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던 사회에서 자녀양육하기
오늘날 우리는 소위 포스트모던 정신이 지배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포스트모던 정신이란 모더니즘을 배격하는 문화적 사조인데 모더니즘의 특징은 이성중심주의라고 요약할 수 있고 합리성과 규칙, 권위, 규율을 강조합니다. 그러니까 포스트모던 시대의 특징은 이성과 합리성, 규칙, 권위, 규율 중심 문화를 배격하는 것입니다. 사회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더니즘의 특징들은 여전히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그와 반대되는 감성과 개별성 및 자율성에 점점 더 많은 무게를 두려고 하는 경향이 바로 포스트모던 시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와 시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들의 세대는 모더니즘의 경향성이 더 짙은 반면, 지금 자라나는 세대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습니다. 세대간 갈등이 일어나는 이유들 중 하나는 부모가 살았던 시대와 자녀들이 자라고 있는 시대의 문화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부모들이 자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녀들이 영향을 받고 있는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녀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들을 이끌어주는 힘을 상실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포스트모던 시대는 이성이나 도덕보다는 감성에 무게를 둡니다. 그러니까 논리적으로 자녀를 설득하려고 하기보다 자녀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그들의 정서에 공감해 줄 때 부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포스트모던 시대의 특징 중 하나는 권위에 저항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녀에게 권위로 억누르려는 태도를 취하면 자녀들은 반항하고 부모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됩니다. 그러므로 부모들은 위로부터 억누르는 권위가 아니라 자녀들로부터 존경을 받음으로써 자녀를 이끌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포스트모던 시대는 개별성에 중요한 가치를 두고 개인의 인권을 강조합니다. 그런 경향은 부모가 자녀들의 생각, 혹은 의견이나 권리를 존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지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자녀들의 공감을 얻어 내면서 자녀를 이끌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별성에 대한 강조는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해주면서 전 지구적인 교류를 하는 시대적 경향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자신의 나라와 민족에 대한 충성심이 중요했다면 오늘날의 청소년과 청년들은 나라와 민족이 달라도 문화적 공통성을 나누면서 공간을 뛰어 넘어 교류합니다. 전세계적으로 발달해 있는 인터넷 통신망이 이런 특징을 더 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한편, 개별성에 대한 강조는 과거에 모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가치들을 배격하고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따라 자신을 표현하고 살아가는 생활방식을 지지해주는 문화를 만들어냈습니다. 그 결과로, 포스트모던 시대는 가치의 혼란시대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자녀들이 바로 그런 시대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흔들리지 않는 신앙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말씀에 기초를 둔 신앙교육과 함께 다음 몇 가지를 염두에 두고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첫째, 다른 사람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것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도록 이끌어주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것은 대인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덕목이지만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것 역시 중요한 덕목입니다. 다른 사람이 자기를 존중해주기를 바라기 전에 자신이 먼저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신의 인생을 소중한 것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인생을 가치 있게 사는 데 있어서 중요한 발판이 됩니다.
둘째,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말할 줄 알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이끌어주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구체적인 행동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면 자신의 생각이 무엇인지 명료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 의해 이끌리는 인생을 살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와 함께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훈련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셋째, 다른 사람이 가진 가치관과 신념을 공격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대로 사는 사람이 되도록 이끌어주는 것입니다. 포스트모던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 지구적인 교류가 평범한 일이 된 오늘날에는 다른 문화에서 살아온 사람들과 함께 협력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같은 지역에서 자란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과거 농경시대와는 달리 가정마다 나름대로의 문화가 존재합니다.
이런 때에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신념, 생활방식 등이 자신의 것과 다르더라도 그것들을 비판하거나 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다른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행동방식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다양성의 세상일수록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국제적인 것이다”는 말처럼 자신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고 그 가치관에 따라 신념을 가지고 인생을 사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우리 자녀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는 각자 나름대로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할 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위의 세 가지 특징들을 가진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존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굴해지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소중히 여기며 외부의 압력이나 환경에 의해 흔들리지 않습니다. 옳지 않은 일에는 “아니요”라고 말할 줄 아는 용기는 자존감, 즉 진정한 자존심이 있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덕목입니다.
신앙인들의 자존감의 근거는 자신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존재라는 사실에 대한 믿음입니다. 하나님의 형상을 품은 존재라는 믿음에 근거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자기중심적인 이기적인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 믿음은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하나님의 형상을 품은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은 이와 같은 자존감에서부터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박진경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객원교수, Family Alive 대표, 홈페이지: www.familyalive.ca, 이메일: inquiry@familyalive.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