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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동네목사개척이야기] 당신은 여전히 아름답다

당신은 여전히 아름답다

5월이 되면 엄마가 자주 생각난다. 엄마의 얼굴이 떠오르면 이런 물음표가 생각난다.

“엄마로서 행복하셨을까?”, “한 여성으로서의 삶은 어땠을까?” 

이런 종류의 질문은 곧바로 아내에게로 귀속되면서 배우자인 남편으로서의 나를 반추하게 된다. 이런 글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한다. 청년기와 신혼기를 떠올리게 된다. 그 시기마다의 아내와 내 모습이 생각낫다. 

사실, 여성의 삶은 계절만큼 자주 변한다. 아침을 눈을 뜨고 일어나는 순간, 한 여성에서 아내로, 그리고 엄마로의 매순간 다른 역할이 주어진다. 20~30대의 생기 발랄하고 내일의 꿈이 가득한 인생 황금기의 여성은 결혼을 하면서 삶의 급격한 변화를 경험할 것이다. 새로운 삶의 출발이며 근사한 청년과 미지의 세계에 첫발을 들여놓은 가장 큰 모험이 시작된 것이다. 

결혼과 가정에 대해 남녀는 기대하는 바가 조금 다르다. 가정에 대해 남성은 안식과 쉼, 따뜻함과 관련된 정서가 있는 반면 여성은 안전과 교감이라는 정서가 주요하다. 그래서 결혼기의 여성은 “이 남자를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무얼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끝없이 하게 된다. 

결혼 후 여성은 출산과 육아라는 문을 통과하며 엄마라는 삶을 시작하게 된다. 여성에서 아내로 이어서 엄마로서의 급격한 변화가 찾아 온 것이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여성으로서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누리고 싶은 것을 모두 포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엄마는 삶의 우선 순위가 바뀌고 관심과 가치가 뒤집어지는 단기간의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된다. 엄마로서의 삶은 여성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소용돌이일 것이다. 

남성 역시 이런 아내의 변화에 대한 연쇄작용이 일어난다. 이 시기는 남성도 아빠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부여되었지만 삶의 구심점이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에게 쏟아졌던 관심과 에너지가 아가에게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부부들은 본격적 갈등이 시작된다. 

아내가 여성에서 엄마로 변신하는 과정은 아가와 탯줄로 이어진 여성의 가장 강렬한 사건이다. 이에 반해 남편의 입장에서는 “매력적이었던 한 여성이 바람과 함께” 사라져버린 사건이기도 하다.

“생기와 화사함 가득한 아내와의 만남이 아련한데 어느덧 엄마로 변신한 아내”를 맞이한 것이다. 

이때부터 가정의 주도권에 변화가 일어난다. 

아침 출근 풍경과 퇴근 후 가사에 참여하는 역할이 달라졌다. 당근, 호박, 야채 하나 사는 것도 아가에게 맞추어진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가구 배치를 태어날 아가에게 맞추게 된다. 사실 인생의 모든 배치가 바뀌는 계기가 된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 여성은 또하나의 불안감이 떠오른다.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좋은 엄마로서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

여성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은 아기와 함께 하는 순간 하지만 엄마에게 가장 스트레스의 시간도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라는 설문 결과가 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갑작스런 인생의 변화인만큼 불완전한 여성은 부족한 엄마라는 아픈 모성을 경험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무엇이든 아이를 위한 선택이지만 엄마는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다. 불안한 여성은 “아내로서도 엄마로서도 잘하고 있는 것일까?” 하고 자문하면서 나쁜 아내, 나쁜 엄마 일찌도 모른다고 의구심이 자꾸 마음에 찾아 온다. 하지만 하루 종일 육아에 시달리다 보면 여성에게는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여성은 아내와 엄마로서의 삶 중에 한쪽으로 에너지를 선택해야 한다.

이 시기 여성은 엄마의 모성을 더욱 떠올리게 된다.

자식을 위해 목숨도 아끼지 않은, 헌신과 희생이라는 엄마의 모성을 생각하게 된다. 남편을 내조하고 자식들 뒷바라지하는 것이 엄마 시대의 미덕이었다. 여성들은 희생과 헌신의 어머니로부터 모성을 학습했다. 어머니가 나에게 실현했던 모성을 따라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달갑지만은 않다. 내가 자식이었을 때에는 엄마의 헌신적인 모습이 눈물나게 감사했다. 하지만 엄마의 가여운 삶을 지켜봐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딸들은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예요”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그래서 일까? 요즘 여성들은 출산을 결혼 생활의 선택 사항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자녀없는 결혼 생활을 생각하는 것이다. 한 여성으로서의 성장과 커리어를 개발하려면 아이가 없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이 드는 것이다. 

어쩌면 이 시대의 많은 여성은 속내 깊은 곳에서 ‘부족한 엄마, 부족한 모성’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성들은 “친정 엄마가 상처받을까봐, 착한 딸로 이어야 했기에” 마음 속 깊이 담아두었던 말들이 풀어내지 못한채 살아가는 건 아닐까? 

이제 우리 집에 아이들은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1학년 청소년이 되었다. 이제 직접적인 육아가 끝난 것 같은데 아내는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아이들에게 집중한다. 아내는 엄마로서 자녀들을 건사하기 위해 억척스러웠던 장모님의 모습과 닮아 있을 것이다. 그런 아내가 애처롭고 안쓰럽다. 그런 아내에게 마음에 담아두었던 말 한마디가 있다. “당신은 여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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