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패밀리 얼라이브] <분노 이야기 1>  분노의 사전적 의미와 분노 감정의 성격

<분노 이야기 1>   분노의 사전적 의미와 분노 감정의 성격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때때로 분노를 경험합니다. 분노를 느끼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 분노는 우리에게 일상의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착한 사람이라고 해서 분노를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이 약한 사람들은 자신이 느끼는 분노를 밖으로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착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착한 사람들 혹은 마음이 약한 사람들 중에는 분노 감정 때문에 더 많이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분노의 사전적 의미

일반적으로 우리는 화와 분노를 같은 의미로 사용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화(火)’는 순 우리말이고 ‘분노(忿怒)’는 한자어라고 생각하는데 실은 둘 다 한자어입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분노’를 “분개하여 몹시 성을 냄”, ‘분개’는 “몹시 분하게 여김”, ‘분하다’는 “억울한 일을 당하여 화나고 원통하다”라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또 많은 경우에 분노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화”라는 단어의 뜻을 찾아보면 “몹시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나는 성”이라고 기술되어 있고 “성”은 “노엽거나 언짢게 여겨 일어나는 불쾌한 감정”, ‘노엽다’는 “화가 날 만큼 분하고 섭섭하다”라고 기술되어 있습니다. 이 모든 단어들의 뜻을 종합해 보면 ‘화’는 “몹시 못마땅하거나 언짢음, 혹은 섭섭함, 원통함 등으로 인해 생기는 불쾌한 감정”이고 ‘분노’는 “몹시 못마땅하거나 언짢음, 섭섭함 혹은 원통함 등으로 인해 생긴 불쾌한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기술된 두 단어의 차이를 다시 말하면 ‘화’는 내부에 생긴 불쾌한 감정이고 ‘분노’는 그 불쾌한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일상에서는 ‘화가 난다’는 표현보다는 ‘분노한다’라는 표현이 더 강한 감정 상태를 표현한다고 느껴집니다. 그러나 분노는 내부에 생긴 화난 감정이 밖으로 표현된 것이기 때문에 화난 상태의 감정과 분노 상태의 감정은 본질적으로 같은 감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본 칼럼에서는 화가 난다는 말과 분노 감정을 느낀다는 말을 같은 의미로 사용하려고 합니다. 영어에서도 화와 분노를 굳이 구분하지 않고 anger라는 하나의 단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경우에 따라 속으로 화가 나더라도 밖으로 자신의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화는 나지만 분노하지는 않는다고 말할 수 있지만 분노를 밖으로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서 분노 감정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밖으로 분노 감정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우리 속에 분노 감정이 생기는 것을 억제할 수 없으며 또한 분노 감정이 생긴 것을 부정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분노는 2차, 혹은 3차 감정

분노의 사전적 의미를 넘어서 학자들은 분노를 “불쾌한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발생하는 불쾌한 감정”이라고 간결하게 정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정의에서 말하는 불쾌한 감정은 두 단계 혹은 그 이상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는 화가 나거나 분노감정을 느끼기 전에 섭섭함, 언짢음, 슬픔, 분함, 원통함, 억울함, 답답함 등의 불편한 감정이 먼저 생기고 그 후에 화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으므로 엄밀하게 말해서 화나 분노는 우리가 불쾌한 일을 만났을 때 1차적으로 발생하는 불편한 감정 후에 생기는 후발 감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원하지 않는 불쾌한 일이 생겼을 때 먼저 느끼는 불편한 감정인 1차 감정이 있고 그 감정으로부터 시작되어 화 혹은 분노라는 부정적 후발 감정이 생깁니다. 

분노 감정은 때로 우리를 위험한 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생기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나를 주먹으로 쳤다고 가정합시다. 주먹으로 맞게 되면 우리는 일단 충격을 받을 것이고 그렇게 맞는 것은 나의 안전이 위협 받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두려움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안전을 위해 주먹으로 치는 사람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려고 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분노라는 감정이 생깁니다. 이런 경우에는 충격 혹은 아픔이라는 1차 감정에서 시작되어 두려움이라는 2차 감정을 거쳐 분노로 발전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 분노는 3차 감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예를 들어 보면, 누군가 나를 비난하는 말을 했다면 우리는 자존심이 상해서 마음에 상처를 입고 슬픔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나는 단지 슬픔을 느끼는 데 그치지 않고 나에게 슬픔을 준 그 일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나의 슬픔은 분노로 발전합니다. 그것은 내가 슬픔 가운데 빠져 있지 않도록 나를 보호하기 위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위의 예들에서처럼 분노는 우리가 불쾌한 일을 경험했을 때 그 불쾌한 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혹은 그 불쾌한 일로 인해 생긴 1차적인 감정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생기는 2차, 혹은 3차적인 감정입니다. 1차 감정은 다소 소극적인 성격을 띤다면 2차, 혹은 3차 감정인 분노는 밖을 향하여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비록 화나 분노가 공격적 태도를 포함하는 감정이기는 하지만 이처럼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가 작동하여 생긴 경우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는 감정이기 때문에 정당한 감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난 번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는 분노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를 죄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분노 감정이 죄로 발전되지 않도록 잘 다루는 것이 필요합니다. 

박진경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객원교수, Family Alive 대표, 홈페이지: www.familyalive.ca, 이메일: inquiry@familyalive.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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