 ‘토지왕유’(土地王有) 원칙보다, 하나님이 모세를 통해 반포하게 하신 희년 토지법의 ‘토지가 하나님의 것’이라는 ‘토지신유’(土地神有) 원칙이 훨씬 더 좋다. 왜냐하면 토지는 바로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므로, ‘토지왕유’(土地王有)는 진실이 아니요 오직 ‘토지신유’(土地神有)만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애굽 토지법의 ‘토지왕유’(土地王有) 하에서는 바로와 같은 인간 왕에 의한 독재가 불가피하여 백성들이 왕에게 예속될 수밖에 없는 데 반해, 희년 토지법의 ‘토지신유’(土地神有) 하에서는 오직 하나님 한 분만을 왕으로 모시고 인간 왕을 인정하지 않으므로 그런 독재가 나올 수 없고 모두가 평등한 자유민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요셉이 세운 애굽 토지법을 평가절하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요셉은 당시 바로의 왕정(王政)이라는 주어진 시대적 제약 조건을 무시할 수 없었으므로, 토지가 바로의 것이라는 ‘토지왕유’(土地王有) 원칙에 입각하여 농민들에게 토지사용권을 평등하게 분배하는 방식의 토지법을 마련하는 것이 그 시대에 할 수 있는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출애굽을 했기 때문에 왕정(王政)이라는 제약 조건에서 벗어나 있었으므로, 토지가 하나님의 것이라는 ‘토지신유’(土地神有) 원칙에 입각하여 이스라엘 백성에게 토지사용권을 평등하게 분배하는 방식으로 하나님의 뜻에 온전히 부합하는 토지법을 반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요컨대 요셉이 세운 애굽 토지법은 그 대원칙과 각론에서 희년 토지법에 훨씬 못 미치지만, 바로의 왕정(王政)이라는 당대의 제약 조건 하에서는 최선의 제도였던 것이다. 그리고 요셉의 토지 개혁은 애굽이라는 ‘세속 국가’를 배경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 세속 국가 차원의 희년 경제 실천에 귀중한 모범이 된다. 곧 요셉은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희년 경제법의 원칙들을 세속 국가에서도 최대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당위와 모범을 보여 준다.

그리스도인들은 요셉처럼 ‘돌아갈 본향’과 ‘지금 있는 세상’을 모두 중시해야 한다. 요셉은 이스라엘 자손에게 맹세시키면서,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맹세하신 땅으로 자신의 해골을 메고 올라가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창 50:24-25). 요셉은 자신의 본향은 애굽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땅임을 잘 알고 있었고, 그 약속의 땅에 자신이 죽은 후에 해골이 되어서라도 가기를 열망했다. 그와 동시에 요셉은 자신이 있던 당대의 애굽에서 성경적인 경제 개혁을 이루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도 요셉의 본을 받아, 돌아갈 영원한 본향을 사모하면서, 동시에 지금 있는 세상에서 희년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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