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패밀리 얼라이브] 자녀의 마음을 닫게 하는 대화, 열게 하는 대화

자녀의 마음을 닫게 하는 대화, 열게 하는 대화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 이루어지는 대화는 자녀들이 자라는 토양의 역할을 합니다. 부모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과 자신이 부모에게 수용된다는 느낌을 주는 대화는 자녀들에게 자양분이 많은 토양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반면에 자녀들에게 자양분이 빈약한 토양 혹은 독소가 포함된 토양과 같은 일을 하는 대화도 있습니다. 후자의 예를 들면, 자녀를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말, 명령하고 강요하는 말을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또는 자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보지 않고 자녀의 행동이나 인격을 폄훼하여 평가하는 말을 하는 경우, 혹은 자녀의 작은 실수에 대해 장황한 훈계를 하는 경우도 해당됩니다.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비판이나 비난의 말을 들으면 상대방이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고 느끼지 못합니다.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요. 더구나 비판이나 비난하는 말을 들으면 상대방이 자기를 무시하고 거부한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더더욱 마음을 문을 굳게 닫게 됩니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 자녀는 부모를 점점 멀리하게 될 것입니다. 

자녀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잘못을 하는 일들은 늘 생기는 일입니다. 그런 일들이 있을 때 부모는 자녀의 잘못을 바로잡아주기 위해 훈계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자녀를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부모를 압도하여 성급한 마음으로 자녀를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말을 쏟아내는 것은 부모들이 늘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게 되면 자녀를 바로잡아주는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하게 되니까요. 비난이나 비판의 말이 아니라 부드러운 훈계를 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훈계를 할 때는 자녀가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까지만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간혹 자녀와 긴 시간 대화를 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책망은 될 수 있으면 간결하게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비난이나 비판, 장황한 책망, 압도적인 분위기에서의 훈계, 그리고 명령하고 강요하는 방식의 대화를 하게 되면 자녀들은 부모가 자기를 무시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점차 반발심이 싹트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부모로부터 사랑보다는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에 부모에게 마음을 닫게 됩니다. 그러게 되면 점점 부모에게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지 않게 되고 부모를 대할 때 또 지적이나 비난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부모의 말처럼 자신은 부적절하고 무능하고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게 되면서 자신이 가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결과, 자존감이 낮아지며 자기에게 주어진 능력과 은사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자녀와 대화할 때는 자녀들이 부모에게 수용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자녀들이 부모에게 수용된다는 느낌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자녀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귀 기울여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가 듣기에 때로는 자녀들이 하는 말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일단은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다 들은 후에 “그렇구나. 네 생각은 그렇구나.” 혹은 “그랬었구나. 네 마음이 그랬었구나.”라고 말해준다면 아이는 부모에게 수용 받는 느낌을 가지게 되고 부모가 자기의 말에 귀를 기울여준 것에 대해 고마워할 것입니다. 

마음을 여는 대화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어하는 호기심과 아이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는 일로부터 시작됩니다. 자녀들이 어떤 일로 인해 부정적 감정에 싸여 짜증을 내거나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자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니? 엄마(아빠)한테 이야기해 줄 수 있어?”라고 말을 건네면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자기에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때 그 이야기에 “그랬구나.”라고 반응하면서 진지하게 듣고 “그래서 네가 많이 실망이 되는구나.” “네가 억울한 생각이 들었겠구나.” “네가 많이 속상했겠구나.” 등과 같이 반응해 준다면 아이는 부모가 자기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고 자기의 감정에 공감해준다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 후에 혹시 부모에게도 아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일이 생각나면 “엄마(아빠)도 너와 비숫한 일을 겪은 적이 있었어. 중학교 다닐 때의 일인데  . . . 이런 일이 있었어. 그래서 네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덧붙일 수 있다면 아이는 부모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입니다. 만일 아이가 이야기한 일과 관련하여 아이가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면 위와 같이 아이의 마음을 만져준 후에 “그런데 말이야, 엄마는 그 후에 엄마도 잘못한 점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었어. 내가 . . . 이렇게 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했어. 네 생각에 이번 문제에서 네가 잘못한 점은 없을까? 아니면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 될까?”라고 질문하면 좋을 것입니다.

위와 같이 아이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고 아이의 감정을 이해해주면서 대화를 하게 되면 아이는 부모를 향해 마음을 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부모가 자기의 감정도 존중해준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언제든지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자녀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적절하게 반응해주면 아이와 열린 마음을 가지고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아이와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는 분위기는 아이의 성장에 있어 자양분이 많은 토양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밝고 긍정적인 자아상을 가지게 되어 행복한 마음으로 인생을 살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어려운 일에 부딪힐 때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줄 알게 되며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면서 더 나은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유순한 대답은 분노를 쉬게 하여도 과격한 말은 노를 격동하느니라. 지혜 있는 자의 혀는 지식을 선히 베풀고 미련한 자의 입은 미련한 것을 쏟느니라.” (잠 15:1-2)

박진경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객원교수, Family Alive 대표, 홈페이지: www.familyalive.ca, 이메일: inquiry@familyalive.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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